'아직 한산하죠?' 10일 '더팩트'는 서울 지하철 각 노선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찾아 역사 내 점자표기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 상태를 확인해봤다. /홍대입구역=박수민 인턴기자
"나 혼자 다니는 지하철역이 아니잖아요"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역사 안으로 들어가면 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표기입니다. 하루 몇 번씩 이 점자표기를 보면서 과연 시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칠은 벗겨지고 점자 표기된 부분은 구겨져 있는 데 말입니다.
지하철역 계단 손잡이, 개찰구, 화장실, 승차장 스크린도어 등에 설치돼 시각장애인의 눈이 돼주는 점자표기 안내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점자표기는 교통약자 이동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도입됐습니다. 점자표기는 어떻게 관리되고 실제 시각장애인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10일 <더팩트>는 서울 지하철 각 노선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찾아 역사 내 점자표기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 상태를 확인해습니다.
'찌그러지고 벗겨지고' 계단 손잡이에 설치된 점자표시 알루미늄 칠이 벗겨지고 찌그러져 있다. /고속터미널역, 홍대입구역=박수민 인턴기자
지하철역의 점자표기는 계단 손잡이가 시작되는 지점부터 시각장애인을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역마다 설치 형태에 차이가 있어 손잡이를 만졌을 때 점자가 닿는 부분이 각기 달랐습니다. 칠이 벗겨져 낡아 있거나 표면이 찌그러진 상태인 것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점자표기는 뭐라고 쓰여있는 것일까요. 계단 손잡이에는 'ㅇㅇ역 ㅇ번 출구'와 같은 세부적인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따르면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기본적인 계단 방향 안내만 돼 있는 손잡이들이 종종 있다고 합니다.
'점자블록으로 이어진 개찰구에만 있어요' 카드를 찍는 개찰구에 점자표기로 안내가 돼있다. /홍대입구역=박수민 인턴기자
많은 사람이 모르지만, 개찰구 점자안내표지판은 시각장애인 점자블록으로 유도된 게이트에만 설치돼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은 점자블록을 따라서만 이동하기 때문이지요. 그 외 수많은 게이트에 점자안내표지판을 설치하기에는 활용성과 효과성을 고려하면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모든 지하철역사에 점자표기가 완벽하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취재진이 찾은 9호선 개찰구에서는 이 표지판이 없고 점자블록으로만 안내되고 있었습니다.
'화장실은 저 멀리에' 시청역 화장실의 점자블록이 끊긴 위치와 실제 입구의 거리가 멀다. /시청역=박수민 인턴기자
'점자표시가 없어요' 고속터미널역 화장실 입구에 점자표시판이 보이지 않는다. /고속터미널역=박수민 인턴기자
그나마 화장실 입구에 성별을 나타내는 점자표기는 잘 돼 있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표기 형태와 위치가 일괄적이지 않은 단점이 있었습니다. 1호선 시청역 화장실의 경우 점자블록이 끊긴 입구와 화장실 실제 입구가 조금 멀리 떨어져 있기도 했죠.
이날 취재 도중 9호선 고속터미널역 화장실 입구에 성별 표시가 점자로 돼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장애인 화장실 출입 버튼에는 점자표기가 있지만, 화장실 입구에는 없었던 것입니다. 만약 남성 시각장애인이 모르고 여성 화장실에 들어가 성추행범으로 몰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를 서울시메트로9호선 관계자에 문의하자 "내일(11일) 정비 예정"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너덜너덜한 스크린도어 안내' 승강장 스크리도어에 부착된 점자표시가 곧 떨어질 것처럼 너덜너덜하다. /홍대입구역=박수민 인턴기자
최근엔 지하철역 내에서 스크린도어에도 점자표기를 했습니다. PVC 재질이라 훼손의 우려가 있었는데 실제로도 금방 뜯겨 나갈 것 같은 상태인 표지를 어렵지 않게 발견했습니다. 또한,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게 부착돼 시각장애인들이 간편하게 만져보거나 접근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시각장애인들은 지하철역 점자표기를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11일 서울 관악구 은천동에 있는 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직접 시각장애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아쉬운 점이 많아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난 표기철(40) 씨는 점자표기와 점자블록에 아쉬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은천동=박수민 인턴기자
시각장애인 이순희(60·여) 씨는 가장 먼저 점자의 크기와 간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씨는 "지하철역에 있는 점자는 크기가 작고 간격도 좁다"며 "평소 공부하고 접하는 점자와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고 말했습니다.
스크린도어 점자표기도 문제라고 했습니다. 이 씨는 "활동 도우미의 안내를 받아 딱 한 번 만져봤다"며 난감하다는 듯 웃습니다. 그는 "높아서 만져보기 어렵다. 직접 만져서 찾는 것보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 빠르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날 함께 만난 시각장애인 표기철(40·남) 씨는 유동인구가 많은 역에서는 점자표기가 실상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표 씨는 "바쁜 아침이나 퇴근 시간에는 점자블록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 사람들과 부딪치는 일도 부지기수다. 나야 남자라서 조금 낫지만, 여성 분이 돌아다니기엔 힘들 것 같다"며 여성 시각장애인들을 걱정했습니다.
'어떻게 지나가죠?' 점자블록 앞 개찰구가 지나갈 수 없도록 막아져 있다. /고속터미널역=박수민 인턴기자
이어 두 사람은 인터뷰를 마치며 "나 혼자만 다니는 지하철이 아니지 않느냐"며 "다른 사람들의 이동 속도를 고려해야 한다. 멈춰 서서 점자를 읽고 이해할만한 여유가 많지 않다"고 실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점자표기는 시각장애인협회 등에 자문 및 협의를 거쳐 설치하고 운영·개선하고 있다"며 "2년 주기로 실질적인 이용자인 시각장애인협회에서 전체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메트로의 답변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협회에서 전체 점검을 실시한다는 답변보다는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대책을 마련하게 빠르지 않을까요.
[더팩트ㅣ박수민 인턴기자 cosmicbeig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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