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애매모호한 규정 정확하게 정비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5-10-05 11:34:12
미국에서 건축물의 편의시설을 법적으로 처음 제정한 것은 1961년 미국 국립 표준연구소가 제정한 ‘건물과 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표준’이었다.
이 표준은 장애인 데피너가 장애인상을 수상하기 위하여 연방정부를 방문하였는데, 편의시설이 없어 해군 두 명이 업고 나른 것이 대서특필되면서 자극되어 시행된 결과이다.
1968년 건축장애물법이 연방 정부에 의해 제정되었고, 이 당시에는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건물들이 의무대상이었으나, 1973년 재활법의 제정으로 모든 공공건물이 의무대상이 되었다.
교통시설에서의 장애인 편의시설이 언급된 최초의 미연방법은 1964년의 도시 대중교통법이다. 그 이후 육·해상 교통지원법이 제정되었다. 재활법 504조에서 차별을 금지하면서 힘을 받아 1986년 UFAS(미연방접근성지침)이 만들어지게 된다.
미국에서는 ADA법에 의한 접근성에 관한 연구를 실시하였는데, 이 연구는 미국 건축 및 교통 장애물 준수 위원회가 주관하였고, 미국장애인법 접근성지침(ADAAG)를 개발하기 위하여 5년간 수십억 원을 투입하였다.
이 연구에서는 저시력인을 위하여 건물, 시설, 원거리 신호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기존의 전자공학 제품을 포함하여 기능적 공간, 위험물 또는 운영 규칙의 신호표지를 조사하였다. 교통수단의 노선과 시간표 접근을 위한 방안도 연구하였다. 문자표지판과 전자기기의 가독성과 가시성을 평가하고, 버스번호를 볼 수 있는 방안 연구도 이루어졌다.
그리고 출입구, 추락이나 출동방지를 위한 위험을 알리기 위하여 바닥의 색상과 대비도 연구하였다. 자동인출기의 화면의 대비, 색깔, 글자의 크기도 연구하였으며, 건물의 전면 유리를 피하도록 한 것도 이 지침에 담았다.
수영장의 배수구 색상을 구별이 용이하도록 하고, 점자블록은 황색을 원칙으로 하였다. 부득이하게 색상을 달리할 경우 색대비가 선명한 것으로 해야 한다. 화장실의 표지는 남녀표시로만 하지 말고 충분히 크게 하며, 청색과 빨간색으로 구분하여야 한다.
안내표지의 경우,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글자의 확대, 안내판의 높이 낮추기, 대비색을 이용한 선명도 유지, 글자의 굵기 조정, 흘림체가 아닌 고딕이나 명조체 사용, 조명의 밝기 확보, 상징마크의 간략화 등이 있다.
▲ 글자의 크기와 비율. (설계자를 위한 장애인 편의시설 상세표준도-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2000)
그 대상시설물로는 교통안내판, 버스정류장의 버스번호 안내판, 지하철 역사의 각종 안내판, 건물 내 화장실, 방 안내표지판, 버스와 기차 등의 번호나 행선지 안내표지판, 비행기, 기차 등의 좌석번호판 등이 포함되며, 동사무소 등 공공기관의 업무안내 책자는 14포인터 이상의 글자크기로 하도록 하고 있다.
표지판의 글자는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3대 5에서 1대 1 사이, 글자획과 전체 공간의 비율이 1대 5에서 1대 10 사이로 하고, 조명은 300럭스 이상 되도록 하되, 눈부심이 없도록 하여야 하고, 바닥재질도 눈부심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
방의 이름이나 좌석번호는 5mm 이상의 글자로 하고, 방의 이름은 1.5m 높이로 하되 문의 오른쪽에 부착한다.
전철역의 화살표는 1100mm 높이로 하고, 천정에 매단 간판은 높이가 2m 이상이 되지 않도록 벽에 고정해야 한다. 버스나 기차의 번호나 행선지를 알리는 글자는 200mm 이상이어야 한다.
지난 8월 31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주최로 이룸센터에서 저시력인을 위한 안내표지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한국장애인개발원 김인순 박사가 소개한 미국 UFAS 역시 위의 규정을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편의증진법이나 설계지침들에서는 '재질을 달리하라거나 식별이 가능하도록 하라'는 식의 매우 막연한 언어로 되어 있어 이행에 대한 판단기준이 없다는 문제점, 구체적으로 수치를 제안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 기준을 준수하기만하였지 이용자의 편리와 무관할 수 있다는 점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일본저시력연대에서는 전국 교통시설을 다니면서 글자의 크기와 색대비, 천정의 표지판 높이 낮추기 운동을 전개하여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었으며, 동경 올림픽을 앞두고 다시 장애인 편의시설 재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누구나 편리한 도시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야심이다.
우리도 편의증진법이나 BF 인증심사규정을 보다 명확하게 하여 애매모호한 규정들을 정확하게 기준을 세울 필요성이 있다.
애매한 표현으로 기존의 기준들이 설정된 것은 건축 관련 전문가들이 물리적 환경에는 전문성을 보였으나, 가독성이나 가시성에 대하여는 별로 알지 못하여 막연한 표현으로 마무리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정부가 기준 개발을 위한 연구에 비용을 쓰지 않은 것도 원인이다.
이제 우리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저시력인만이 아니라 노인의 증가하는 인구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구체적인 지침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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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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