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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1cm 보도턱보다 높은 건 마음속 편견의 벽”
편의증진센터
201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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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기자

입력 2015-12-04 03:00:00 수정 2015-12-04 03:00:00


3일 세계 장애인의 날… 장애인과 서울시내 동행해보니



전동휠체어를 탄 박마루 서울시의원이 높은 보도턱 때문에 지하철역 진입을 포기하고 있다(위쪽 사진). 시각장애인인 서울시 공무원 최수연 씨가 안내견 온유와 함께 긴장한 모습으로 서울시청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전영한 scoopjyh@donga.com·김미옥 기자


장애인에게 서울은 결코 다니기 좋은 곳이 아니다. 길이 복잡하고 사람과 자동차가 너무 많다. 장애인을 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거리에 나온 장애인들은 “집에 있지 뭣 하러 나왔어”라는 노골적인 비아냥거림을 피할 수 없다.

서울시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시내버스 92%를 저상버스로 교체하고, 전체 지하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등 인프라 확충을 주요 내용으로 한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세부 실천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서 만난 장애인들은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이 강조한 것은 꼼꼼함과 배려심이었다.


 

○ “디테일이 중요해요”

오전 8시 반 서울 강서구 지하철 5호선 발산역. 눈보라 사이로 희미하게 드러난 3번 출구 표지 앞에서 박마루 서울시의원(52)을 만났다. 소아마비 장애가 있는 박 의원은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닌다. 그는 만나자마자 “사실 지하철을 잘 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유는 지하철 역사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박 의원이 가리킨 건 길 건너 7번 출구 앞에 있는 장애인용 엘리베이터. 출근족으로 가득 찬 3번 출구와 달리 공사장이 인접한 건너편은 한산하다 못해 고요했다. 박 의원은 “2002년 발산역 리프트에서 장애인이 추락해 사망한 이후 엘리베이터를 설치했지만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수요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지하철을 탄 뒤 일어났다. 충정로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열차에서 내렸는데 박 의원의 휠체어 바퀴가 승강장 틈새에 빠져 버린 것이다. 얼핏 봐도 간격이 10cm를 넘었지만 주위엔 ‘주의하라’는 표지가 없었다. 그대로 열차와 스크린도어까지 닫힐 정도로 상황이 급박했다. 부랴부랴 달려온 사회복무요원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자칫 큰 사고가 날 뻔했다. 박 의원은 “승강장 틈새 개선은 큰돈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다”며 “당장 엘리베이터 설치도 중요하지만 작은 ‘디테일’에 신경 써야 진짜로 안전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내년에 42억 원을 투입해 110개 역에 ‘자동 안전발판’을 설치하기로 했다.


○ “따뜻한 배려심이 필요해요”

이날 낮 서울시청에서 300m가량 떨어진 식당으로 향하던 최수연 서울시 장애인자립지원과 주무관(30·여)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는 자동차 경적 소리에 잔뜩 긴장했다. 최 주무관은 13세 때 겪은 시신경위축으로 시력을 잃었다. 이후 모든 행동을 안내견 ‘온유’(5·래브라도레트리버)’와 함께 한다. 하지만 그에게도 온유에게도 서울시내 보행은 매일 해야 하는 힘든 숙제와 같다.


최 주무관은 “10년 전보다 보행환경은 나아졌다고 본다”면서도 “시각장애인을 향한 배려는 변한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요즘도 그는 온유와 함께 식당 빵집 등 공공장소에 가면 종종 출입을 제지당하곤 한다. 지하철에 탔다가 다른 승객이 “개를 데리고 탔다”며 신고한 일도 흔하다. 그는 “온유를 향한 조롱도 지나치다”고 털어놨다.

서울시는 장애인의 보행 편의를 돕기 위해 현재 1cm인 보도턱 설치기준을 아예 ‘0cm’로 낮추고 볼라드(차량 출입을 막기 위한 장애물)와 점자블록도 개선하기로 했다. 최 주무관은 “시설 개선도 정말 필요하지만 더 급한 건 장애인도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공감대 형성과 작은 배려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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