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리 ur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5-12-09 06:00:00
▲ 북구 운암동에 설치된 시각장애인 유도블록. 유도구간은 선형블록을 설치해야 함에도 점형블록을 설치하는 등 규정에 어긋나는 데다가 깨지고 부서져 보행자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
-광주 5개 구청 모두 ‘실태 파악’ 한 번도 안 해
-“개·보수 커녕 있던 것도 사라지는 형편”
도드라진 색깔과 촉감으로 인지되는 점자·선형 블록 외에 시각장애인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는 길은 없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유도블록이 끊기거나 훼손됐다고 해도 이를 유지·관리할 의무가 있는 광주시 5개구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 예산을 들여 블록을 설치해 놓고도 시각장애인 보행 환경 개선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다.
본보가 광주시 5개 구청 각 도로과에 확인 결과, 시각장애인유도블록 설치 현황과 관련한 자료를 제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회계 상 자료입력을 위해 유도블록 개수 정도는 파악된 구청이 있었으나 위치와 구간을 구체화한 뒤 유지·관리 하고 있는 곳은 없는 것이다. 일례로 5개 구청 모두 유도블록 개·보수율은 자료상 0%다.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시각장애인 유도블록은 대상시설의 외부 보도로부터 건축물 주 출입구까지 점자 블록을 설치해야 한다. 시작과 끝은 점형을, 유도구간은 선형으로 구분한다. 특히 시각장애인이 감지할 수 있도록 바닥재의 질감을 다르게 하고 평행하게 연속해서 설치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에 대해 지자체는 관련 규정을 시행할 의무가 있고, 설치된 유도블록을 유지·관리해야 한다는 게 국토해양부의 방침. 또한 정부의 이동약자 편의증진 5개년계획에 따르면, 유도블록 등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계획은 매년 발표·시행해야 한다. 하지만 유도블록 환경을 개선하려해도 정확한 실태 파악이 선행돼야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한 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교통약자편의증진법이 시행됨에 따라 10여 년 전부터 각 지자체에서 시각장애인 유도블록 설치 구간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유도블록이 설치된 곳에 타 부서가 추진하는 조경사업 등이 이뤄지면서 유도블록 재설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다고 별도로 유도블록 설치 현황과 관련한 실태 파악이 이뤄진 적도 없어서 기존의 유도블록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잘못 설치돼 있다는 것을 확인할 방법 자체가 미흡한 상황이다.
지하철 역사가 많이 분포한 광주 서구에 경우 역사 가운데 김대중컨벤션센터역과 광주월드컵경기장역 두 곳만 블록이 설치됐다.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라도 블록 설치율은 미미하다. 국가인권위가 올해 광주지역 편의시설 등 12곳을 돌며 확인한 결과 시설 외부 블록의 설치 적정 이행률과 차도와의 경계표시 적정 이행률이 각각 33.3%에 불과했다.
그나마 블록이 설치가 된 곳이라도 엉뚱한 방향으로 안내하거나 중간에 끊기는 경우가 있어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례로 옛 전남도청 자리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준공된 뒤 5월 장애인 사용자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시각장애인들은 잘 가던 점자유도블록이 끊겨 점검을 중도 포기한 사례도 있다.
시각장애인 유도블록 바로 앞에 볼라드가 설치돼 있는 탓에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도 문제로 꼽혔다.
광주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경우 시각장애인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광주시 등에 관련한 자료 요청을 했지만, 실태파악 자료조차 전무해 애를 먹고 있다.
연구소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이 보도 위에서 의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그리고 유일한 시설을 관리주체가 모른척한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면서 “이동약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법적 기준만 지켜도 보행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장치가 망가지면, 이용자들뿐 아니라 비장애인 보행환경까지 침해하게 된다”면서 부서지고 널브러진 유도블록 개선을 촉구했다.
이어 그는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서 현 실태파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어느 곳에 얼마만큼의 유도블록이 설치돼 있는지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지난 5월 아시아문화전당 시설 점검에 나선 장애인들이 시각장애인 유도블록이 설치된 곳에 볼라드가 설치돼 있는 걸 지적하며 부상 위험을 제기했다.<광주드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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