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급 시각장애인 김아무개씨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한 도로에서 ‘볼라드’(차량 진입 억제용 말뚝)에 걸려 넘어져 팔이 부러졌다. 김씨가 걸려 넘어진 볼라드는 높이가 50㎝ 미만인데다 화강암 재질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관련 법(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정하고 있는 설치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경우였다. 전치 10주를 진단받은 김씨는 안산시에 치료비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뒤 수원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법원은 1심에서 안산시의 손을 들어줬다가 2013년 열린 항소심에서 안산시가 김씨에게 2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7일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전국에 설치된 볼라드 26만6379개 중 법정 규격을 준수하지 않은 불량품이 4만3479개(16.3%)에 이른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53.1%로 불량 볼라드가 가장 많았다. 이어 제주 50.1%, 강원 46.1%, 대전 39.3%, 전남 23.7%, 서울 23.4% 등의 차례였다.
볼라드는 자동차가 인도 위로 올라서는 것을 막으려고 설치한 안전시설이지만, 시각장애인 등 교통약자는 물론이고 일반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가 많다. 현행법은 말뚝 높이를 80~100㎝로 하고 부드러운 합성수지 등의 재질을 쓰도록 하고 있지만, 거리에는 높이가 너무 낮아서 걸려 넘어지기 쉽거나 부딪혔을 때 충격을 줄이기 어려운 석재나 철재로 만들어진 볼라드가 많기 때문이다. 불량률이 가장 높은 부산의 경우, 부적합 볼라드 5624건 가운데 2680건(47.7%)이 볼라드의 0.3m 전면에 시각장애인용 점형 블록을 설치하도록 한 규정을 어겼다.
인 의원은 “불량 볼라드를 정비하려면 약 108억원의 비용이 필요한데, 실태조사 등 불법 볼라드 현황 파악을 위한 행정력 자체가 부족한 지역도 많다. 장애인 정책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볼라드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를 관리하는 행정자치부가 긴밀한 협조로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출처: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3373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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