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잇 박성우] “휠체어를 타고 치과에 가보셨나요? 장애인의 치료를 거부하거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때가 잦습니다. 몇 번의 거절을 받은 장애인들의 상처는 씻기 어려울 만큼 아픔이 큽니다. 간단 치료임에도 밤 기차를 타고 전국 각지에서 푸르메치과를 찾는 것도 이런 고충 때문입니다. 장애인들이 ‘주인(主人)’이라고 느낄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지난 6일 서울 신교동 푸르메재단 사무실에서 만나 이같이 말했다. 2004년 설립된 푸르메재단은 비영리공익재단이며, 장애인 지원 전문단체이다. 2007년에는 국내 최초 민간기부 재활센터인 ‘세종마을 푸르메센터’를 개관했다. 이 센터는 양·한방이 통합된 재활센터와 장애인 전용 치과의원, 종로장애인복지관으로 구성됐다.
백 상임이사는 “치과를 찾는 상당수 환자는 일반 치과에서 치료를 외면당하고 마음의 상처까지 입은 장애인”이라며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치아상태가 심각하게 악화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푸르메재단은 치과에 이어 지난해 12월 서울 상암동에 국내 최대 규모의 아동 재활병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을 준공했다. 이 병원의 건립은 넥슨의 200억원 기부가 큰 힘이 됐다. 병원은 지하 3층~지상 7층 규모이며 시범운영을 거쳐, 다음 달 정식 개원한다.
백 상임이사는 “아무리 큰 대기업이라도 200억원이라는 큰돈을 기부하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넥슨의 큰 결정에 감사하고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통해 우리 사회가 재활병원 인프라 확충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하루에 약 500명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규모. 병원 내에는 장애 어린이들이 지역 주민 어린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도서관, 수영장 시설도 갖추고 있다. 또한 이 병원에는 직업재활 훈련센터와 사회적 기업 공간도 들어설 예정이다.
백 상임이사는 “재활병원이 장애인들만의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재활병원 시설을 통해 장애 어린이들은 치료를 받으면서 지역의 또래 친구들과 놀고 즐기면서 사회성까지 기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 상임이사는 기자 출신으로 처음부터 장애인 재활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CBS와 한겨레신문, 동아일보 등을 거친 뒤 독일 뮌헨대 정치학연구소에서 객원연구원까지 지낸 엘리트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영국에 들러 가족여행을 하다 부인이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로 인해 부인은 결국 장애인이 됐습니다. 아내의 사고가 없었다면 평범하게 기자 생활을 하고 있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사고를 통해 장애인의 현실에 대해 눈을 뜨게 된 셈이죠. 한국에서 아내의 재활치료를 도우면서, 장애인 관련 시설이 얼마나 부족한지 실감하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재활병원 설립을 꿈꾸게 됐고, 그걸 이루려 계속 달려왔습니다.”
백 상임이사의 최종 목표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생각을 바꾸겠다는 것. 그는 ‘장애인이 편하면 모든 사람이 편하다’는 슬로건으로 ‘친(親) 장애인’ 건축 분야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백 상임이사는 “빌딩에 들어가거나 경복궁에서 덕수궁까지 가는 길만 보더라도 장애인들에게 수많은 난관(難關)이 많다”며 “건물을 짓거나 길을 만들 때 돌출 부위를 없애고, 계단을 줄이고 엘리베이터를 잘 배치한다면 장애인은 물론 일반사람들까지 편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미디어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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