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인 나병택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18일 서울 지하철 1호선 대방역 승강장 계단으로 향하고 있다.(맨위사진) 열차 방향을 알려줘야 할 시각장애인용 음성유도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전원램프가 꺼져 작동하지 않았다(맨아래 사진). 결국 나 소장은 주변 시민들의 도움을 받은 후에야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여기가 아닌가?”
18일 서울지하철 신도림역 환승통로 한복판에 선 나병택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53)은 연방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발짝 내딛다 다시 뒷걸음질하기를 여러 번. 길 잃은 미아처럼 한자리만 맴돌 뿐이었다.
시각장애인인 나 소장이 의지할 것은 손에 쥔 리모컨뿐. 버튼을 누르면 근방에 설치된 음성유도기에서 현재 위치, 출구 정보, 화장실, 환승통로 등을 알려주는 음성안내가 나와 길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장치다. 그러나 나 소장의 기대와 달리 음성유도기는 옳은 길을 알려주지 못했다. “나가는 곳은 점자블록을 따라 직진하시면 됩니다”라는 안내에 따라 지팡이를 휘저었는데 벽이 나타났다. 엘리베이터였다.
다시 음성유도기에 귀를 기울이며 방향을 잡아도 마찬가지였다. 연거푸 나 소장을 막다른 곳으로 이끌었다. 그는 “이런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결코 목적지로 갈 수 없다. 이렇게 형편없이 안내하는 기기를 왜 설치했느냐”고 푸념했다.
이날 동아일보 기자는 나 소장과 함께 서울지하철 1호선 대방역에서 2호선 봉천역까지 동행하며 역사(驛舍)에 설치된 시각장애인 음성유도기를 실제로 활용해 봤다.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우선 지하철역에 들어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대방역 6개 출입구에는 음성유도기가 전혀 없었다. 개찰구로 가는 약 100m 거리의 지하보도에도 음성유도기는 보이지 않았다. 역 안도 나을 게 없었다. 승강장으로 이어지는 계단마다 음성유도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대부분은 먹통이었다. 그나마 나오는 음성안내도 노량진역 방향인지, 신길역 쪽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나 소장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지하철에 오르는 데만 45분이 걸렸다.
신도림역에서 환승할 때에도 시간을 한참 지체하는 바람에 봉천역에 도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총 1시간 30분. 비장애인이라면 25분이면 갈 거리를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3배나 걸려 도달한 셈이다.
현재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하철역에는 약 1만500개의 음성유도기가 설치돼 있다. ‘교통약자의 이용편의 증진법’에 따라 2000년부터 지하철역에 음성유도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서울메트로 관할인 1∼4호선 50개 역에는 음성유도기가 없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역사가 세워진 지 오래돼 음성유도기 설치가 늦는 편”이라고 궁색하게 해명했다.
설치 비용도 만만치 않다. 1개 역에 평균 37개의 음성유도기를 설치하는 데 드는 돈은 약 1억500만 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제대로 작동하는 기기가 많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한 시각장애인은 “이럴 거라면 차라리 그 돈으로 점자블록이나 정비해 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손지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연구원은 “실제 필요한 곳에는 없거나, 있어도 고장 난 기기가 많아 이용률이 떨어지고 제대로 유지 보수도 안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시각장애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동아일보
해당기사링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20&aid=0002965594&sid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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