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장애 2급으로 이동 시 휠체어 사용이 필수인 서울대생 이모(23)씨는 2학기가 시작되자마자 듣고 싶었던 과목을 취소할 뻔했다.
강의실 바로 앞에 큰 턱이 있어 수업 첫 날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방학 때 수강신청을 하면서 강의실 건물 위치와 층수까지 확인했던 터라 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강의실이 평지에 있는 건물 1층이어서 이동에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복병이 있었다”며 “다행히 교수님이 턱이 없는 강의실로 바꿔주면서 수업을 듣는데 지장은 없어졌지만 학교에서 장애인 교육권에 좀 더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시설물 개선 및 확충 노력에도 서울대 장애학생들이 학내에서 겪는 불편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대가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서울대 장애인 편의시설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악캠퍼스 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율은 68.3%로 나타났다.
서울대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관할 구청과 국가인권위원회, 학교 인권기구 등의 지적이 잇따르자 올해 3월 종합계획을 마련하고 건물 174곳을 전수 조사했다. 관련 법률에 따라 관악캠퍼스에 설치해야 하는 장애인 편의시설은 1만3,563개였는데 그 중 9,257개(68.3%)만 구비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규정에 맞게 설치된 ‘적정설치율’을 따지면 59.2%로 더욱 줄어든다. 2013년 보건복지부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국내 공공건물 등 14만 곳을 상대로 조사한 장애인편의시설 설치율(67.9%) 및 적정설치율(60.2%)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수치다.
문제는 학생 편의를 위해 건물을 개ㆍ보수하면서도 정작 장애인 구성원에 대한 배려는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원래 설치된 휠체어 경사로가 사라진 경우도 있다. 서울대 학생회관 식당은 6개월 전 리모델링을 하면서 출입구 쪽 경사로가 없어지고 발판과 턱이 생겼다. 버튼을 눌러 여는 출입문에 대해 식판을 들고 버튼을 누르기가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아지자 발판누름식으로 대체하면서다. 학생들의 이용 환경을 좋게 하자는 취지였지만 장애학생들은 오히려 식당을 드나들기가 힘들어졌다. 출입구의 턱을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적정 수준에 맞춘 학내 시설물은 절반 수준(56.0%)에 불과했다.
학교 측도 장애인 이동권 배려에 소홀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전수조사 결과에 “캠퍼스 건물 주출입구 접근로가 길고 안내 점자블록도 접근로 일부에만 설치돼 있다”는 분석이 포함했다. 장애인 유도ㆍ안내설비(17.6%), 점자블록(14.5%) 설치율도 복지부가 조사한 공공건물ㆍ공중이용시설 설치율(38.8%, 31.6%)에 크게 못미쳤다. 서울대 관계자는 “전수조사 결과를 토대로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장애학생들의 불편사항을 수렴하기 위해 연간 2억5,000만원의 예산도 투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 관계자는 “장애인 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면 예산 못지 않게 학교 당국의 의지가 중요하다”며 “당장 개선이 시급한 출입구 턱은 간이 경사로라도 우선 만들어 장애학생들의 어려움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출처: 네이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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