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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관광약자 편의시설..."접근성, 관광 향유권 확보 돋보였다
손지민
201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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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후로 장애계에는 자립생활운동이라는 큰 바람이 불었다. 과거 재활패러다임의 장애인복지를 벗어나 장애인 당사자 스스로의 선택과 결정을 보장하고, 복지서비스의 시혜적 대상이 아닌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찾기 위한 자립생활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장애운동의 성장을 통해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는 생존의 문제를 넘어 사회참여 및 스스로의 삶의 질을 향상을 위한 문화·예술·여가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그 중에서도 개인의 자아실현·인간의 행복권 증대·삶의 질 향상·사회적 형평 등을 이유로 접근 가능한 관광에 대한 관심이 더욱 더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장애계를 포함한 관광약자들의 욕구가 정책생산으로 이어지면서 제주도는 13년도 ‘관광약자의 접근가능한 관광환경조성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하고, 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관광약자접근성안내센터> 설립 운영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5월 제주지역의 접근 가능한 관광환경 조사가 한창 진행될 쯤 재단법인 한국장애인재단으로부터 접근 가능한 관광을 주제로 한 ‘유럽 선진국 연수교류사업’ 안내 공문을 받았다.

제주지역의 접근 가능한 관광을 위한 사업기획을 위해 유럽의 웹사이트를 자주 뒤적거린 터라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유럽연합의 중심인 독일이라는 나라는 어떻게 접근 가능한 관광환경을 조성하게 되었는지 정책과정을 알아보고 실제 제주지역에 접목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으로 서둘러 참가신청을 했다. 

행복하게도 전국에서 10명 선발하는 연수에 선정되었다. 우리나라의 접근가능한 관광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책임감으로 국내연수를 마치고 연수 날짜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1일차(7월4일) 설렘과 두려움

 

제주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해 연수 참가자분들과 비행기에 올라탔다.

11시간의 비행시간동안 연수기관의 정보를 확인 또 확인하고 연수를 통해 무엇을 얻어가야 할지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접근 가능한 관광, 사회적 합의과정, 장애인의 권리확보 등등 정보습득의 설렘, 과연 무사히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교차하는 11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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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을 나서는 순간 가장 처음으로 눈에 들어오는 점자블럭! 속으로 ‘아~’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지면 보도블럭에 홈을 내어 시각장애인이 보행을 도와주는 유도블럭이 설치되어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연수에 참가한 필자는 인천공항에서 짐을 가지고 이동하다가 시각장애인 유도블럭에 가방의 바퀴가 걸려 넘어질 뻔한 경험이 있어 프랑크프루트 공항의 유도블럭이 더 눈에 들어왔다. 참으로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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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와 인도사이의 단차가 없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단차가 없으면 시각장애인인 경우 위험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질문에 차도와 인도의 질감을 달리하여 시각장애인이 인지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는 답변을 받았다.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접근성에 대한 세심함이 앞으로의 연수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겼다.

 

2일차(7월5일) 접근가능한 관광의 경제적 가치

7월 5일 결전의 시간이 다가왔다. 먼 타국에서 무어라도 하나 배우려는 낮은 자세로 첫 연수 기관을 방문했다. DB(Deutsche Bahn, 독일철도청)에서 GNTB(German National Tourism Board, 독일관광청), DB 대한 브리핑과 질문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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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접근 가능한 관광 브리핑 ⓒ헤드라인제주

 

독일관광청 GNTB는 독일의 관광을 책임지기 위해 주정부차원에서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또한 “모든 사람들이 관광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데 기여함”을 설립 목적에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독일에서의 접근가능한 관광은 장애인 등 특정대상의 지원을 통한 욕구해소차원의 복지관광에서 멈추지 않았다. 브리핑 과정의 핵심은 접근가능한 관광의 경제적 가치였다. 접근가능한 관광의 경제적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독일에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2003년 기준 접근 가능한 관광의 경제적 효과는 25억 유로(순 매출 약 3조636억 원)로 나타났으며 65,000명의 풀타임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또한 접근 가능한 관광의 인프라를 최대치로 하여 계산했을 시, 48억 유로의 경제적 효과와 90,000명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는 조사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접근가능한 관광은 앞으로의 관광산업을 이끌어갈 중요 포인트임을 인지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루프트한자 항공사 및 쇼핑몰 등 일반회사와 독일연방국가의 관광마케팅조직, 장애인단체 및 기관 등 다양한 성격의 회원사가 GNTB와 함께 접근 가능한 독일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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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근가능한 관광을 위한 협력회원사 및 후원사 ⓒ헤드라인제주

 

도이치반(DB, 독일철도청)도 GNTB의 협력회원사로 접근가능한 관광의 이동을 책임지고 있었는데 독일 철도청은 Design For All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와 관련된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Mobility서비스 센터의 운영이었다.

1990년대 설립되어 이동에 장애인을 비롯한 이동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의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Door To Door’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서비스는 이동에 불편한 사람이 이동 경로와 시간을 알려주면 센터는 출발지와 도착지에 이용자의 교통수단 이용계획을 알리고 접근성 보장을 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해 주는 시스템이다. 또한 서비스가 이동수단에 그치지 않고 숙박소 및 관광지 등의 목적지 도착까지 연결되어 있다 보니 작년 한해 65만 명이 이용할 정도로 서비스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우리나라의 접근가능한 관광의 가장 큰 걸림돌인 이동수단을 생각하면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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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차 연수를 마치고 ⓒ헤드라인제주
또한 독일 관광청은 장애 및 이동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의 이동접근성의 확보를 위해 년 5~6회 관련단체와의 정규미팅을 가지고 있었으며, 관련하여 시행하는 모든 프로젝트를 독일 장애인 위원회와 논의하며 진행하고 있었다.

 

3일차(7월6일) 종교개혁의 중심. 마틴 루터(Martin Luther)의 에르푸르트

종교개혁의 시작, 마틴 루터의 에르푸르트에서 3일차 연수가 시작되었다.

접근가능한 관광의 세계적 석학 피터 뉴먼 박사의 독일의 접근 가능한 관광에 대한 브리핑과 토론이 있었다.

피터뉴먼박사의 접근 가능한 관광에 대한 브리핑의 요점은 GNTB의 브리핑과 같은 경제적 가치로의 접근이었다. 고령화 및 산업화로 인해 관광의 소비자 변화로 이어진 접근 가능한 관광의 수요층 확대, 이러한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한 준비에 대한 홍보로써 관광산업 서비스 공급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인프라 확보의 중요수단이라는 강의가 있었다.

2003년 2만여 명의 서명으로 이슈가 던져지고 장애인 복지에 관심이 증대되어 많은 논의가 있었으며 「모두를 위한 관광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2003)」가 있었고 「모두를 위한 관광의 성공을 위한 질적 향상에 대한 연구(2008)」가 발표되기도 했었다. 「유럽에서의 접근가능한 관광 패턴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2014)」가 발표되고 「접근가능한 관광을 통한 매출액 및 일자리 창출에 대한 보고(2020)」가 있을 예정이라고 하였다. 경제적 가치의 접근 가능한 관광 역시 시작은 당사자의 욕구에서 비롯되었으며,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욕구에 의한 요구들을 쉽게 받아들여 연구하는 상황은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의 요구에 의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보고서, 그 보고서를 활용하여 정책 결정자, 서비스 공급자를 설득하는 과정이 매우 원활하게 이루어짐을 알 수 있었다.

2일차 공식기관연수가 끝나고 마틴 루터의 에르푸르트대학교,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원, 에르푸르트 시내를 둘러보며 독일의 문화를 접했다.

시내를 둘러보다 보니 곳곳의 도로가 가로세로 10Cm정도의 돌을 바닥에 깊게 박아 만든 보도블럭이 깔려있었다. 휠체어 장애인이 다니는 데 불편함을 주었지만 중세시대 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중세시대 보도블럭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인도나 차도를 구분 짓는 단차는 거의 없고 바닥의 돌의 질감을 다르게 해 시각장애인도 구분할 수 있도록 설치한 점에 있어서는 문화와 접근성 확보의 경계를 잘 유지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마을 전체의 축소모형을 만들어 시각장애인도 마을의 역사와 형태를 알 수 있도록 한 것은 연수단 전체의 관심을 모았다. 시각장애인이 아닌 내가 보아도 신선했고 이 조형물이 또 하나의 중요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조형물을 보면서 이것이 모두를 위한 관광의 시작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한 2017년이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100주년이 되는 축제의 해로 장애인을 비롯한 모두가 찾는 에르프루트를 만들기 위해 부족한 관광 접근성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우리나라의 축제을 생각해보며 헛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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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르푸르트 내 마을 축소모형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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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의 축소모형 내 점자표시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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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문화를 간직한 보도블럭과 질감으로 표시한 차도 인도의 경계 ⓒ헤드라인제주

 

접근가능한 관광의 발전은 관광산업의 발전으로 이루어지고, 관광약자의 보편적인 관광 향유권 확보로 이루어진다.

접근가능한 관광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3일차 연수를 마쳤다.

연수 전반기 연수기관은 접근 가능한 관광의 경제적 가치에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연수가 중반을 지나 하반기로 갈수록 접근 가능한 관광을 위한 사회적 합의과정과 장애인의 권리확보에 대한 궁금증이 쌓여갔다. 하루하루가 보석 같은 시간으로 매듭지어지고 있었다. 내일 일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더 커져갔다.  -이 글은 「접근가능한 관광에 대한 연수를 다녀와서(2)」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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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앞으로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출처:헤드라인뉴스
해당기사링크: http://www.headlinejeju.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289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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