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철 승차전쟁, 교통수단? 고통수단!'을 주제로 아고라가 진행되고 있다. |
“시각장애인으로서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가장 무섭고 두려운 것은 스크린도어의 유무입니다. 서울시의 경우 대부분 스크린도어가 설치됐지만, 경기지역의 일부는 스크린도어가 없는 곳이 있습니다. 아예 모든 승강장에 스크린도어가 없다면 처음부터 조심할 텐데, 어떤 곳은 있고 어떤 곳은 없다보니 떨어져서 다치는 일이 생겨요.
또 하나 문제인 것은 요즘 지하철 승강장 안에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작은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없던 것이 생기다보니 의식하지 못한 채로 의자에 정강이를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요. 특정 구역에 점자블록을 주위에 설치해놓고 의자를 그 안에만 둔다던가 하면 좋을텐데 그렇지 않다보니 걷는게 두려울 정도입니다.” -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윤택 소장
일상생활에서 대중의 발이 되어 주고 있는 가장 필수적인 교통수단인 지하철. 이용하는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지하철은 꾸준히 변화하고 있지만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옥과 같은 교통수단으로 불리고 있다.
이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는 ‘지옥철 승차전쟁, 교통수단? 고통수단!’을 주제로 지난 7일 아고라를 열고 지하철 운영의 문제와 개선돼야 할 점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역마다 다른 환경, 이용자들은 혼란스럽다
아고라의 참가자들은 ▲스크린도어 ▲승강장과 지하철의 단차, 넓은 간격 ▲장애물이 많은 승강장 환경 ▲불명확한 안내표시 ▲인식개선 등을 문제로 꼽았다.
특히, 이 문제들의 가장 큰 공통점은 통일되지 않은 환경이라는 것.
▲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윤택 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윤택 소장은 앞서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곳이 있고 설치되지 않은 곳이 있어 이용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송치현 강사는 “휠체어를 이용하기 때문에 휠체어가 탈 수 있는 열차칸을 이용한다. 그런데 역마다 휠체어가 탈 수 있는 열차칸의 위치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경우 서울메트로에서 관리하고 있는 1~4호선,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관리하고 있는 5~9호선 등 지하철을 운영하는 운영업체가 각각 다르다. 이 때문에 휠체어가 탈 수 있는 열차칸의 위치가 다르고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안내표시가 부착된 위치 역시 다른 상황.
송 강사는 “열차칸의 위치가 통일되지 못한다면 적어도 휠체어 표시가 붙여져 있는 위치라도 통일되면 좋겠는데 어떤 곳은 바닥에 붙여져 있고, 어떤 곳은 스크린도어에 붙여져 있고 어떤 곳은 벽에 붙여져 있는 경우도 있다.”며 “심지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의 눈높이도 고려되지 않은 위치에 안내표시가 있는 경우도 흔하다.”고 지하철 이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손지민 연구원은 안내표시의 그림의 모양과 크기도 문제로 꼽았다.
손 연구원은 “9호선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화장실 표시가 진한 회색바탕에 아이보리색으로 표시가 돼있었다. 문제는 남자화장실인지 여자화장실인지 구분이 어려웠다.”며 “그런데 2호선을 이용할 때는 남자화장실은 파란색 바탕이었고 여자화장실은 빨강색 바탕이었다. 화장실을 안내하는 그림조차 통일되지 못한 것은 문제다.”고 지적했다.
“탑승도 어려운 지하철, 눈치까지 봐야한다”
울림터 과천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경신 팀장은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단차와 넓은 간격 때문에 겪었던 고충을 전했다.
이 팀장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 승강장과 열차 간 단차가 있는 곳을 진입하기 위해서는 속력을 높여야만 올라갈 수 있다. 그런데 이때 스스로도 굉장히 겁이 나고 무엇보다 높아진 속력 때문에 열차 안에 승객과 부딪힐 수가 있어 위험하다.”고 단차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조직실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더불어 “출근 때문에 과천역을 자주 이용한다. 과천역은 곡선 승강장이기 때문에 간격이 넓다. 그래서 이동식 발판을 직원에게 부탁을 해도 이동식 발판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오거나 직원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속상했던 적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송치현 강사는 “4호선을 타다가 동대문역에서 1호선으로 환승을 해야 했다. 그런데 환승구간의 리프트가 고장이 났다. 어떻게 해야 환승할 수 있는지 직원을 불러 묻자, 직원은 나에게 다른 역으로 이동해서 환승을 하라고 전했다.”며 “장애가 있는 이용객도 급히 이동을 해야 하고 바쁜데, 직원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나에게 오래 걸리는 경로를 추천했다.”며 직원들의 무신경한 태도를 지적했다.
전국장애이차별철폐연대 문애린 조직실장은 “대부분 역사 내에 많게는 3인의 직원이 있다. 오로지 3인이 하나의 지하철역을 책임지고 있다.”며 “이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으로 이들에게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은 분명히 무리다.”고 덧붙였다.
가장 효과적인 변화, ‘인식개선’
전문가들은 인식개선이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하철 내 물리적인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장 빠른 변화를 위해서는 인식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서울시의회 우창윤 의원이 해외에서의 경험을 전하고 있다. |
서울시의회 우창윤 의원은 직접 해외를 돌아다니며 경험한 내용을 전했다.
우 의원은 “일본의 경우 역무원이 다른 사람의 탑승을 막고 장애가 있는 사람이 우선 탑승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승객들 역시 그런 역무원의 지시에 불평,불만 없이 잘 따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내가 역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직원이 먼저 이동식 발판을 들고 함께 동행을 한다. 이는 직원의 교육과 장애에 대한 인식이 우리나라와는 확연하게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홍현근 국장은 “편리함과 안전을 추구하는 욕구는 그 누구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용객들이 서로에게 그 욕구를 방해하는 존재가 돼서는 안 된다.”며 “원래 대중교통은 혼자서 이용하는 것이다. 앞으로 누구든지 혼자서도 안전하게 이용하는 환경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출처:웰페어뉴스
해당기사링크: http://www.welfare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59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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