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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 앞’을 비추다. 시력 개선 기술 개발 스타트업 ‘옥사이트’의 AR 기반 스마트안경
편의지원센터
2017-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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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스펙’은 시력을 부분적으로 상실한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이용자는 스마트안경을 쓰고 조종기로 명도·채도 등을 조절한다.

 

백내장 환자는 밝은 빛을 보면 눈이 부셔 제대로 못 본다. 당뇨 환자는 ‘황반부종’에 시달린다.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물이 차 황반이 정상보다 두꺼워지는 증세다. 이 때문에 시력이 약해지거나 심하면 실명에 이른다. 녹내장 환자는 시야의 중심부만 보이는 터널 시야 증상을 동반한다.

시각장애인 눈앞이 오롯이 암흑천지인 건 아니다. 시각장애인 100명 가운데 86명은 약하게나마 빛을 받아들인다. 대개 시각 보조기구, 특수렌즈를 쓰거나 지팡이와 안내견에 의존한다. 아무래도 불편하다. 지팡이나 안내견은 한 발짝 앞에 놓인 장애물은 알려줘도, 주변 공간의 사물까지 감지해 알려주진 않는다.

약하게나마 시력이 남아 있으면, 기술로 시야를 좀더 틔울 수 있지 않을까. “전세계 시각장애인들이 평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시력 개선 기술을 개발하자.” ‘옥사이트’는 이 목표를 내걸고 출범했다. 옥사이트는 영국 옥스퍼드대학 내 벤처로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증강현실(AR) 기반 스마트안경 ‘스마트스펙’을 개발했다. 영국 왕립시각장애인협회(RNIB) 지원을 받아 개발자와 신경과학자 등이 참여해 5년여 연구 끝에 내놓은 성과다.

시력이 나빠지면 사물과 배경의 구분이 흐릿해진다. 물속에서 눈을 떴을 때처럼 온통 뿌옇다. 옥사이트 기술은 이용자가 보려는 특정 사물을 도드라지게 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저시력 장애인이 최소한의 시력만으로 주변 대상을 더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핵심은 아주 약한 빛으로부터 주변 사물의 모양을 감지해내는 기술이다. 옥사이트 스마트스펙은 투과형 디스플레이, 카메라 시스템, 컴퓨터비전 기술 등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해 이를 구현했다.

스마트스펙은 안경형 디스플레이와 조종기로 이뤄졌다. 조작법은 간단하다. 스마트안경을 쓰면 주변 사물이 디스플레이에 흐릿하게 뜬다. 이용자는 조종기에 달린 버튼을 이리저리 돌리며 명도나 채도, 깊이감 등을 자신의 시력에 맞게 바꾸면 된다. 그러면 주변 사물과 대상이 시나브로 또렷하게 드러난다. 스마트안경은 주변 대상의 윤곽선을 또렷이 그어 구분해준다. 실사보다 만화에 가까운 화면이지만, 주변 사물을 인식하는 데 문제없다. 화면을 일시 정지하거나 확대·축소해가며 대상을 더 자세히 살펴볼 수도 있다. 스마트스펙은 장애 정도에 맞춰 장소나 주변 사물을 인식하도록 맞춤 기술을 제공한다.

안개가 짙은 거리를 걸을 때를 떠올려보자. 내가 걸어가는 주변만 지우개로 지운 듯 뿌연 안개가 밀려나며 세상이 모습을 드러내던 순간을. 이처럼 옥사이트 스마트스펙도 시각장애인이 ‘한 치 앞’을 보며 보행하도록 돕는 기기다. 옥사이트 창업자이자 신경과학자인 스테펀 힉스는 이 안경이 뇌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 않고 안구와 기기가 따로 상호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스마트스펙은 시력을 부분적으로 상실한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지금은 상용화를 앞두고 투자자를 모집하는 단계다. 최종 제품은 지금보다 가볍고 착용하기 편리한 형태가 될 전망이다. 초기 모델은 녹내장, 망막염, 당뇨 등으로 인한 퇴행성 눈질환을 앓는 환자의 시력 개선을 돕는 데 주력한다. 스마트스펙이 눈을 오롯이 대신하긴 어렵다. 그렇지만 지팡이나 안내견을 대신할 수준으로 성능을 올리는 게 옥사이트의 목표다.


삼성전자는 증강현실 대신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시력 개선 보조기구를 내놓았다. 사내 벤처 C랩에서 개발한 ‘릴루미노’다. 릴루미노는 삼성전자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VR’와 함께 쓸 수 있는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이다. 각막혼탁이나 굴절장애를 겪는 시각장애인이 릴루미노를 쓰면 초점을 선명히 잡거나 뒤틀림 현상을 줄여 사물을 또렷이 볼 수 있다. 이름처럼 시각장애인에게 ‘빛을 돌려주는’ 앱이다. 삼성전자는 릴루미노를 2월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7’에서 공개했다.

 

출처: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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