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줄기세포 임상시험에 인공 광수용체 적용기술까지
태어났을 때부터 앞을 볼 수 없었던 미셸. 그를 이끌어준 것은 장애아를 치료하는 사하이였다. 헬렌 켈러와 그의 가정교사 앤 설리번처럼 두 사람은 조금씩 어둠을 걷어냈다. 2009년 개봉해 '전 세계를 울렸다'는 평가를 받은 영화 '블랙'의 줄거리다. 지난달 재개봉했을 정도로 블랙은 많은 이의 가슴에 감동을 남겼다.
하지만 모든 시각장애인이 영화처럼 좋은 가정교사를 만날 수는 없다. 세상은 여전히 그들에게 어둠이다.
시각장애인에게 '빛'을 찾아주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안구에 칩을 이식하는 시술은 상용화됐으며 줄기세포를 이용한 임상이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빛을 인지하는 세포를 만들어 안구에 넣어주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어둠을 걷어내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시각장애인은 약 25만명, 전 세계적으로는 약 4000만명으로 추정된다. 나이가 들면서 점차 시력을 잃는 퇴행성 황반변성증, 망막색소변색증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까지 더하면 그 수는 기하급수로 증가한다. 특히 황반변성증은 발병 초기에 뚜렷한 이상을 못 느끼다가 서서히 시력을 잃어 실명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으로 꼽힌다.
인간의 시신경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망막의 가장 뒤쪽에 있는 광수용체는 빛을 인지한 뒤 이를 전기신호로 바꾼다. 전기신호는 광수용체 앞부분에 위치한 양극세포로 전달된다. 양극세포는 이 신호를 다시 앞에 있는 신경절세포로 보낸다. 신경절세포에 모인 전기신호는 시신경으로 모여 뇌로 전달된다. 인간이 눈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광수용체 부분이 망가지면서 시력이 떨어지고 실명에 이르는 사례가 많다.
과학자들이 가장 먼저 도전한 것은 시신경 자극. 미국 기업 세컨드사이트는 '아르고스2'라는 기술을 활용해 시각장애인에게 '빛'을 선물했다. 안경에 부착된 소형 카메라가 인식한 이미지가 전기신호로 바뀌고, 이 신호는 망막에 있는 작은 칩으로 전달된다. 이 칩이 시신경을 자극하면 이미지가 뇌로 전달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테스트를 통과했지만 2억원에 달하는 가격과 3년이 채 안 되는 작동 기간, 해상도가 떨어져 명암과 물체의 움직임 정도만을 인식할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독일 기업 레티나임플란트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망막에 광센서를 이식해 빛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역시 해상도가 1500픽셀에 불과해 현재 환자 9명 중 단 3명만이 글자를 인식했다.
미래 기술로 평가받는 줄기세포는 망막질환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김승종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연구단장은 "안구는 인체의 다른 조직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존재해 면역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줄기세포 연구가 가장 빠르게 적용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미 미국과 일본, 한국 등에서 배아줄기세포나 역분화줄기세포를 이용해 망막질환을 치료하는 임상이 진행 중이다. 일본은 2014년 자신의 피부세포를 역분화줄기세포로 만들어 망막에 넣는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일본 연구진은 지난달 학술지 '네이처'와 인터뷰하면서 "3년이 지났지만 환자의 시력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았으며 이식받은 망막세포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의학 분야 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실린 스탠퍼드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2015년 미국에서 줄기세포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70대와 80대 노인들이 부작용에 시달리며 1년 뒤 시력을 상실했다.
줄기세포 치료가 시신경을 회복하는 2세대 기술이라면 줄기세포의 단점을 극복한 3세대 기술도 개발 중이다. KIST 연구진은 서울대·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사물을 인지하는 광수용체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안구에 주입하는 기술 개발에 도전한다.
김재헌 KIST 센서시스템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광수용체는 빛을 인식해 이를 전기신호로 바꾸는데, 광수용체를 양극세포나 신경절세포에 넣어 결합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광수용체 DNA 염기서열을 이용해 실험실에서 광수용체를 직접 만든다는 계획이다. 실험실에서 만든 광수용체가 인간 수용체와 동일한 민감도와 빛 흡수 능력을 갖고 있음이 확인됐다.
김재헌 책임연구원은 "광수용체가 있는 구간이 망가지더라도 광수용체가 양극세포와 신경절세포와 결합하면 빛을 인지한 뒤 이를 전기신호로 전달할 수 있다"며 "망막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빛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연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매일경제
해당기사링크: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7&no=24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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