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근처에 있는 음식점 점주들 중에 유독 나에게 친절한 사람들이 많다. 내가 붙임성이 있는 사람이라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타인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게 하는 스타일인데다 시각장애까지 가지고 있어서 그들이 더 친절하게 대해 주나보다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결론 먼저 이야기 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나는 소심하다 느껴질 정도로 내성적인 사람이고, 입 꾹 닫고 있으면 차가운 느낌이거나 못된 성격일거 같은 느낌이라는 이야기 까지도 듣곤 한다.
단지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거나 낯선 음식점을 다니는 것이 시각장애로 인해 불편하기에 가던 곳만 가고 음식점도 몇 곳만 정해놓고 다니던 곳만 다니기 때문에 단골이 될 수밖에 없는데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밥을 사는 것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제법 많은 매상을 올려주기 때문에 점주들이 더 좋아하는 것이다.
이렇게 낯선 곳을 다니기 싫어하는 내가 많은 공공기관을 다니며 시각장애인들이 만든 LED조명기구를 판매하기 위해 영업이란걸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도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게 가능한 것도 그나마 공공기관들에 장애인편의시설이 비교적 잘 되어있고 장애물없는생활환경인증 등 제도가 어느 정도 정비된 덕분일 것이라 생각했다.
단, 이틀전까지만 이렇게 생각했다. 어제부터는 생각이 바뀌었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도 생활 속에서 다양한 곳들을 다니며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직 바꾸어가야 할 것들이 무수히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니 불편은 둘째치고 아직 안전조차 보장되지 않았고 무수한 위험 속에 노출되어 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왜 어제부터 갑자기 생각이 이렇게 바뀌었는지 궁금해 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조금 해 보겠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사회복지시설에서 종사하고 있기에 나 역시 매년 사회복지사보수교육을 받는다. 어제가 바로 보수교육을 받는 날이었다.
몇 년째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의 교육장에서 교육을 받았기에 이미 익숙한 장소, 다니던 길인지라 누군가에게 같이 가 달라고 요청하지 않고 아무 거리낌 없이 혼자 가는 것을 선택했다.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는 지하철 2호선 영등포구청역에 내려 5~6분 정도 걸어가면 되는 곳에 위치해 있다.
아무 부담 없이 편한 마음으로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영등포구청 역에 도착했고 개찰구로 나가기 위해 승강장 계단을 올라왔다. 그런데 예상밖의 모습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과장을 더해서 이야기하자면 위험천만한 지옥 같은 역사 모습에 교육장까지 어떻게 가야 하나 막막하기만 했다.
다만 나름대로 눈에 잘 띄게 하겠다고 사진과 같이 무늬를 띈 제품을 사용한 것이 다였다. 이게 비장애인들의 눈에야 잘 띄고 얼마든지 부딪히지 않고 쉽게 통과할 수 있는 형태의 공사 진행 상황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와 같은 시각장애인에게는 너무나 위험천만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몇걸음 걷다보면 불쑥 불쑥 막대기가 눈앞에 솟아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미 여러 번 왔던 곳이기에 흰지팡이도 챙겨오지 않았기에 어떻게 이곳을 통과해야 하나 난감하기만 했다.
아니 사실 그런 상황에서는 흰지팡이가 있어도 지지대가 워낙 가늘고 이곳저곳에 세워져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통과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결국 최대한 느린 걸음으로 조심조심 더듬어가며 그 곳을 통과해야 했다. 심지어 계단에까지도 이런 지지대가 잔뜩 설치되어 있어 평소보다 4~5배 이상 걸려 영등포구청역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교육장에 도착해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이렇게 리모델링이나 공사 등이 진행되는 곳에 대해서는 장애와 관련하여 안전조치에 대한 규정 등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인증 등의 제도는 우리들이 각각의 시설에 접근하고 이용하는데 불편을 줄이기 위해 만든 제도이지만 그 중심축이 설계와 완료시점에만 편중되어 있기에 그 시공 과정이나 리모델링과 같이 수정 보완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우리의 편의와 접근성을 보장해주는 인증제도로써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요즘은 재건축 보다는 리모델링을 더 자주 접하게 된다. 허가 자체도 어렵지만 아무래도 비싼 건축비용과 자원절약에도 효과가 있고 해당 시설이나 건물을 장시간 사용하지 못하는 공백도 어느정도 줄일 수 있기에 리모델링을 더 선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리모델링 진행 현장에서 우리 장애인들은 접근 가능성이나 편의는 고사하고 오히려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진정으로 장애물없는생활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설계와 건축 완료된 시설물에 대해서만 기준을 마련하고 심사할 것이 아니라 시공 과정이나 리모델링 과정 등에 대해서도 적정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지하철역사 등의 리모델링 공사가 빈번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러한 제도적 보완이 더욱 절실하다.
출처: 에이블뉴스
해당기사링크: https://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06&NewsCode=000620170915173628229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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