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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수] 지속성장이 가능한 사회디자인으로서 유니버설 디자인
편의지원센터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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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회의 미래전략은 무엇일까. 원희룡 도정은 국제자유도시추진이 그 전략이라 한다. ‘사람, 돈, 상품’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글로벌 공간으로서 선다면 제주의 富가 창출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또 하나는 예전부터 제주의 버팀 산업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 관광산업발전을 육성하는 것이 제주의 현재전략이며 미래전략일 것이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휴양형 의료산업과 건강산업 육성도 중요한 전략으로 국제자유도시의 그림 속에 추진하고 있다.

지난 10년 이상 국제자유도시 추진 결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11조 이상의 자본을 유치했고 10만명 이상의 인구유입, 경제성장률과 취업률 전국 1,2위수준이고 보면, 성장속도는 빠르다고 하겠다. 하지만 한정된 토지를 대상으로 하는 위락형 개발 자본 토대의 성장방식은 전국 최고수준의 땅값 폭등으로 서민들의 삶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에 따라 교통문제, 쓰레기문제, 지하수고갈 등 환경이 인내할 수 있는 총량을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 도민사회의 날선 지적이다.

지속성장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젠 생태와 환경,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도시로 미래비전과 개발전략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도민요구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제주사회가 사람이 자유롭게, 나아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왕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는지, 근본적인 물음이 있다. 관광과 휴양 차 제주를 찾는 외국인과 고령층, 장애인, 여성들을 위한 교통과 숙박, 정보, 안내 등에 사람 친화적 노력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살펴 볼 일이다.

중국인을 대상으로 도입한 이른바 ‘황금버스’는 도의회에서 적자운영에 대해 강하게 질타 받았지만,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한다면 휠체어이용 장애인의 접근은 가능할까. 이 버스는 색깔을 바꾸고 향후 2층 시티버스로 운행할 예정이라 하는데, 접근약자의 승차환경이 조성될지 모르겠다.

노형 소재 중국자본의 마천루급 신축빌딩 공사가 한창이다. 우근민 도정 때 제주도는 이 빌딩을 ‘랜드마크’로 하겠다던 홍보를 기억하고 있다. 근처에 고층호텔을 포함해 수개의 호텔이 세워지고, 사드 영향으로 이전만 못하지만 면세점 앞을 지날 때 교통체증은 감래하기 힘들다. 모자란 주차 공간, 보행자를 고려하지 않는 좁은 인도, 안전을 위협하는 철제 볼라드(차량진입 억제용 말뚝) 등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인간 친화적이지 않은 것이 랜드마크 주변이다.

제주도는 ‘국제안전도시’를 추구하고 있다. WHO로부터 안전도시 공인-정확히 말하면 안전한 의미의 도시가 아니라 안전을 추구하는 도시-을 받았고, 올해 3차 공인까지 받았으니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과 별개로 체감하는 여러 상황지표는 다르다. 교통사고 1위이고, 자살률은 꾸준히 증가추세이며, 약물중독율과 범죄율도 증가하고 있다. 생명이 경시되는 각종 지표가 제주사회의 현 지표이고 보면 거꾸로 가는 안전도시라는 일련의 비판도 공감한다.

제주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16년 말 현재 전체 인구의 13.9%로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불과 10년 후에는 노인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장애인 인구도 전체인구의 5%를 돌파하였고, 장애 발생 원인이 교통사고와 각종 산업재해, 안전미비 등 후천적 요인이 9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취약계층이 급속히 늘어난다는 의미다.

재난시 안전문제를 보자. 제주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인데, 지진이 나면 어떨까. 동사무소에 전화해서 장애인대피 매뉴얼이 있는지 확인해 보면, ‘글쎄요’라고 답변할 가능성이 크다. 학교 현장도 마찬가지다. 지진발생시 장애학생에 대한 대처 매뉴얼이 별도로 있는지, 내용의 부실함을 알게 되면 역시 곤혹스러울 것이다.

제주도 행정자료를 보면 재해위험지구의 마을에는 약 1만 이상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중 재해발생 시 신속히 이동하기 어려운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 1천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지진발생시 취약계층 구조행동요령이 없다. 지진, 슈퍼태풍, 온난화 등 제주도가 당면하고 있는 지리적 특수성을 감안하여 재난·재해 취약계층의 안전문제를 마련해야 한다.

자본과 시장주의만 작동되는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사회 구성원간 부의 격차와 갈등은 깊어지고  약자에 대한 존엄과 존중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젠 개방과 개발을 넘어서서 인간의 모습을 한 제주사회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제주의 형상이 인간적일 때 국제도시로서 세계인의 유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필자가 그려보는 인간적 제주사회의 형상은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는 사회이다. 환경과 인간이 공존하고 존중받는 생태 친화적 도시사회, 교통과 운송·건축물이 인간 친화적인 도시로서, 장애를 갖는 자(고령자, 외국인, 장애인, 아동)의 권리가 보호되는 사회가 제주의 미래사회이기를 기대한다. 이래야 지속성장이 가능한 제주사회라 생각한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디자인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는 설계이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어떤 공간에도 적용된다. 교통체계, 건축체계, 도시설계와 도시재생체계, 공산품체계, 안전설계와 생산품 체계를 모두 포함한다. 예를 들자면 모든 구성원이 승·하차가 편리한 저상버스, 턱과 계단 없는 접근로와 건축물 설계, 양손이용이 가능한 가위, 통역 애플리케이션, 재해·재난시 장애인을 포함한 탈출 장비와 시설 등 매우 다양하다.

애초 유니버설디자인으로 설계하면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다. 휠체어이용 장애인의 출입을 위해 계단을 까기보다 경사로를 같이 설치했을 경우 비용이 절약된다는 것이다. 임산부·노약자·장애인 등이 저상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면, 재정이 많이 드는 별도의 특별운송수단 확충을 줄여 적정선을 유지시키면서 장기적으로 비용이득이라는 정책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일본 동경의 경우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이며, 심지어 마을버스와 같은 체계도 저상버스이다. 반면 제주의 경우 제주시에 9대 운영 중인데, 추가확대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사회안전망’의 부분으로서 사회적 장애-언어장애인과 외국인의 언어소통 장애-를 극복하게 하고 장애를 예방하는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

넓은 인도, 충격을 완화하는 탄성 볼라드, 아동과 휠체어장애인의 눈높이와 외국인을 고려한 각종 사인 등 ‘교통디자인’과 외국인, 발달장애인, 노약자를 위한 복잡하지 않은 정보 제공 사인 등 ‘정보안내 디자인’은 시민들의 1차적 안전에 기여하며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2차적 장애를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 오게 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관련된 창조적 산업을 창출할 수 있고, 도시개발과 도시재생에 있어 인간적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이를테면 제주도심에 산재되어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철제 볼라드를 폐타이어를 이용한 탄성제품으로 대체할 경우 신규수요와 친환경기술개발은 물론 환경친화적 도시를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다.

원도심 재생사업에 건축물과 교통시설물, 인도 시설물과 정보사인에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면, 특히 외국인과 입도관광객들에게는 쾌적하고 안전한 접근권이 보장되어 더욱 찾고 싶은 장소가 될 것이다. 또한 유니버설디자인 전문가를 육성하는 ‘산·학·연협력체계’로 도내 관련 대학교에 ‘유니버설디자인 연구소’를 설치하여 제주인구의 특성인 고령사회에 맞는 디자인 개발, 휴양과 건강을 포함한 관광인프라 설계, 생활용품에서 보조공학 산업까지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 하고, 궁극적으로는 기업을 유치하거나 기업을 창출한다면 제주의 신산업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관광전략으로 유니버설디자인은 중요하며 중대하다. 2010년 한국관광공사의 '전국 관광지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조사'에서 설치율 현황을 보면, 제주는 전국의 16개 시·도 중 13위로 매우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과 미국의 경우 관광약자(장애인, 노인 등)의 관광시장규모를 3조 5천억과 15조 규모로 보고 있는데, 제주는 관광약자의 관광규모나 시장규모를 추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니버설디자인으로 설계된 관광인프라는 이 계층을 포함해 휴양·의료 관광객의 제주 유입을 촉진시킬 매개가 되며 제주의 부를 창출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다양한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인간의 안전을 추구하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제주사회를 변화·발전시키는 사회디자인으로서 가치를 충분히 갖고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자본의 논리에 동의하는 디자인이 아니다. 케이블카가 모두 편리하다고 해서 환경총량을 넘어서는 것이라면 동의하기 곤란하다. 지켜야 할 환경적·문화재적 가치가 큰데, 접근약자이기 때문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화북 ‘금산마을’의 옛 동네 길을 지키기 위해 마을 주민들이 나섰다고 한다. 제주도는 유니버설디자인을 이유로 들며 협소한 동네 길을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양쪽 다 일리가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사회구성원간 이해와 협의를 강조한다는 점은 분명히 밝히고 싶다. 현재 지속성장이 가능하게 하는 제주사회 재설계로서 ‘사회디자인’인 유니버설디자인 정책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도민공감대는 부족한 실정이다.

10여 년 전 장애인인권포럼과 같은 단체에서 화두를 던졌고 그간 행정의 관련조례가 제정되고 유니버설디자인계획과 무장애관광환경조성계획도 마련되었지만, 입체적이지 못하다. 지속발전과 안전도시, 인간 친화적 도시 비전의 전략적 사회디자인으로 유니버설디자인이 도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착근하기 위해서는 행정전체 다영역이 통합적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계속하여 거듭 주장해 왔지만 제주사회의 생태·환경적 특성을 반영해 “Jeju UD for People & Nature” 전략을 보다 통합적이며 세심히 의제화하여, 지속성장이 가능한 제주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출처: 제주투데이

해당기사링크: http://www.ijeju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20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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