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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스토리] "온수 트는데만 30분 걸려요"…시각장애인 눈물
편의지원센터
201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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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성은 기자·이나현 인턴기자 = 11월 들어 기온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김훈(45) 씨는 난방 걱정이 앞섭니다. 시각장애 1급인 그에게 보일러 가동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비장애인은 보일러 전원 버튼을 눌렀다 떼면 되는 간단한 일이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전원, 온도조절, 온수, 예약·외출 등 복잡한 조작 버튼을 구분하기 어렵죠.

 

이밖에도 비장애인에게는 일상인 일이 시각장애인에게는 불편한 경우가 셀 수 없이 많은데요. 점자표기나 음성 기능이 부족한 탓입니다. 점자는 손가락으로 읽을 수 있도록 고안된 문자로 모두 6개의 점으로 구성됐죠. 지난 16일 김훈 씨를 만나 시각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과 위험을 알아봤습니다.

 

◇ 불편·위험 감수해야 하는 겨울철 난방기구

"따뜻한 물을 틀려면 집 안을 수차례 왕복해야 해요"

김 씨의 집 보일러 조작기는 방 안에 있고 화장실은 거실로 나와야 갈 수 있습니다. 보일러에 점자 표시나 음성 안내 기능이 없어 어떤 버튼이 무슨 기능을 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온수 기능을 작동시킨 줄 알고 욕실에 갔다가 찬물이 나와 낭패 보기 일쑤입니다. 따뜻한 물을 트는 데만 30분이 걸리기도 하죠.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40만~50만 원을 더 내고 보일러 조작기에 음성 안내 기능을 추가해야 합니다. 그마저도 지원하는 보일러가 많지 않아 원하는 제품을 고를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이런 까닭에 온수 기능보다 조작이 더 어려운 전자식 온도조절은 "꿈도 못 꾼다"고 김 씨는 말합니다. 대신 그는 전기장판이나 온수 매트 같은 전열기기를 이용하는 데요. 여기에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이 따릅니다.

회전식으로 돼 있는 전기매트의 온도조절 장치는 소리가 나지 않아 어느 단계로 바뀌었는지 알 수 없죠. 김 씨는 "우선 온도를 높였다가 뜨거우면 다시 버튼을 조작해 낮춘다"며 다소 원시적인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전열 기구를 높은 온도로 오래 사용하면 자칫 화상을 입거나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4년 전기 사고로 인한 화재는 전체 화재의 약 20%인 8천287건에 달하는데요. 지난해 2월 전남에서는 전기장판 화재로 시각장애인 A(61) 씨가 사망했습니다.

 

◇ 화재 시 대피할 방법 없어

더 큰 문제는 화재와 같은 위험 상황이 닥쳐도 대응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10만 명당 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4.7배 많습니다. 시각장애인은 자주 이용하는 건물일지라도 비상구의 위치나 대피경로를 비상시에 파악하기는 어려운데요.

 

지난 5월 시각장애 1급 남성이 비상구 문을 열었다가 5층 높이에서 떨어져 추락사했습니다. 문을 열면 바로 건물 외부로 이어지는 이른바 '낭떠러지 비상구'였습니다. 2016년 개정된 다중이용업소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낭떠러지 비상구에 경보음 장치와 추락위험 알림판을 설치해야 하는데요. 소급 적용이 되지 않아 해당 건물에는 경보음 장치가 없었습니다.

제대로 된 화재 대응 매뉴얼도 부족한 실태입니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시각장애인 재난 대응 매뉴얼'을 발간해 배포했습니다. 하지만 매뉴얼의 '화재발생 시 행동요령'에는 "자력 대피가 어려우면 본인의 장애를 알리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다"는 점 외에 비장애인의 행동요령과 다른 사항은 없죠.

김 씨는 특히 최근 발생한 지진을 언급하면서 "시각장애인이 위급 시 어디로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체계가 없다"고 지적합니다.

◇ 점자표기 없는 의약품…독약이 될 수도

난방으로 인한 화재 외에도 생활 곳곳에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의약품입니다. 의약품에 점자표기가 없다 보니 오남용 위험이 큽니다.

한국임상약학회지에 소개된 한 시각장애인은 "속이 불편해서 소화제인 줄 알고 먹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설사 유도제였다"고 하는데요. 김훈 씨 역시 "여러 종류의 안약을 넣을 때 구분할 수 없어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현행 약사법시행규칙은 "시각장애인을 위하여 제품의 명칭, 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의 상호 등은 점자표기를 병행할 수 있다"고 '권고'에 그치죠.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점자표기 된 약품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센터가 시중에 유통 중인 일반의약품 6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단 4개 제품만 제품명이 점자로 표기돼 있었습니다.

의약품에 대한 점자표기를 의무화하는 약사법 개정안은 매년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폐기되는데요. 올해에도 지난 4월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계류 중입니다.

◇ 개선 막는 잘못된 통계

매번 지적되는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 씨는 점자 해독이 가능한 시각장애인 수가 왜곡돼 알려진 점을 이유로 꼽습니다.

김훈 씨가 일하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여러 불편 사안에 대해 정부 부처 및 기관에 개선을 요구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번번이 돌아오는 대답은 "시각장애인 중 점자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이 5%밖에 안 되는데 소수를 위해 예산을 투자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해당 통계는 2014년에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한 '장애인 실태조사'입니다. 당시 전체 시각장애인 중 5.1%만이 점자 해독이 가능하다고 응답했죠. 하지만 저시력 시각장애인이나 한쪽 눈만 실명한 경우 점자는 부수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굳이 점자를 익힐 필요가 없습니다.

반면 같은 해 국립국어원이 점자가 꼭 필요한 1~4급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41.6%가 점자를 읽을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같은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올해 시행되는 실태조사는 적합한 대상자를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하는데요. 김 씨는 "다양한 캠페인과 활동으로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결과"라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사회적 인식이 변한다면 시각장애인의 생활도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인포그래픽=정예은 인턴기자

 

출처: 연합뉴스

해당기사링크: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7/11/21/0200000000AKR201711211578007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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