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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들 "근대골목 나들이엔 장애 없어요"
편의증진센터
201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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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가족의 겨울 여행' 전국 60여 명 대구골목투어
 
  한국관광공사 주관 '장애우 가족과 함께하는 겨울여행'에 참가한 60여 명의 장애우들이 15일 대구 근대골목을 찾았다. 휠체어를 탄 한 장애우가 계산예가를 둘러본 후 휠체어리프트를 타고 내려오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15일 대구 중구 계산동 2가 시인 이상화 고택. 휠체어를 탄 임오근(53`서울) 씨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고택 곳곳을 구경하고 있었다. 방명록에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기기도 하고, 고택을 배경으로 부인`아들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추억을 담았다. 임 씨에게 가족여행은 결혼 후 처음이다. 지체장애 2급인 임 씨에게 여행은 꿈같은 일이었던 것. 하지만 이날 임 씨와 그 가족에게 장애는 '벽'이 아니었다. 이상화 고택에서 근대문화체험관인 계산예가, 한의약박물관까지 임 씨는 가족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임 씨는 "건물마다 진입장벽 턱이 없고 어디든 휠체어로 들어갈 수 있는 리프트나 경사로가 설치돼 있어 이동이 편리하다"고 말했다.

60여 명의 장애우 가족 관광객이 대구 근대골목투어 문을 두드렸다.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장애우 가족과 함께하는 겨울여행' 사업을 통해 14, 15일 이틀간 대구를 방문한 것.

대구 근대골목투어는 지난해 한국 관광의 별 '장애물 없는 관광자원' 부문에 뽑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장애우 가족들의 이번 골목투어 체험은 '골목투어가 장애물 없는 관광자원인가'를 시험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았다. 장애인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는 칭찬도 나왔지만 아쉬운 점 역시 많다는 지적도 있었다.

참가자들이 탄성을 지른 부분은 근대문화체험관 계산예가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 한옥 형태로 지어진 계산예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30㎝ 높이의 턱이 있어 휠체어로는 이동이 어렵다. 중구청은 장애인들의 편리한 이용을 위해 지난해 계산예가를 지으면서 휠체어가 오르내릴 수 있는 리프트를 설치했다. 뒤에서 누군가 밀어줘야만 올라갈 수 있는 경사로와 달리 리프트는 기계의 힘을 빌려 편리하게 계산예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체장애를 앓아 휠체어를 탄 딸(7)과 함께 온 김언정(43`여`인천) 씨는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를 설치한 곳은 봤지만 리프트가 있는 곳은 처음 봤다"며 "큰 힘 들이지 않아도 입장이 가능해 편리하다"고 놀라워했다.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았다. 이상화 고택을 둘러보고 한의약박물관으로 이동하는 구간은 장애인에겐 위험천만한 보행길이었다. 인도와 차도 구분이 되어 있지 않아 장애인들은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들을 피하기 위해 양손으로 휠체어를 힘껏 끌며 아슬아슬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중구청이 옛 거리를 재현하기 위해 꾸며놓은 울퉁불퉁한 화강판석 보도블록도 휠체어 이동에 걸림돌이 됐다. 지체장애 2급 김정아(43`여`서울) 씨는 "바닥에 울퉁불퉁한 돌이 있으면 휠체어를 밀 때 돌과 부딪치면서 생기는 충격이 몸으로 그대로 전달된다"고 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의 이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동하는 내내 어디에서도 노란색 점자블록은 보이지 않았다. 지체장애 2급 지명덕(48`여`서울) 씨는 "요즘은 거리 미관을 위해 깔렸던 점자블록도 없애는 경우가 많은데 지팡이에 의지해 걸어가야 하는 시각장애인들은 점자블록이 없으면 걸어가기 어렵다"며 "이렇게 차가 쌩쌩 달리는 보도에 시각장애인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배려가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장애 없는 골목투어를 만들기 위한 재치 넘치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장애인용 골목투어 가이드북을 만들자는 것. 현재 제작된 골목투어 가이드북에는 동산병원에서 이상화 고택으로 가기 위해 90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계단 이용이 힘든 장애인들은 이날 계단을 대신해 제일교회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여행에 동참한 에이블복지재단 한정재 사무국장은 "이번에는 가이드 안내를 따라 제일교회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지만 몰랐다면 계단을 보고 당황했을 것"이라며 "장애인 혼자서도 골목투어를 다닐 수 있도록 휠체어 탐방로를 만든다면 더 많은 장애인들이 골목투어를 찾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문화관광해설사 조영수(56`여) 씨는 "5년 동안 골목투어 해설사를 하면서 골목투어 이용의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오늘 '왜 점자블록이 없느냐'는 질문을 듣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며 "'장애 없는 관광자원'에 골목투어가 선정된 만큼 앞으로 장애인을 더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장애인의 입장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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