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체험을 하는 기자. 버스도착안내방송을 듣고 일어섰지만 버스 출입구를 찾아 탑승하기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사진=유승목 기자 |
"눈 감고도 다닐 수 있다고요? 한 발짝 내딛기도 힘들걸요."
2018 평창패럴림픽이 열려 장애인 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이들의 불편함은 비장애인들이 쉽게 공감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일상적으로 다니는 길, 이용하는 버스·지하철마저도 장애인들에게는 두렵고 힘든 여정이다. 이를 조금이나마 파악하고 공감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안대를 쓰고 시각장애인 체험을 해봤다.
◇대중교통 이용 경력 20년, 겁부터 덜컥
지난 14일 오전 10시 서울특별시립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시각장애인 체험을 결정한 뒤 긴장한 채 앉아 있자 홍은녀 복지관 직업재활팀장이 밝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시각장애인인 홍 팀장은 "정말 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시각장애인의 보행권 문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세심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말로는 쉽게 와닿지 않아 곧바로 테이블에 놓여 있던 검은 안대와 흰 지팡이를 들었다. 이옥천 교육관이 도움을 주겠다고 나섰다. 그는 "시각장애 체험은 결코 쉽지 않다"며 주의사항과 함께 보행법을 설명했다.
시각장애인에게 흰 지팡이는 앞이 보이지 않는 그들의 촉각을 연장해 안전을 지켜준다. 자신의 몸처럼 다뤄야 한다는 것. 이 교육관은 "빛 지각 자체가 불가한 전맹 체험을 하기 때문에 항상 지팡이를 좌에서 우로 훑으며 장애물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체험은 복지관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7호선 중계역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경로로 정했다.
검은 안대를 끼니 앞이 컴컴했다. 오감 중 하나가 사라지니 바깥이 낯설었다. 겁이 나기 시작했다. 망설이다 한 걸음 내딛고 또 주저하는 일이 반복됐다. 복지관에서 30m 떨어진 버스정류장까지 가는데 3번이나 교육관을 불렀다. 그저 주위에 의존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해 타야 할 버스가 언제 오는지 기다렸다. 의지할 것은 안내방송 뿐이었지만 차량 소음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신경이 곤두서고 불안했다.
복지관에서 점자교육을 담당하는 시각장애인 최상민씨(33)는 "정확히 어느 위치에서 타야 하는지, 어떤 버스가 내가 타야 할 버스인지 알 수 없어 버스를 놓치고 하염 없이 기다릴 때가 많다"고 말했다.
잠시 뒤 버스가 도착했지만 출입문을 찾기가 힘들었다. 지팡이를 뻗으며 헤매니 "버스를 세게 치지 말라"는 버스 기사의 핀잔이 돌아왔다. 그러고 나서야 버스에 겨우 올라탈 수 있었다. 기사의 도움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다소 아쉬운 대목이었다.
점자유도블록이 없어 보도 화단에 붙어 걷다가 자전거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왼쪽).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보도에 점자유도블록이 설치되지 않아 불편했다. /사진=유승목 기자
◇걷다가 '쿵', 곳곳이 위험천만
출처: 머니투데이 해당기사링크: http://news.mt.co.kr/mtview.php?no=2018031414562474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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