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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IN] 패럴림픽 폐막 일주일…장애인 이동권 현주소는
편의지원센터
20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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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리포트 맥]

[앵커]

'장애인 축제'인 평창동계패럴림픽이 폐막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각국을 대표한 선수들은 구슬땀을 쏟아내면서 갈고 닦은 기량을 선보였지만, 국민적 관심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평이 많았는데요.

일상에서 장애인들의 삶은 어떨까요.

김지수 기자가 장애인들의 이동권 문제를 이번주 현장IN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패럴림픽을 계기로 장애인 복지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지만 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을 비장애인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를 조금이나마 파악하고 공감하기 위해 안대를 쓰고 외부활동을 하는 흰 지팡이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검은 안대를 끼니 앞이 컴컴해지고 한 걸음을 내딛기도 주저하게 되는 낯선 세상이 찾아왔습니다.

길을 나서고 직선으로 10여미터를 이동하면서도 옆 교육관에게 맞게 길을 가고 있는지 수차례 묻게 됩니다.

점자블록을 따라가려 했지만, 일반 보도블록과 구분이 쉽지 않고, 길가 곳곳에 세워진 블록 위 차량들로 길이 막혀 있습니다.

인도와 인도 사이에 작은 건널목에선 블록이 끊겨 갈 길을 잃고 방향을 잡기가 불가능해 차로에 그대로 방치돼 위험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블록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상황에서 주변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차량의 소음은 불안감을 키웠습니다.

제가 한 보행은 버스정류장까지의 목적 보행이었습니다.

불과 300미터 정도 거리였지만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되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점자블록 배치가 늘었다고 하지만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함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동성 /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 관장> "지하철에서 단독보행을 해서 지하철 역을 가다보면 유도블록이 너무 많이 설치가 돼 있어요.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정도로 정신 없이 돼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인지 아니면 전시행정성 유도블록인지 모를 경우가 많습니다."

곳곳에 설치된 차량진입억제용 말뚝, 볼라드도 시각장애인이 부딪쳤을 때 상처를 입거나 넘어져 다칠 위험이 크고 때론 점자 블록을 가로막고 설치된 경우도 있습니다.

비장애인들에겐 일상인 지하철 환승도 장애인들에겐 두렵고 힘든 여정이 됩니다.

지난해 1년간 22개 지하철역 40개 구간에 대해 조사한 결과 비장애인 환승시간은 평균 4.2분이었지만, 휠체어 이용 환승 시간은 5배에 가까운 21분에 달했습니다.

길게는 환승에만 40분이 걸리는 역도 있었습니다.

저 같은 성인남성의 보통 걸음걸이로 약 5분 정도 소요되는 환승구간입니다.

하지만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할 경우 직원을 호출한 후 대기하는 데에만 7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48살 황인현 씨의 환승 과정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호출을 받고 온 직원의 도움으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승강장엔 이미 다음 열차가 도착했다 다시 출발합니다.

지하철에서 내려 옆을 지나가는 승객 중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리프트를 신기한 듯 쳐다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환승하는 동안 계단을 세 번 오르내려야 하는데 엘리베이터가 있는 구간은 없습니다. 역 설계 당시 교통 약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던 겁니다.

<황인현 / 전동휠체어 이용자> "우리가 시간 맞춰 나오면 약속을 못지켜요. 환승하는데 일반 사람들이 빨리 하는데 우리는 한 시간은 먼저 나와요."

지하철 곳곳에서 운영되는 휠체어 리프트는 그 자체로도 장애인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휠체어를 탄 70대 남성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다 계단 아래로 추락합니다.

왼쪽 팔이 불편해 역무원 호출버튼을 누르려면 오른손을 이용했어야만 해, 계단을 등지고 버튼을 누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이 남성은 사고 후 석달 만에 숨졌습니다.

<박김영희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공동대표> "무거운 전동휠체어가 계단 위에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타는 심정으로 내려와야 하거든요. 맨날 절벽 앞에 선 기분이에요. 이 공포를 넘지 않으면 지하철을 탈 수 없기 때문이거든요."

9년 전 인권위원회는 사고가 잦은 휠체어 리프트를 없애고 장애인 승강기를 설치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서울 지하철에만 27개 역에서 휠체어용 리프트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지하철 14개 역에 대한 교통약자 지도를 내놓고 올해 33개 역의 환승지도를 업데이트한 협동조합 '무의',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진 조사 과정에서 교통약자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상황을 많이 마주했다고 말합니다.

<홍윤희 / 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리서치 하는 과정에서 휠체어 눈높이에서 표지판을 보다보니까 그 표지판이 교통약자의 눈높이에 없다는걸 알게 됐어요. 정확한 정보만 제공이 돼더라도 교통약자들이 나가는데 많은 힘을 얻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휠체어를 모는 딸을 둔 홍 이사장은 궁극적으론 교통약자인 장애인에게 별도의 지도가 필요 없는 사회가 오길 바라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현장인이었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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