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박모씨(29)는 최근 광주 서구 상무대로 한 교차로 앞 보도를 걸어가다 인도 위에 세워진 볼라드에 걸려 넘어져 크게 다칠뻔했다. 전화 통화를 하고 가던 중 약 30㎝ 높이 석재로 만들어진 볼라드에 다리가 걸린 것이다. 다행히 정강이 부분에 작은 멍이 생기는 데 그쳤지만 휴대폰을 떨어트려 액정이 파손됐다.

박씨는 “보행자를 위해 만든 볼라드를 이렇게 낮게 만들면 야간엔 보이지도 않는다. 볼라드에 걸려 넘어질 뻔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고 호소했다. 



광주지역에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차량 진입을 막는 용도로 설치된 볼라드가 오히려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법정 규격에 맞지 않게 설치된 볼라드가 수두룩한 데다 반사판도 떨어진 상태로 방치돼 어두운 밤에는 보행자를 위협하는 흉기로 돌변하고 있어 정비대책이 시급하다. 

25일 광주시와 5개 자치구에 따르면 현재 광주 지역에는 총 1만 6524개의 볼라드가 설치돼 있다.

볼라드는 보행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차량 진입을 막는 용도로 설치한 것으로 지난 2006년 규격 등 설치 기준이 마련됐다.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행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통행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밝은 색의 반사도료 등을 사용해 쉽게 식별할 수 있어야 하며 보행자들이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80~100㎝ 내외이며 지름은 10~20㎝여야 한다. 

또한 보행자 등의 충격을 흡수하면서 속도가 느린 차량의 충격에 견딜 수 있도록 우레탄 등의 재질이어야 한다. 

하지만 규정이 마련된 2006년 이전에 설치된 볼라드는 대부분 현재 기준에 맞지 않게 설치돼 있다.

높이도 낮게는 30㎝로 설치된 것도 있으며 지름이 30㎝가 넘어가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레탄 소재가 아닌 철제·석재로 만들어진 것도 많아 보행자, 특히 시각장애인이 부딪혔을 때 위험하기도 하다. 

반사도료 등도 지워진 것이 많아 낮게 설치된 볼라드에 의한 차량 파손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실정이다.

더욱이 볼라드의 0.3m 앞에는 시각장애인이 확인할 수 있도록 점형 블록을 설치해야 되는데 이마저도 없는 것이 많다. 

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점형 블록이 없으면 시각장애인들은 이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일반적인 보행자는 물론이고 시각장애인들에게는 흉기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볼라드 설치 기준이 마련된 이후 규격에 맞지 않은 볼라드를 재정비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지자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자치구 관계자는 “현재 광주시에 기준에 맞지 않아 개선이 필요한 볼라드는 7667개로 조사돼 있다”며 “민원이 자주 들어오는 지역을 위주로 교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예산 확보에 한계가 있어 내년까지 전부 교체할 계획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광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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