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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법원·검찰청 앞에서 ‘장애인 보행체험’ 해봤더니…
편의지원센터
2018-04-20
5833

 

 

 

횡단보도 등 인도턱 높아 휠체어 진입 어려워
시각장애인 점자블록 설치도 제대로 안 돼…횡단보도 음향신호기도 미설치
시민들 “어렵고 힘든 사람에 대한 배려 없는 사회, 적극적 개선 노력 필요”
지난 15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부산지방법원과 부산지방검찰청 앞 인도에서 장애인 보행 체험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높은 턱 때문에 인도에 들어가지 못하고 차도로 휠체어를 밀고 있다.
지난 15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부산지방법원과 부산지방검찰청 앞 인도에서 장애인 보행 체험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높은 턱 때문에 인도에 들어가지 못하고 차도로 휠체어를 밀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부산 연제구 동해선 거제역 앞에선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부산참여연대와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부산지법과 부산지검 청사까지 한 바퀴 돌아보는 ‘장애인 보행 시민체험’ 행사를 벌였다.

 

휠체어에 사람을 태우거나 안대를 하고 흰 지팡이를 든 시민 60여명이 거제역을 출발했다. 곧바로 오르막길이 나타났다. 휠체어를 미는 시민들은 용을 써서 금세 얼굴이 붉어졌다. 거제역 건물과 맞물리는 구간에선 인도 폭이 1m가량으로 절반이나 좁아졌다. 한 시민이 “그나마 일요일이라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 다행”이라고 중얼거렸다.

 

차로를 건너가려고 하자 거제대로 쪽으로 빠져나가는 차들이 잇따라 지나갔다. 횡단보도로 이어지는 인도 끝 지점의 경사 때문에 휠체어를 붙잡느라 시민들이 긴장했다. 행사 지원 나온 경찰이 차도를 막아서고 나서야 안전하게 길을 건널 수 있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한 관계자는 “차량도 잘 살펴야 하지만, 평소엔 마음대로 나아가지 않는 휠체어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 오늘은 행사 때문에 편하게 길을 건너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부산지방법원 앞 인도에서 시민들이 장애인 보행을 체험하고 있다.
지난 15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부산지방법원 앞 인도에서 시민들이 장애인 보행을 체험하고 있다.
10여m 폭의 차도를 건너자 높이 3㎝가량의 인도턱이 나타났다. 차도를 지나 빌딩 주차장 진입로를 통해서야 인도로 들어설 수 있었다. 힘들게 진입한 인도에서도 곳곳에 세워진 가로수를 피해 가야 했다. 인도는 평평하지 않고 차도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휠체어를 끌던 한 시민은 미끄러져 차도 쪽으로 넘어질 뻔했다. 행사에 참여한 김아무개(42)씨가 재빨리 잡아줘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

 

검찰청사 앞의 횡단보도를 건너자 다시 높이 2㎝가량의 인도 턱이 나타났다. 휠체어에 앉은 시민이 세게 밀어도 헛도는 바퀴 때문에 올라갈 수 없었다. 보다 못한 다른 시민이 휠체어를 뒤에서 밀어 겨우 인도로 올라설 수 있었다. 김씨는 “어렵고 힘든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회”라고 혀를 찼다.

 

검찰에서 법원 청사로 뻗어 있는 150m 구간 폭 6m가량의 인도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없었다. 점자블록은 선형과 점형 블록으로 나뉘는데, 선형 블록은 시각장애인에게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려주고, 점형 블록은 횡단보도나 갈림길 등의 길 정보를 제공한다. 이 인도에는 선형 블록이 없었다. 안대를 한 시민들은 인도를 지나다 벽으로 향하거나 가로수에 부딪혔다. 법원 청사 앞의 두 횡단보도 가운데 한 곳에는 시각장애인에게 횡단보도를 알려주는 음향신호기도 설치되지 않았다.

 

지난 15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부산 검찰청 앞 횡단보도에서 장애인 보행 체험행사에 참여한 한 청소년이 휠체어를 밀어 인도로 올라가려고 하고 있다. 인도 턱이 높아 애쓰고 있다.
지난 15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부산 검찰청 앞 횡단보도에서 장애인 보행 체험행사에 참여한 한 청소년이 휠체어를 밀어 인도로 올라가려고 하고 있다. 인도 턱이 높아 애쓰고 있다.
고숙희(27)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법원·검찰로 가는 길은 턱도 많고, 경사로도 심하다. 장애물도 많다. 대중이라는 말에 장애인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최영애(76·사하구)씨는 “장애인이 법원·검찰에 가려면 사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모두 함께 살아가려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지자체 등의 적극적 개선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와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연제구 등 관할 행정기관에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개선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출처: 한겨레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840925.html#csidx2063349311e6ed298830decb99f98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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