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수준의 응대법 관광에 접목한 것에 불과
▲ ‘무장애관광 서비스 및 인식 개선 매뉴얼’ 표지. ⓒ서인환
서울시에서는 서울다누림관광센터(1670-0880)를 설립하여 무장애 정보를 제공하고, 특장차 운영 등 여행 편의를 제공하며, 관광 종사자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을 실시하고, 무장애 인증제를 실시하며, 무장애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다. 아직 홈페이지는 운영하고 있지 않으나 개발 중에 있다.
서울다누림관광센터에서 발간한 무장애관광 서비스 및 인식개선 매뉴얼(이하 무장애 매뉴얼)은 관광을 즐기기 위한 장애인 당사자를 교육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관광 종사자에게 매뉴얼을 제공하고 교육하기 위한 것이다. 종사자 교육에 충분한 정보를 담고 있는지, 잘못되거나 인식에 오히려 오해를 일으킬 요소는 없는지 살펴보았다.
무장애 매뉴얼은 한 마디로 만족하기 어려웠다. 유니버셜 디자인의 개념을 도입하여 무장애관광의 7대 원칙을 설명하였는데, 이 원칙을 무장애 관광 시설과 편의제공, 서비스 등에 충분히 녹여내지 못하였다.
내용은 보편적 디자인이 아닌 장애인 편의제공에 한정하여 기술되어 있는 편이었다. 무장애관광 환경은 물리적 제약을 제거한다고 설명하여 물리적 환경 외에 서비스를 포함시켜 설명하지 않은 것도 물리적인 해결만으로 충분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물리적 제약을 제거하여 관광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무장애관광이라면 매뉴얼도 서비스 응대가 아니라 물리적 제약을 논했어야 했다. 그런데 매뉴얼은 물리적 제약도 아니고, 편의제공도 아니고, 단지 장애인 응대법이었다. 또한 설명사진의 장애인마크가 법적 표준 마크가 아니었다.
유니버셜 디자인을 서론에서 설명하였지만, 각론은 디자인과 무관한 응대법의 설명이었다. 1장은 무장애관광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세계관광기구(UNWTO) 선언을 비롯하여 국내외 관광취약자를 위한 법들을 소개하였는데, 매우 비중이 큰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무언가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2장에서는 관광취약자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였는데, 지자체별 조례들을 표로 제시하고 호주에서의 개념을 소개하면서 조작적 정의를 하였다. 이 정의에서 의사소통의 접근과 이동의 접근을 기준으로 약자를 정의하였다. 의사소통의 장애를 발달장애인을 포함하지 않고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포함시켜 시각장애인을 의사소통 장애인처럼 언급하였다.
3장에서는 무장애 관광을 위한 에티켓에 대하여 기술하였다. 인권존중, 적시성, 분리금지, 소통다양성, 최소설비 등의 원칙을 설명하고 장애의 올바른 용어를 설명하였는데, 그 외의 응대법이나 에티켓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4장은 관광안내소 서비스 매뉴얼을 제시하였다. 지체장애인에게는 주로 일반 응대법과 휠체어를 밀어주는 방법을, 청각장애인에게는 통역 전화 사용법을, 시각장애인에게는 점자비치와 상황 설명방법을 설명하였다. 안내소의 편의시설 기준이나 관광에 대한 필수 정보가 무엇인지 등은 언급하지 않고, 응대법과 도움을 주는 방법에 대한 설명에 그친 것이 아쉽다. 특히 시각장애를 시각약자란 새로운 용어로 사용하여 낯설었다.
5장은 관광지 안내 매뉴얼을 제시하였다. 관광통역사나 문화해설사를 위한 가이드 매뉴얼인데, 장애인 희화언어를 조심하라는 것과 장애인 화장실을 이용하기 편한 코스로 안내하라는 것, 행동이 느림을 숙지하라는 것, 시각장애인에게 팔을 잡도록 하라는 것, 청각장애인에게 손말이음센터를 이용하라는 등의 안내가 포함되어 있다.
시각장애인의 안내법은 너무나 빈약하다. 계단오르기, 좁은 길 통과하기, 팔 위치 바뀌기, 반보 앞서서 걷기 등 안내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었고, 구화를 사용하는 장애인을 위하여 입술을 볼 수 있도록 마주보고 대화하라는 정도의 안내도 없었다.
숙박 서비스 매뉴얼은 편의제공에 대한 정보 제공은 관광공사와 특정 호텔의 홈페이지를 예로 보이는 것에 그쳤다. 홈페이지의 웹접근성을 준수하도록 안내하여 교육하는 것도 아니고, 숙박시설의 갖추어야 할 편의시설에 대한 기준을 교육하는 것도 아니었다.
통과 폭이나 엘리베이터, 단차, 진입로 등 요소요소의 편의시설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것이다. 카운터에서의 간단한 응대법과 보행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의 도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종사자 교육으로서는 너무 초보적이다.
레스토랑은 숙박매뉴얼에 포함하여 설명하였는데, 별도로 레스토랑 종사자 매뉴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장애인은 숙박시설의 식당만 이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하여 문을 반쯤 열어두지 말아야 한다거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을 위하여 단차를 제거해야 한다는 설명은 없다.
1장과 2장에서는 물리적 환경에서 제약을 제거한다고 하였는데, 세부 매뉴얼에서는 제거한 시설은 없고 전문 서비스 수준도 아니고, 장애인 도우미의 기초 수준의 응대 매뉴얼에 그치고 말았다. 숙박시설에서 안내견에게 먹을 것을 주지 말라는 안내보다 배변장소를 지정해 두라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다.
7장 교통수단 매뉴얼에서는 교통수단별 가능한 또는 적절한 편의를 제공한다고 하여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알기 어렵다. 막연한 설명이다.
그리고 장애인 탑승시 5분 정도 더 걸린다고 다른 승객에게 양해를 구한다는 설명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장애인 입장에서는 주의를 끌게 되고 자신에게 특별한 대우를 한다는 인식을 다른 사람에게 노출시키고, 부담을 주는 것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시각장애인이라고 무조건 도움을 주기 위해 행선지를 물어보는 것은 고마울 수도 있지만 길을 잘 아는 이에게는 과잉행동이 될 수도 있다. 장애인콜택시에 대한 내용은 종사자 교육이 아니라 콜택시 제도 홍보물과 같이 되어 있다.
대한항공 앱을 소개하는 것은 종사자 매뉴얼로 보기 어렵고, 배터리 운송기준에 대한 설명은 종사자가 더 잘 알고 있을 문제이다. 여기서는 장애인에게 하는 교육인지, 종사자에게 하는 서비스 매뉴얼인지 혼란스럽다.
8장 부록에는 무장애관광 체크리스트를 제공하고 있는데, 부적절하거나 불충분하다. 예를 들어 항공서비스는 탑승 가능한 배터리 식별이 가능한가라는 한 항목밖에 없다. 이것이면 체크리스트는 통과되겠지만, 그것으로 무장애관광 서비스는 절대 충분하지 않다.
택시의 경우 탑승하려는 승객의 장애여부를 알 수 있는가와 시각이나 청각장애인의 경우 얼굴표정이나 반응을 살피며 응대하는가를 체크한다. 탑승자가 장애인인지 눈치를 채면 되는 것인지, 시각장애인의 표정을 살펴서 어디 쓸려고 하는지 궁금하다.
종합하여 말하면, 관광이라는 물리적 환경개선에 대한 교육은 거의 없다. 서비스는 업무를 장애인 자원봉사 수준의 응대법을 관광에 접목한 것에 불과하다. 너무나 기초적이면서도 누락되거나 전문적 현장에서 필요한 요소로는 너무나 부족하다.
그리고 이 매뉴얼 작성에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와 무장애 관련 장애인단체, 관광전문가와 관광학계의 참여가 얼마나 있었는지 궁금하다. 특히 장애 유형별 당사자의 참여가 제대로 있었다면 이 정도 수준의 매뉴얼이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내 최초의 무장애 관광 매뉴얼이라는 자부심이 걸맞지 않다. 오히려 관광 종사자에게 응대법을 왜 그래야 하는지는 모르고 단지 장애인에게는 어떻게 하면 된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주지는 않을까 두렵다. 자원봉사자나 시민의 장애인 에티켓 또는 응대법을 관광 조사자 업무라는 제목 아래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
출처: 에이블뉴스
해당기사링크: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06&NewsCode=000620181113034104027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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