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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어떤 의미인가?
편의지원센터
201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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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0년을 맞았다. 2017년 말까지 장애인 차별 진정은 1만 1천 건을 넘어섰는데, 매년 1천여 건 이상의 진정이 접수된 셈이다. 법 제정 당시의 열망만큼이나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열망만큼이나 실망도 클 수 있다. ‘장차법 활용하기’ 연재의 마지막 편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열망과 실망 사이의 간격을 짚어보고자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열망과 기대
집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아니 어쩌면 집 안에서부터 장애로 인한 차별과 냉대가 잔혹했던 시기가 있었고, 그 시기를 지나 장애인 당사자들이 그 경험을 이야기했던 때가 있었다. 차별받았고 홀대 당해왔던 설움만큼이나 장애인 차별금지법에 대한 열망은 대단했다.
모든 장애인 인권단체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각기 다른 운동 철학과 색깔을 잠시 내려놓고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라는 조직으로 뭉쳤을 만큼의 염원과 응집의 힘은 대단했다. 2007년 4월 11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었던 순간, 앞으로 장애인차별에 대해 마음껏 하소연할 수 있고, 기꺼이 장애인편을 들어줄 것이라 굳게 믿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던 장애인 당사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단지 장애인편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차별을 한 자의 뒤늦은 변명이나 들어주고 있으며, 설혹 인권위가 차별이라고 인정하더라도 엄한 징벌이 아닌 ‘인권교육’정도라는 것을 알고 실망을 금치 못하는 경우가 있다.
법 제정 운동을 함께 했던 활동가로서, 지금은 장애인차 별사건의 조사관으로서 약간 다르기는 하나 솔직히 실망을 감출 수 없는 때가 있고, 무력감에 휩싸일 때가 있다.
장애인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진정이 제기되어 조사를 시작하면 제일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왜 장애인 편이 돼주지 않느냐” 라는 항의다. ‘적어도 장애인의 편에서 장애인의 말을 들어주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것이다. 진정을 제기했는데, 내 말보다 상대방의 변명을 더 많이 듣는 거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정말 센 법이다. 장애인이 차별로 인한 피해가 있다고 주장하면 그 피해가 외형적으로 확인 되지 않더라도 법에 의한 조사대상이면 진정인의 주장만으로 조사가 개시된다. 조사가 개시되면 진정을 제기당한 상대방은 그것이 차별이 아니었음을 입증해야하는 책임이 생긴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기업, 개인도 피해갈 수 없다. 심지어 이웃, 친구, 가족까지도 장애인 당사자가 진정을 제기하면 조사를 받게 된다.
간혹 조사를 개시하게 될 때 조사를 당하는 피진정인이 굉장히 황당해하기도 하고, 조사에 강력하게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는 조사해서 차별이 아닌 경우 그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장애인차별금지법은 강력한 법이고, 출발부터 장애인 당사자 주장만으로 시작되는 것만큼 장애인의 편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조사를 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듣는 것은 상대방이 차별이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고 그 입증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만 상대방도 차별이었음을 인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구제율이 너무 낮다?
10여 년 동안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인해 차별이라고 인정된 사건이 452건으로 집계된다. 전체 진정사건 1만 1천 건 중 0.4%정도에 불과하기에 너무 낮은 비율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수치만 보면 장애인차별사건에 대한 구제율은 정말 형편없다.
하지만 장애인차별진정사건 1만 1천여 건 중 장애인차별 사건이 아니거나 조사 중에 취하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인 6천여 건에 달한다. 조사가 끝까지 진행되는 경우는 5천여 건이며, 다시 5천여 건에서 ‘구제조치 권고(인용)’, ‘조정·합의’, 조사 중에 진정인이 원하는 바대로 조치가 이뤄져서 ‘더 이상의 구제조치가 필요치 아니하는 경우의 사건이 45.3%로 절반 정도가 된다. 순수하게 차별이 아닌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는 52%로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또한 조사 도중에 취하된 사건 중에는 원하는 조치가 이뤄져 취하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조사대상 중 실질적인 권리구제비율은 대략 70%에 달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구제율이 낮다고 말하지만 진정사건의 특성상 사건이 진행됨에 따라 상호 합의가 되거나, 원하는 구제조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지 인용률, 기각률, 각하율이라는 수치만 놓고 판단할 일은 아니므로 구제율이 낮은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구제조치 권고’, ‘인권교육’ … 너무 시시한 권리구제
요즘은 진정을 제기한 장애인 당사자들이 인권위 권리구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할 수 있는 것이 재발방지 교육 아니냐’라고 그 한계를 긋기도 한다. 이에 대해 부정할 수 없다.
장애인차별을 했을 때, 그에 응당한 대가를 치룰 수 있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벌금이나 징역 등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당시에 이런 생각을 안 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목적이 누구를 벌주는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어울려 살기 위한 것인데, 과연 차별을 했다고 상대방을 벌주고, 벌금을 부과한다면 장애인과 함께 어울려 살려고 할까? 외형적으로야 벌금을 내고 징역을 산다고 해도 장애인을 두려워하고 멀리할 수 있다. 그것은 이 법이 추구하는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제재조치를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인권위가 하는 조치가 시시하긴 하다. 권리구제를 한다고 해도 가진 무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인권위의 구제조치는 권고를 받아들이는 기관이나 사람이 자발 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우선 원칙으로 한다. 잘못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것을 인정하고 스스로 개선하는 것이 성숙된 사회이고, 그것이 인권적 방법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도 마찬가지이다. 장애인에게 스스로 잘못된 처우를 한 것을 바로 잡도록 기회를 주는 것, 그것이 안 될 때 법무부를 통해 시정명령을 발휘하게 하는 것이 이러한 이유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무엇을 남겼는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제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차별피해로 인한 권리를 구제하는 법률이다. 그렇기에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단번에 제도, 정책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차별이라 인정이 되면 하나 둘씩 시스템이 바뀐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 ‘정당한 편의’라고 할 수 있다. 정당한 편의는 미국이나 영국에 서는 ‘합리적 편의’라고 칭해지는데, 법 제정 과정에서 ‘합리적’이라는 것이 갖는 함정과 한계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한국 사회의 특성을 고려하여 ‘정당한 편의’로 자리를 잡게 됐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에 대한 제한, 배제, 분리, 거부를 금지하는 법이기도 하나,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의에 대한 권리와 이에 대한 의무, 그리고 이 관계를 부인하거나 거부할 때 차별로 인정함으로써 차별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고 이로 인해 고용, 교육, 시설물 접근, 교통, 금융거래, 사법·행정 등 모든 생활 영역에서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데 큰 성과가 있었다.
국가 및 지자체, 공공기관의 채용시험에서의 시·청각 및 지체 장애인등에 대한 시험편의, 교육에서의 인적·물적 편의, 사법기관에서의 진술조력인, 신뢰관계인의 시스템화, 시각장애인을 위한 ATM기, 종교 및 문화시설의 편의 등 하나 하나의 사건들이 모여 거대한 파도를 형성하듯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진정사건들이 피해당사자의 구제를 넘어 제도로 형성되는 성과들을 일궈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100배 이용하기
‘계란으로 바위를 칠 수 없다’고 말한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구조는 장애인에게는 바위와 같고, 장애인 당사자는 잘나고 내세울 것 없는 계란과 같은 존재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계란들이 바위를 칠 수 있다. 여러 번 치면 바위에 계란의 흔적들이 남고, 그 흔적들이 바위 내부에서든 다른 변화와 함께 큰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장애인차별금지법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가지 준비들이 필요하다. 우선은 장애로 인한 차별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본질적으로 동등한 자격을 가졌음에도 ‘장애로 인해 제한, 분리, 거부, 배제였는지’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다른 조건을 가졌는데, 동등한 참여를 보장해줄 수 있는 조치나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느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만약 그렇다면 누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무엇을, 왜라는 육하원칙에 의해 사건에 대해 구성해야 한다. 여기 까지가 피해를 당한 당사자의 몫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리되면 장애인인권단체 또는 인권위에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물론 원칙적으로 경찰서나 법원을 직접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서, 법원보다는 인권단체와 인권위에 우선적으로 상담이나 안내를 받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출처: 함께걸음

해당 기사링크:

http://www.cowalk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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