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장애인용 보도 블록
최근 서울에 소재한 삼육대학교 정문에서부터 100주년 기념관까지 소나무와 단풍나무, 참나무로 우거진 진입로를 걸어 들어갔다. 약 200미터에 이르는 보도 위를 걸었는데, 바닥에는 노란색 시각 장애인용 보도블록이 깔려 있었다. 인도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아 걷다가 자꾸 보도 한가운데 깔린 <노란색의 돌출 보도블록>을 밟으며 걸었다. 평소 평평한 보도블록 위를 걷다가 돌출된 보도블록을 밟게 되니, 보행하는 데 약간의 불편감이 느껴졌다. 발바닥의 감촉도 익숙지 않아 거북스러웠다. 다른 한편으로, 건강한 나에게는 불편도 아닌 것 같은 이런 작은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 누군가에게 대한 ‘보이지 않는 마음 씀씀이’라고 생각하니, 이만한 불편쯤은 오히려 <즐거운 불편>이라고 여겨졌다. 약자에게 대한 다양한 종류의 작은 불편은 기꺼이 즐길 만한 불편이 아닐까? 이 노란색 보도블록 위를 걸으며 장애를 가진 약자의 마음을 잠시 헤아려 보았다. 나야 조금 불편하면 되지만, 시각 장애인에게는 노란색의 돌출 보도블록이 길을 걸을 때나 건널 때 안전한 길잡이가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생명을 보호해 주기도 한다.
이 작은 불편이 누군가의 안전을 돕는다면, 이런 작은 불편쯤은 수 없이 겪어도 좋을 것 같았다. 우리 주변에 우리의 도움과 배려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경에 처한 이들을 살피고 돌아보며, 작은 나눔을 실천하고 정성 어린 기부를 하는 일은 그들에게 큰 힘이 된다. 시각 장애인뿐 아니라 청각 장애인이나 지체 장애인처럼 신체적인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서도 진심 어린 배려와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을 펼치면 좋겠다.
마음에 상처를 입고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그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희망을 안겨 준다. 사람은 작은 선행에도 깊은 감동을 받는다. 이웃을 향한, 특히 연약한 이웃을 향한 작은 선행, 작은 희생, 작은 보탬, 소소하지만 진심 어린 배려가 이 사회 전체에 훈훈한 온기를 전해 주리라 확신한다.
신발 기부왕
지난해 여름, 처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여행한 일이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람블라스 거리를 걷다가 100% 수제로 제작하는 특별한 신발 매장을 들렀다. 이 매장은 아르헨티나 민속 신발인 ‘알파르가타(Alpargata)’를 본떠 만든 패션 신발 가게였다. 알파르가타는 황마를 꼬아 바닥을 만들고, 얇은 천으로 발등을 덮어 만든 신발이다. 또한, 착용감이 편하고 가벼우며 통기성까지 갖추어 발이 편한 신발을 찾는 사람들이 즐겨 신는 신발이다. 이 신발이 대중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데는 미국 텍사스 출신의 블레이크 마이코스키의 영향이 크다. 그는 미국에서 매우 바쁘게 사업을 하던 중, 한 달가량 휴가를 얻어 아르헨티나를 여행했다. 어느 날, 우연히 아르헨티나의 한 작은 시골 마을에서 맨발로 다니는 많은 아이들을 보게 되었다.
아이들의 발은 굳은살이 박힌 곳도 있고, 연한 부분은 상처가 났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아 덧나기도 했다. 맨발로는 학교에 등교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이 수두룩했고, 어떤 가족은 신발이 한 켤레밖에 없어 자녀들을 학교에 번갈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신발이 없는 아이들을 돕고 싶었지만 단순한 자선 모금만으로 아이들을 돕는 일에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모색했고, 아이들에게 신발을 신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발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신발 1켤레를 팔 때마다 신발 1켤레를 보내 주기 위해 를 구상했다. “오늘 1켤레를 팔면, 내일 1켤레를 기부한다.”는 그의 판매 전략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했다. 사람들은 그가 만든 신발의 편안한 착용감과 기부 스토리에 관심을 가졌다. 게다가 할리우드의 스타들이 그가 만든 신발을 애용하면서 이 신발은 더욱 큰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그는 <신발 기부왕 (Chief Shoes Giver)>이라는 별명도 얻게 되었다. <고객을 자선가(慈善家)로 만드는 그의 경영 전략>에 많은 고객들이 적극 참여하였고, 그가 세운 회사는 글로벌 브랜드로 급성장했다.
‘사는 것이 곧 기부’라는 생각과 ‘착한 소비를 할 수 있다’는 심리가 사람들의 구매욕을 촉진시켰다. 신발을 기부하는 국가도 아르헨티나에서 시작해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아이티 등 23개국으로 확대되었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로 마음먹은 한 사람의 창의적인 생각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고 있다.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 작은 선행이라 할지라도 수고가 따르기 마련이다. 작은 구제라 할지라도 희생이 따른다. 작은 배려라 할지라도 불편이 따를 수 있다. 작은 기부라 할지라도 정성이 필요하다. 한 해를 보내면서 우리의 주위를 잠시 돌아보면, 여전히 우리의 작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불편을 즐기며, 넉넉한 마음 씀씀이를 가져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의 움츠러든 마음속에 따사로운 겨울 볕이 들게 하자!
출처: 위드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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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withinnews.co.kr/news/view.html?section=82&category=90&item=&no=17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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