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주대학교 3학년 한혜경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 시력을 잃고 현재는 빛조차 감지할 수 없는 전맹 시각장애인인데요.
오늘은 저의 하루를 여러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오게 됐습니다.
저는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택시가 있지만 대수가 적어 타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하철과 버스를 주로 이용하는데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지하철 출구를 찾는 것이 가장 어렵습니다.
사당역 11번 출구로 나가야 하는데, 점자로 된 안내문이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아무 출구로 가서 손잡이의 점자를 읽어보아야 합니다.
아… 그런데 이게 뭐죠?
"13번(출구)… 근데 누가 껌 붙여놓은 것 같아요."
누가 씹던 껍을 붙여놓았네요.
이럴 땐 정말 찝찝합니다.
"만질 때마다 불쾌해요. 제가 생각할 때 한 두 달 전부터 제가 이걸 만진 것 같아요. 해맬 때마다 만지거든요."
그런데 더 난감한 건 에스컬레이터입니다.
점자 출구 표시를 찾기 어려운 곳에 만들어 놓았습니다.
"오늘 안에 못 찾을 것 같은데…"
이럴 땐 역무원이나 자원봉사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곤 하는데요.
이분들껜 늘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누군가 붙여놓은 껌 때문에 찝찝해서 손을 씻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여자 화장실을 알려주는 점자 표지판을 찾을 수가 없네요.
"어떻게 해야지… 음"
다행히 여성분이 나오셔서 알 수 있었습니다.
"혹시 여기 여자화장실인가요?"
(예)
그런데 이번에는 물이 문제였습니다.
손에 비누칠까지 했는데 세면대가 말썽입니다.
"어떡하지…"
보통 장애인 화장실에는 세면대가 하나인데, 이렇게 고장난 곳이 많습니다.
20분 넘게 헤매다가 간신히 사당역 밖으로 나왔는데요.
목이 말라 편의점에 갔습니다.
음료 하나 사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아 참, 음료수 캔에는 점자가 새겨져 있는거 모두 알고 계시죠?
"이게 뭐지?"
그런데 이 점자, 큰 도움은 안됩니다.
커피도, 이온음료도, 대부분 그냥 '음료'라고만 새겨져있기때문입니다.
"이게 뭐지? 왜 이렇게 흐리지? 음료… 음료."
아 그러고 보니 캔맥주는 맥주라고 적혀 있네요.
외국 술에는 외국어 점자가 적혀 있답니다.
"이게 뭐지? 점자를 못 읽겠지? 아 일본어구나"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으면서도 맛 정도는 구분하고 싶은 건 저의 욕심일까요?
"그냥 들어가서 냉장고 열고 아무거나 집어서 합리화를 하게 된 거 같아요. 오늘은 뭘 골랐을까… 이런 식으로?"
아예 아무 없는 것보단 낫겠다 싶으면서도 맛 정도는 구분하고 싶은 건 저의 욕심일까요?
로또처럼 음료수 뽑기를 하다보면, 왜 항상 같은 음료만 걸리는지…
"제가 정말 싫은 (음료가 있는데) 근데 그걸 되게 잘 골라요."
많은 분들은 제가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저를 도와주셔야 한다고 생각하십니다.
어떤 분들은 저를 도와주시기 위해서 제 팔을 다짜고짜 잡고 절 끌고 가시는 경우도 있는데요.
저는 여러분이 도와주시는 그 마음은 너무나도 감사드리지만, 도음을 받지 않길 원할 때도 있습니다.
대신 함께 바꿔나가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보셨던, 제가 겪었던, 아주 사소한 문제점들부터 함께 바꿔 나가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 장애는 아마 앞으로도 사라지진 않을 꺼예요.
하지만 우리 사회, 우리 주변의 문제는 여러분과 제가 함께 바꿀 수 있습니다.
저와 함께 해주시겠어요?
지금까지 MBC뉴스 한혜경이었습니다.
출처: MBC뉴스
해당링크:
http://imnews.imbc.com/replay/2019/nwdesk/article/5264881_246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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