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들은 장애인을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자신과 다른 존재라고 생각한다. 왜일까? 그건 아마도 직접 체험해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마 그건 장애인들에게 너무 잔인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과 다르진 않은데 약간 몸이 불편하거나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을 다른 세계 사람으로 치부하는 건 불합리한 것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이방인이란 말은 어떤 사람에게는 상처가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냥 한 단어로 인식이 된다. 많은 사람들은 이방인이라는 세 글자를 그저 나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장애인에게는 좀 다르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그들이 이 세계에서 이방인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장애인을 보고 혀를 차고 인상을 찌푸리거나 연민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그런데 과연 장애인인 필자는 비장애인을 필자와 다른 사람으로 바라본 건 아닌지 반문해본다. 그럼 필자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는 걸까?
아마도 필자는 그들에게 이방인처럼 보이겠다. 그리고 필자도 그들을 이방인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장애가 없다는 것과 있다는 것에 너무 의식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에게 반문해본다.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 일상은 장애가 없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아마 다른 일상이 그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그들의 시선에서 다르게 느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필자는 중증장애인이다. 한 번도 걸어본 적 없고 혼자서 화장실에 가본적도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다르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들을 측은한 눈빛과 무조건적인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과연 그게 맞는 걸까? 필자 생각엔 아닌 거 같다. 필자는 평범한 일상을 꾸려갈 뿐인데 어떤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낸다. 예를 들어 어떤 여성장애인이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간다.
그러면 그녀를 보며 응원에 해주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그 모습을 보며 어떻게 아이를 낳았을까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때 참 난감할 것이다. 당연히 결혼을 했으니 아이를 낳았을 거고 좀 위험하긴 해도 그런 부담감은 누구나 있지 않은가. 그게 대단한 것인지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그들도 아이를 낳고 기르고 있지 않은가, 그 여성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대단하게 여기거나 측은하게 여기는 건 아니지 않은가? 참 아이러니하다. 장애인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게 이슈거리가 되는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될까? 그리고 그게 기삿거리가 되는 이 세상은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가?
▲장애인 결혼·출산이 이슈가 되는…
필자는 필자와 비슷한 사람과 결혼을 하면서 아이를 낳고 살아가고 있다, 또 필자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말이다. 때론 불안하기도 하다. 앞으로 우리 아이가 겪어야 할 모든 과정을 말이다. 부모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아이에게 아마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장애를 가진 부부들을 만나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정보를 얻기도 한다. 어떤 장애인 부부는 그냥 무시하고 살아요. 그게 속 편해요. 아이는 그저 다른 사람들하고 섞여야하니까 그렇게 의식하지 말아요. 라고 말한다.
그런데 또 다른 장애인 부부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남들과 다른 자신의 부모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부끄러움을 느낄 수도 있으니 아이에게 항상 물어보라고 한다. 학교행사든 교외행사든 아이의 의견에 맞춰서 가는 게 좋다고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언을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과연 둘 중에 어떤 말이 맞는 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냥 무시하고 살면 되는 걸까? 아이의 의견에 맞춰서 살아가면 되는 걸까?
때로는 무시하기도 해야 하고 아이의 의견에 맞춰서 결정을 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장애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에 차이는 많다. 필자는 아주 어릴 때 장애를 가졌다. 장애가 없는 것에 대한 경험이 없다. 그래서 필자는 아이를 키울 때 주위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 편이다. 물론 장애인 부부의 의견도 듣지만 장애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의견도 귀 기울여 듣는다. 예를 들어 아이가 유치원에서 운동회를 한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휠체어가 올라 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필자는 과감히 아이에게 이렇게 얘기한다.
“엄마는 휠체어가 없으면 못 움직이지? 그런데 엄마는 운동회에 갈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거기에는 엘리베이터가 없거든. 그럼 엄마는 올라갈 수가 없어, 남의 도움 받아서 올라가야 되거든. 엄마가 그렇게 가도 좋겠어?”
그럼 우리아이가 뭐라고 답을 할까? 그래도 같이 갔으면 좋겠는데 라고 얘기한다. 아이에게 그럼 할머니하고 같이 가면 안 될까? 다른 가족들은 갈 거야. 라고 얘기하고 아이의 동의를 얻는 다음에 할머니와 같이 보낼 때도 있다. 필자는 그럴 때마다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은 올라갈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많다. 장애인만 편리한 게 아닌데 의외로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은 곳이 참 많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기 소망”
사람들은 자신이 장애를 얻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그런데 과연 장애가 사람들을 피해갈 수 있을까? 장애는 누구나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관가하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편견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것 때문에 그들에게 이방인이 되어간다. 그래서 더 씁쓸하다. 이방인. 그건 필자만 느낀 것이 아니다. 아마 다른 장애인들도 똑같은 느낌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을 무시하고 살아가느냐 의식하고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삶의 질이 달라진다. 필자는 어느 시점에서 있는 것일까?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궁금해 하며 말이다. 어떤 시각장애인이 길을 지날 때 그를 그저 지나치거나 도와주려고 물어보거나 그에 뒤에서 조금씩 거리를 좁혀서 넘어지는지 그들이 다치는지를 살펴보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이 그냥 그 맹인 사이를 아무런 의식하지 말고 평소 때처럼 지나갔으면 좋겠다. 도와주려고하면 그를 방해하는 것이고 뒤를 쫓아가게 되면 길을 가는 사람들을 방해하는 것이니 말이다. 자신이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때문에 지나쳐주길 바라는 시각장애인의 마음이다. 필자도 그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도움을 청했을 때 그때 도와줘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장애인이 지나가기만 하면 무조건 도와주려고 다가오거나 무조건 피해버린다.
그들은 아마 그런 사람들 때문에 세상과 맞서 살아가기가 힘들지 않을까?
잠시 상상해본다. 장애를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이 소수이고 장애를 한 가지라도 갖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라면 장애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볼까? 아마 그들을 이방인처럼 보지 않을까?
이방인. 그건 아마 편견에서 생긴 이질적인 단어인거 같다. 필자는 장애인이다.
세상은 필자를 이방인으로 본다. 그러기 때문에 필자는 오늘도 이방인이 되어 간다.
해원
‘해원’님은 현재 행복한 삶을 사는 한 사람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세상속에 살아가는 중증 장애인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인권 운동가입니다.
출처: 광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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