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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 병영칼럼] 남산 둘레길의 즐거움
편의지원센터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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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 미술평론가

황인 미술평론가

 

한국인들은 이리도 좋은 산길을 천천히 걷지 않고 왜 뛰어다닙니까? 오래전에 남산을 함께 걷던 외국인 관광객의 질문이다. 남산 둘레길에는 조깅하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다. 천천히 걷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걷든 뛰든 남산 둘레길은 외국인들이 부러워할 만하다. 수도의 도심 한가운데 울창한 숲과 산이 있어 시내를 내려다보며 산길을 걸을 수 있다는 건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남산은 서울시민들만의 산이 아니다. 애국가 속의 ‘남산 위의 저 소나무’가 위용을 과시하고 있는 바로 그 남산이다. 예전에는 지방에서 서울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경복궁과 남산을 찾았다. 경복궁에서 조선의 역사를 되새긴 다음 남산을 올라 북악산·인왕산·낙산의 한가운데에 터를 잡은 서울의 지세를 몸으로 느꼈다.

남산 둘레길은 남산의 산기슭을 따라 이어진다. 북측 순환로의 둘레길은 차량이 다니지 않아 편안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 길 좌우에 파인 물길에는 봄부터 맑은 물이 흐른다. 고개를 숙이면 물길을 따라 피어난 수선화와 남산제비꽃이 인사한다. 고개를 들면 벚나무와 청단풍이 장관을 이룬다. 벚꽃 철에는 꽃구경하러 몰려든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도 하지만, 대체로 한갓진 길이다.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연인이나 사색을 좋아하는 노신사가 천천히 걷기에 좋은 길이다. 길 가운데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노란색 점자 유도 블록이 있다. 시각장애인들의 건강과 안전을 배려한 길이기도 하다. 정장에 구두를 신고 걸어도 될 만큼 길이 잘 정돈돼 있다.

북측 순환로 둘레길에 접근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지하철 4호선 회현역이나 명동역에서 남산 케이블카 승강장까지 가는 남산 오르미(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 내려 장충단공원을 거쳐 오르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남산 둘레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좋지만, 걷고 난 후 친구들과 식사와 음주를 즐기는 일은 더 좋다. 케이블카 승강장 쪽으로 내려오면 왕돈가스 가게들이 기다리고 있다. 대단한 크기의 돈가스이지만 가격은 그리 높지 않다. 생맥주에 안주와 식사를 겸해 먹기에 좋다. 길을 계속 내려가면 예전의 KBS방송국을 지나 명동으로 연결된다. 19세기 후반 청나라의 위안스카이가 명동에 주둔했다. 그 인연으로 명동에 차이나타운이 자리 잡게 됐다. 한성 화교소학교의 어린 소년·소녀들이 재재거리는 중국어 발성을 들으며 짜장면을 먹는 기분은 각별하다. 기름기를 제대로 뺀 전기구이 통닭을 파는 가게도 빼놓을 수 없다. 통닭 정식을 시키면 옛날 스타일의 모닝빵과 크림 수프가 딸려 나온다.

동대입구역 쪽으로 내려가면 족발집들이 기다리고 있다. 족발은 국민 음식이 된 지 오래다. 쫀득쫀득한 살을 발라가며 소주를 마시는 즐거움은 비할 데가 없다. 북측 순환로 둘레길 중간에는 필동으로 빠지는 길이 있다. 유명 냉면집의 평양식 냉면과 만두는 오랫동안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았다. 친구들과 걸으면 더 좋은 길이 남산 둘레길이다. 가볍게 땀을 흘린 다음 즐기는 술과 담소의 흐뭇한 시간은 남산이 우리에게 베푸는 큰 선물이다. 

 

                                                                                 

출처: 국방일보

해당링크:

http://kookbang.dema.mil.kr/newsWeb/20190530/1/BBSMSTR_000000010050/view.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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