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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보이지 않는 이들을 위한, 보이는 디자인
편의지원센터
2020-01-03
6548

얼마 전 전철 환승 구간을 따라 길게 늘어선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유도 블록의 문제점이 부각된 적 있다. 바닥과 대비되는 색 처리가 필수인데 그걸 지키지 않은 곳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한심한 일이다. 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세심하고 또 세심하게 시각 장애인의 심미안을 사로잡을 디자인에 힘 쏟는 이들이 있다.

아직은 언밸런스한 두 축이지만 결국 모든 것이 한 길로 곧게 나아갈 거라 믿는다. 그것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니까.

1. eone의 브래들리 타임피스. ‘시간을 만진다’는 개념으로 완성된 시계다. 시각 장애인뿐 아니라 누구라도 사용하기 좋은 디자인 완성도를 추구한다.
사진설명1. eone의 브래들리 타임피스. ‘시간을 만진다’는 개념으로 완성된 시계다. 시각 장애인뿐 아니라 누구라도 사용하기 좋은 디자인 완성도를 추구한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시각 장애인용 공공 디자인은 점자 유도 블록이다. 그들이 혼자서 길을 찾는 방법은 바로 이 점자 유도 블록이다. 전철 승강장에서는 지팡이나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울퉁불퉁한 감각으로 지하철 환승 통로는 어느 방향인지 출구는 어디인지 인지하는 것이다.  이 블록에는 원형과 선형이 있다. 원형은 횡단보도나 장애물 앞, 방향 전환점, 계단의 시작과 끝점 등 주변 상황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한다. 선형은 인도를 벗어나지 않고 원하는 길을 안전하게 가도록 방향을 유도한다. 얼마 전 논란이 된 것은 이 유도 블록의 색상이었다. 점자 유도 블록은 보통 노란색이다. 약시에게 가장 가시성 좋은 컬러기 때문이다. 노란색 사용이 어려운 곳이라면 바탕과 극대비되는 색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 전철 여러 곳의 점자 유도 블록이 바닥재와 같은 무채색이다. 누구를 대상으로 한 디자인인가. 국내 시각 장애인 중 70%는 약시다. 색깔 디자인만 개선해도 수십만 명의 편리를 도모할 수 있단 얘기다. 예를 들어 수십 년간 유지돼 온 화장실의 남녀 표시 같은 것들. 치마 입은 사람, 바지 입은 사람. 이 두 종류의 픽토그램을 선명한 두 가지 컬러 대비로 구별해 디자인하기만 해도 많은 이들이 편리하게 공공시설을 이용하지 않나. 공공 디자인의 활약은 공공의 인식 개선에 영향을 끼치는 마중물이 된다. ‘작은 시작, 큰 변화’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2. 점자 유도 블록. 우리 주변에 가장 가까이 있는 시각 장애인용 공공 디자인이다.
사진설명2. 점자 유도 블록. 우리 주변에 가장 가까이 있는 시각 장애인용 공공 디자인이다.

우리 모두는 디자인 완성도를 따지고 그런 물건을 취했을 때 심리적 만족감이 높아진다. 이 당연한 사실을 깨닫고 실천에 옮긴 이가 있다. 이원(eone)의 김형수 대표는 시계를 만든다. 이름은 ‘브래들리 타임피스BRADLEY TIMEPIECE’. 그가 만드는 시계는 “지금 몇 시야?”라고 묻는 한 시각 장애인 친구로부터 시작됐다. 친구에게 영감을 받은 그는 기존 제품들이 사용에 불편함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무엇보다(!) 시각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시계 디자인을 기획했다. 더 나아가 그는 개발 도중 ‘시각 장애인들만’을 위한 시계라는 구분 자체가 그들에게 또 하나의 벽을 만드는 것이란 생각에 미쳤다. 그래서 결국 모두에게 기능적이고 아름다운 시계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이 제품엔 페이스에 ‘시’를 알리는 작은 볼이, 측면엔 ‘분’을 알리는 또 다른 볼이 설치됐다. 시간을 알리는 모든 기능이 양각을 통해 직선적으로 디자인되어 시각 장애인들이 편히 사용할 수 있다. 아니다.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다. 디자인 완성도 때문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고 세련됐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 역시 그냥 디자인 영역이라는 것. 기능은 물론이고 그들의 심미안을 만족시킬 디자인적 완성도가 몹시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시각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무경계 디자인’ 영역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진정한 배려가 완성될 수 있다.

갈 길이 멀다. 생존을 위한 공공 디자인도 미흡한 상황에서 디자인적 완성도와 평등한 디자인 영역을 논한다는 것. 하지만 이미 선두의 깃발을 든 이들이 주변에 있다. 그들의 힘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 또 시간이 흐르면서 생존 디자인도 심미 디자인도 모두 골고루 발전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그게 옳은 방향이니까.

출처: 매일경제

해당 기사링크: https://mk.co.kr/news/culture/view/2020/01/5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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