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안 보이면서 왜 돌아다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푸르메재활센터(이하 센터)에서 만난 서울맹학교 학부모 문모 씨는 “아이들이 이런 말을 들었다”며 끔찍했던 지난해 어느 주말을 떠올렸다. 맹학교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이 외식을 하러 가는 길이었다. 같은 시간 태극기를 들고 행진 중이던 보수 진영 단체 회원들이 학생들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이다.
이를 들은 박재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지부 종로구지회장은 분노했고, 지난 4일 대응 집회에 나섰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봉사들이 판을 친다”, “문재인 지령을 받은 빨갱이” 등의 폭언이었다. 당시 대응집회에는 막 스무 살이 된 학생도 있었다.
80걸음. 기자 기준 맹학교에서 서울농학교까지 거리다. 이어 200걸음. 장애인의 홀로 서기와 사회 복귀를 돕는 센터가 나온다. 학교를 졸업한 장애인들은 이곳에서 사회 참여를 준비한다. 학부모들이 자녀의 졸업 후에도 센터 인근인 서울 종로구 효자동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나 센터 앞 신교동교차로는 주말마다 광화문광장에서 출발한 보수 단체 회원들이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기 위해 방향을 트는 곳이다.
지속된 행진은 시각장애인 유도 블록(점자 블록)을 훼손 시켜 학생들의 안전과 이동권을, 소음은 학습권을 침해했다. “시끄럽다”고 호소하던 학부모들도 밖으로 나와 목소리를 냈다. 이에 경찰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의 청와대 앞 집회 금지 제한 통고를 결정했다.
하지만 법원은 오후 10시 이후 야간 집회만 제한하는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집회의 자유는 퇴근 시간 이후에도 보장돼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이유였다. 맹학교 학부모들은 절망할 수 밖에 없었다.
학부모 강복순 씨는 “판사님이 이 동네로 이사 와서 살아봐야 우리 마음을 알 것”이라고 했다. 법원의 결정은 학부모들의 끝없는 불안으로 이어졌다. “정권이 바뀐다 한들 대통령에게 불만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그때마다 집 앞은 또 사람들이 모일 것”이라는 이유였다.
문 씨는 “청와대 100m 내 집회 금지 해제 후 이런 일이 시작됐다”며 “다시 (방침을)바꿔 (집회를)광화문에서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2016년 12월 2일 법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6차 주말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앞 100m 지점까지 행진하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센터 앞은 집회 금지 장소였다.
2014년 2월, 기자가 의무경찰로 입대해 처음 방패를 잡은 곳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이 있던 수원지법 앞이었다. 당시 법원 앞에도 유치원과 중학교, 그리고 “빨갱이”를 외치는 노인들이 있었다. 한 교사가 “아이들이 수업 중이니 조용히 해 달라”고 하자 그들은 “그런 게 교육이 아니야, 때가 어느 때인데”라며 도리어 고함을 쳤다. 6년 전 기억이 생생히 남는 것은 최근 본 효자동의 여느 모습과 다르지 않아서일 것이다.
출처: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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