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대구 중구 공평네거리.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와 점자블록과 멀리 떨어져 있어,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
지난 17일 오후 3시 20분쯤 대구 서구청 앞 횡단보도.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신호등까지 점자블록이 연결돼 있지 않다. |
지난 17일 오전 대구 중구 공평네거리 앞 횡단보도 옆 신호등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 점자블록이 끝나는 곳에서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가 설치된 신호등까지 거리는 약 2m로 팔을 뻗어도 절대 닿을 수 없는 거리였다.
같은 날 오후 서구청 앞 횡단보도. 눈을 감고 직접 점자블록을 따라 걸으며 손을 더듬어봐도 음향신호기를 찾을 수 없었다. 점자블록 안내가 없는 쪽에 음향신호기가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몇 차례 눌렀지만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영남일보 취재진이 16~17일 대구 수성구 대구은행역 앞 횡단보도, 중구 공평로 국채보상공원 앞 횡단보도, 중구 동인네거리, 동구 동대구역 네거리 등 총 8곳의 음향신호기를 점검한 결과, 점자블록이 음향신호기까지 이어진 곳은 없었고, 작동되지 않는 신호기도 2대였다.
시각장애인들의 안전을 위한 음향신호기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음향신호기 전면엔 점형블록을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각장애인들의 몫이다.
1급 시각장애인 서모씨(54)는 "신호등과 점자블록이 떨어져 있어 음향신호기 사용이 힘들다"면서 "전용 리모콘이 있지만 보급이 이뤄지지 않아 대다수가 불편을 겪고 있다.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를 누르고 작동이 되지 않아 횡단보도 앞에 한참동안 기다린 적도 많다"고 했다.
음향신호기는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관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28일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지역에는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 총 2천 300여 대가 운영 중이다. 올해는 1억 5천여만원을 투입해 150대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이처럼 음향신호기 설치는 늘어나고 있지만, 수리와 보수을 맡은 인력은 용역업체 직원 4명이 전부다. 특히 2인 1조로 운용되고 있어, 1조당 1천 150여 대의 신호기를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음향신호기 관련 민원 건수는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2017년 65건, 2018년 73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98건으로 조사됐다.
인권단체는 지자체가 정확한 실태파악에 나서지 않고 개선의 노력도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이미 몇년 전부터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지금도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면서 "신호기까지 점자블록을 설치하는 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장애인을 위한 정책이 여전히 우선순위 밖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점자블록과 음향신호기 관리부서가 달라 연계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관련 민원신고가 접수되면 최대한 빨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출처: 영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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