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없는가게’ 웹페이지 만든 독립문화예술가집단 ‘다이애나랩’
생활환경 변화로 장애인 불편 더 늘어
80년대생 3명 등 60여 장소 인터뷰 뒤
카페·식당·약국 등 32곳 웹지도 표시
"개념·운영모델을 보여주는 게 목표"
4월3일 서대문구 연희동 주택가의 카페 ‘보틀팩토리’ 앞에서 독립예술창작집단 ‘다이애나랩’의 활동가인 원정씨(왼쪽부터), 백구씨, 유선씨가 ‘차별없는가게’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밝게 웃고 있다.
코로나19로 힘든 이들이 많다. 어려울 때일수록 사회적 약자는 더 힘들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장애인도 어려움을 겪는다. 장애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개 마스크를 사거나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받기도 쉽지 않다. 일상에서 동네 카페나 식당을 가는 데도 넘어야 할 물리적인 문턱과 인식의 ‘턱’이 있다.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곳이 많아지고 있고 사람들 인식도 변하고 있다. 하지만 차별은 우리 사회 여기저기에 아직 있다. 휠체어로 이동하기 어려운 곳은 여전히 많다. 키오스크(무인결제단말기) 설치 등 생활환경 변화는 장애인 불편을 오히려 키운다. 누구든 배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생활공간 실험 ‘차별없는가게’ 프로젝트가 나온 배경이다.
프로젝트는 독립예술창작집단 ‘다이애나랩’이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 진행했다. 그 결과를 서울 강북 지역의 카페, 식당, 약국 등 32곳을 ‘차별없는가게’ 지도 웹페이지(wewelcomeall.net)로 만들어 2월 공개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는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인포숍 카페 별꼴’과 같이 했다. 서울시 청년청의 세대 균형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응모해 지원도 받았다.
다이애나랩의 원정씨, 유선씨, 백구씨가 4월3일 서대문구 연희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카페 ‘보틀팩토리’에서 <서울&>과 만났다. 보틀팩토리 출입문에는 새싹 모양의 남색 스티커가 붙어 있다. ‘차별없는가게’ 표시다. 보틀팩토리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할 수 있게 입구에 경사로를 마련했다. 주문 데스크에 약속문이 담긴 차별없는가게 안내 책자를 놓아뒀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메뉴판도 갖췄다. 중증장애인 작가들의 그림을 걸고, 장애인권 교육 활동가들을 초대해 강의도 열었다.
원정씨는 미디어아트, 유선씨는 문화기획, 백구씨는 미술을 한다. 모두 1980년대생이다. 이전부터 간간이 모임 등에서 인사를 나누는 사이였는데 장애인 문화예술 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이들은 성인 중증장애인들이 그림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수업을 노들장애인야학에서 같이 했다. 2016년 임의단체를 만들어 활동을 이어왔다. 단체 이름은 그냥 떠오르는 대로 지었단다. “빨간 머리 앤의 친구 다이애나 이름을 따서 누구든 참여하고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원정씨가 웃으며 말했다.
차별없는가게 프로젝트는 실태조사와 인터뷰, 전문가 자문, 약속문 만들기, 가게 섭외와 방문·교육 등으로 진행했다. 서포터스 20여 명이 나가서 60여 곳을 조사했다. 30여 개 체크리스트에 물리적 환경을 일일이 확인해 표시하고, 점주의 인식은 이야기를 나눠 가늠했다. “모두에게 열린 공간과 인식을 중요하게 삼았다”며 “예를 들어 반려동물 출입은 되지만 ‘노 키즈’를 고집하는 곳은 제외했다”고 유선씨가 전했다.
다이애나랩 구성원들은 일상에서 이용하는 집 가까이 있는 작은 가게들의 참여를 끌어내고 싶었다고 한다. 카페가 제일 많았다. 32곳 가운데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최대한 다양하게 업종을 구성하려 했다. 식료품점, 빵집, 음식점, 한의원, 약국, 운동 센터, 극장, 서점, 갤러리, 뜨게 공방 등이 한두 곳씩 있다. “장애인들이 휴대폰을 살 때 속는 사례가 적지 않아 휴대폰 대리점을 넣고 싶었는데 짧은 프로젝트 기간으로 포함하지 못해 아쉬웠다”고 백구씨가 말했다.
시각·청각 장애인이 지도 웹페이지 정보에 접근하기에는 힘든 점이 많다. 이들을 위한 웹 지도 서비스를 찾기조차 어려웠다. 있다 해도 대개 음성을 읽어주는 수준이었다. 일단 정보를 텍스트로 얻을 수 있게 폰트를 크게 했다. 용어는 최대한 쉽게 표현했다. “20개의 아이콘으로 접근성 정도를 표시해서 한눈에 쉽게 알 수 있게 했다”고 유선씨가 말했다. 지도 웹페이지에 표시된 가게를 클릭하면 한두 줄의 소개 글이 뜬다. 자세히 보기를 누르면 주소와 영업시간, 연락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주소, 메뉴와 가격, 이용 팁(휠체어 이용 화장실이 없는 경우 인근에 사용할 수 있는 곳 안내), 접근성 정보를 볼 수 있다.
‘차별없는가게’ 지도 웹페이지를 공개한 뒤 ‘우리 동네 가게에 알리고 싶다’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등을 문의하는 여러 통의 전자우편을 받았다. 백구씨는 “차별없는가게가 늘어나는 게 좋은 현상이지만 기술 등 보완해가야 할 부분이 아직 많아서 권하기엔 조심스럽다”고 한다. 인증하거나 공간 수를 많이 늘리는 것이 프로젝트 목적은 아니란다. “차별없는가게의 개념과 실제 운영모델을 보여줘,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기준을 생각해보고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원정씨가 덧붙였다.
차별없는가게 표시가 필요 없는 세상이 이들이 꿈꾸는 궁극적인 목표다. “모든 곳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면 굳이 그런 스티커를 붙일 필요가 없지 않겠냐”고 유선씨가 말한다. 원정씨는 “중증장애인에게 열려 있으면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될 것”이라며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더 많이 모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출처 : 한겨레
해당 기사링크 : http://www.seouland.com/arti/society/society_general/656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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