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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편의지원센터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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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김기수 씨의 삶 - ③


“침을 잘 놓는다는 그 사람에게 침을 맞으러 갔습니다.”


어쩌면 그 사람을 만난 것이 그가 가야할 운명 같은 것인지도 몰랐다.

“침을 놓는 사람이 맹인이었습니다. 그 사람에게 침을 맞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에게 침을 맞는 사람이 시각장애인이라고 하자 아내가 따라나섰다.

“사실 그 사람하고 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눈 사람은 집사람이었습니다.”

원인은 유전이라고 하지만, 사돈의 팔촌 중에서도 RP는 없었다. 원인도 모르지만 치료제도 없었다.

“이제 어쩔 수 없이 맹인으로 살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맹인으로 살아가려면 침이나 안마를 배워야 된다고 했습니다.” 

김기수 씨의 딸과 아들. ⓒ이복남

▲ 김기수 씨의 딸과 아들.

침이나 안마를 배워서 자격증을 따야 일을 할 수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침이나 안마를 배울 수 있는 곳은 맹학교와 수련원 밖에 없었다.


“우리 고향은 고흥군 금산인데 가까운 곳에는 맹학교도 없고 수련원도 없었습니다.”

여기 저기 수소문을 해보니 맹학교와 수련원은 광주에 있었는데, 광주 보다는 오히려 부산이 나을 것 같았다. 부산에는 처가가 있었던 것이다.

“집사람이 부산으로 가자했습니다.”

그가 살던 금산에서 이런저런 일을 정리하는데 2년이나 걸렸다.

“처가가 있는 부산 영도다리 부근 대평동에 방을 얻어 이사를 했는데 그때가 2015년 7월이었습니다.”

그는 여태까지 정안인(正眼人)으로 살아 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야 했기에 시각장애인으로 눈을 감고 사는 방법을 배워야했다.

“예전에 서울에서 시각장애 3급을 받았었는데, 부산대학병원에서 시각장애 1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6년 부산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시행하는 재활교육반에 입학했다.

“재활교육은 시각장애인으로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데, 교육받는 6개월 동안은 복지관 차로 아침에 데리러 오고 오후에는 데려다 주었습니다.”

복지관에서는 시각장애인으로서 살아야 하므로 시각장애인으로서의 마음가짐 그리고 흰지팡이 짚는 법과 점자 등의 기본적인 것을 가르쳐 주었다.

“점자를 배우는 것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쓰는 것은 여섯 개의 점자를 외우고 익혀서 겨우겨우 쓸 수 있었지만, 읽는 것은 정말 만만치 않았습니다.”

점자가 쓰기는 되는데 읽기가 안 된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저는 오랫동안 자동차 정비를 했습니다. 날마다 기계를 닦고 조이고 하다보니까 손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지금은 시간도 많이 지났고 안마를 하다 보니 손바닥이 좀 부드러워졌지만, 그때는 손가락으로 점자를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쇼다운. ⓒ한국시각장애인스포츠연맹

▲ 쇼다운.

필자가 김기수 씨를 처음 만나서 이름을 말하고 인사를 했었다. 김기수 씨가 점자를 잘 못 읽었다고 해서 필자의 명함을 건넸다. 필자의 명함에는 점자가 표기되어 있었다.


“그래도 이제는 더듬거리지만 읽을 수는 있습니다.”

김기수 씨는 더듬거리며 필자의 명함을 읽었다.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재활교육생은 저를 포함해서 네 명이었는데 여자가 한 명이고 남자가 세 명이었습니다.”

점자를 배우고 그리고 흰지팡이 짚는 법을 배웠다.

“흰지팡이를 짚고 처음 실습을 지하철 구명역으로 나갔는데, 점자블록을 따라가면서 선블록과 점블록을 구분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재활교육반에는 상반기에 입학을 했기에 6개월을 마치고, 후반기에는 쇼다운(시각장애인 탁구) 교실에 나갔다.

“쇼다운 교실에는 일주일에 한번을 나갔는데 그때는 활동지원사도 없어서 혼자 버스를 타고 다녔습니다.”

활동지원사는 2016년 11월부터 이용했고, 2017년 3월 부산안마수련원에 입학했다.

‘안마사 자격은 의료법 제61조 제1항 보건복지부령 제30호 제3조의 요건을 갖춘 자에 한하여 발급되며 시각장애인만이 취득가능하며, 자격취득을 위해선 고등학교에 준하는 시각장애특수학교(맹학교)나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안마수련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여야 한다.’
*대한안마사협회에서 발췌.

안마사 자격증은 시각장애인으로서 맹학교 고등부를 졸업하거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안마수련원 2년을 수료하면 받을 수 있다.

“집은 영도다리 근처라서 아침 8시 반쯤 활동지원사가 집으로 오면 같이 버스를 타고 영주동에서 내려서 길을 건너면 수련원입니다.”

활동지원사가 아침에 수련원까지 데려다 주고 낮 동안에는 무얼 했을까.

“수업은 아침 9시 반에 시작해서 45분 수업을 하루에 6시간 정도 한 것 같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3시쯤인데 5시까지는 혼자 남아서 공부를 했다.

“그동안 활동지원사는 우리 집에 가서 청소 등 일을 좀 하고 5시에 저를 데리러 왔습니다.”

맹학교와 안마수련원 교육은 무상이다. 맹학교는 급식도 무료지만 수련원은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사 먹어야 했다.

“점심값은 개인 부담이지만, 고용공단에서 약간의 식대나 교통비가 나왔습니다.”

김기수 씨. ⓒ이복남

▲ 김기수 씨

안마 수련원에서는 해부생리 등 인체구조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습득시키고 인체에 나타나는 여러 기관의 형태와 구조 등의 기초지식과 인체의 정상기능에 관한 지식을 습득하게 하여 기술에 활용할 수 있는 이료과목을 1,000 여 시간 이수해야 한다.


“해부생리나 한방(침술 혈자리 경락 등)에 관심이 많아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수련원 2년을 마치고 안마원에 취업을 했다.

“저는 아직 완전 초보라서 선배들한테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근육학이나 통증에 대해서는 혼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통증이라면 어떤 것을 말하는지.

“오십견 디스크 요통 등의 통증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요즘 안마원 손님은 대부분이 안마바우처 손님인 것 같았다.

“안마바우처가 생기면서 안마원 손님이 바우처 손님이 많습니다. 안마바우처는 한번 하는데 4만 원인데 본인은 10%인 4천 원만 부담하고, 수급자는 반액인 2천 원입니다. 나머지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부담한다고 하는데 저는 종업원이니까 자세한 것은 잘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수련원에서는 침술과 혈자리 같은 것을 배우는데 안마원에서는 침은 안 놓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제가 독립을 하게 되면 다시 공부를 하더라도 침을 놓고 싶습니다.”

그가 이일을 하게 된 계기도 고향마을에서 침놓은 시각장애인을 만났기 때문인데, 그 사람의 침술도 비상했던 것 같다고 했다.

“저의 바람은 우리 가족들 건강하고, 저도 침 잘 놓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김기수 씨처럼 살다가 중도에 시각장애를 입게 된 사람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없을까?

“눈 뜨고 산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도 처음에는 엄청 절망했지만, 누구든지 자기 자신을 다스릴 줄 알고 현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출처 : 에이블뉴스

해당 기사링크 : http://www.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33&NewsCode=003320200629154147596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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