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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할수록 불편한 SKT 광고... 그건 정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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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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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렬 in 싱가포르] 3% 국민을 위해 모든 걸 바꾼 나라, 이게 정상입니다

15년 전 싱가포르에 처음 왔을 때 시내에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서 조금 놀란 적이 있습니다. 거리에서도, 쇼핑몰에서도, 공원에서도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싱가포르 역사에 대해 전혀 모르던 그 당시엔 싱가포르도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처럼 전쟁으로 인해 장애인이 많아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할 정도였습니다. 한국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자주 본 기억이 없었거든요.

싱가포르의 장애인 비율은 대략 3% 수준입니다. 한국이 대략 5% 수준이니까 한국보다 많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싱가포르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 많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게 불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이야기 하면 한국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기 불편하기 때문에 밖에서 휠체어 탄 사람을 자주 볼 수 없었던 겁니다.

도시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기에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데 불편이 없다고 하는지 저와 함께 싱가포르 시내를 돌아 다니면서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변두리의 공공아파트지만 엘리베이터는 장애인용 휠체어가 들어 가는 규격이고, 큰 길까지는 경사로로 이어져 있습니다. ⓒ 이봉렬

 
저는 시 외곽에 있는 공공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아파트에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휠체어가 들어 갈 수 있는 규격으로 만들어졌다는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2층이라고 엘리베이터가 안 서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아파트 경계를 넘어 가는 길도 계단이 아닌 경사로라서 휠체어 사용에 문제가 없습니다.
 

▲ 횡단보도를 혼자 건너는 장애인과 노인. 거리에서 휠체어를 보는 건 아주 흔한 일입니다. ⓒ 이봉렬

 
이건 당연한 말이지만 횡단보도로 들어 갈 때 턱이 없기 때문에 누구든 쉽게 휠체어를 타고 건너 갈 수 있습니다. 대신 횡단보도 시작하는 곳과 끝나는 곳에는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 설치 되어 있습니다.
 

▲ 노인이나 장애인이 발급받은 카드를 대면 녹색 불이 켜져 있는 시간이 더 길어 집니다. ⓒ 이봉렬

 
걷는 속도가 느린 노인의 경우 횡단보도를 다 건너기도 전에 빨간불로 바뀌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로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처지에 따라 시간이 더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럴 때 사용할 수 있는 센서가 횡단보도 신호등마다 설치되어 있습니다. 노인이나 장애인은 별도의 카드를 발급 받는데 그 카드를 센서에 대면 녹색불이 켜져 있는 시간이 두 배로 늘어 납니다. 이런 꼼꼼한 배려, 배우고 싶습니다.
 

▲ 개찰구 중 하나는 반드시 휠체어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 이봉렬

 
이제 지하철을 타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하철 개찰구 중 하나는 반드시 휠체어가 지나 갈 수 있도록 넓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휠체어도, 유모차도, 큰 짐도 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지하철을 탈 수 있는 가장 좋은 자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 이봉렬

 
역에 도착하면 개찰구를 통과하자마자 지하철 타는 곳까지는 곧장 엘리베이터로 이동합니다. 계단 옆에 마련된 리프트를 이용하기 위해 별도로 사람을 부르는 경우는 여기에 없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지하철을 탈 수 있도록 승강장 한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지하철 안에는 휠체어가 서 있을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 대부분의 버스가 저상버스이고 장애인용 공간이 따로 있어서 휠체어를 탄 채로 버스를 타고 내릴 수 있습니다. ⓒ 이봉렬

 
지하철에서 내려 이번에는 버스로 갈아 타 보겠습니다. 대부분의 버스가 저상버스이고 휠체어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휠체어를 탄 채로 버스에 오를 수 있습니다. 정류장에 휠체어가 보이면 버스 기사가 휠체어를 탄 승객을 맨 먼저 태운 후 다른 승객을 태웁니다. 출입문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휠체어 자리입니다.
 

▲ 휠체어를 타고 마트에서 쇼핑을 하는 이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 이봉렬

 
버스에서 내려 동네 마트에 들어 가 봤습니다. 진열대와 진열대 사이는 쇼핑카트가 지나 다녀야 할 테니까 당연히 휠체어도 지나다닐 수 있습니다. 계산대 역시 휠체어에 앉은 상태로 계산을 하고 나가는데 불편하지 않습니다.
 

▲ 커피숍에서도 휠체어가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 이봉렬

 
쇼핑을 마치고 근처 커피숍에 들어 갑니다. 휠체어를 탄 손님이 주문을 하고 있습니다. 커피숍 안에 휠체어를 타고 앉아 있는 다른 손님도 보입니다. 별도로 자리를 만들지 않더라도 커피숍에 들어 가고 거기서 쉬다가 나오는데 휠체어가 전혀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 장애인도 운동이 필요합니다. 아니 더 필요할 지도 모르겠네요. 싱가포르의 헬스장에는 장애인이 휠체어를 타고 이용할 수 있는 운동기구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 이봉렬

 
돌아오는 길에 정부에서 만든 공공 헬스장에 한번 가 봤습니다. 헬스장은 2층인데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입구는 지하철 개찰구처럼 되어 있는데 회원 카드를 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구조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도록 넓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헬스장 안에는 휠체어를 탄 채 사용할 수 있는 헬스기구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수영장이 내려다 보이는 가장 좋은 자리입니다.

이 정도면 싱가포르에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인 일상을 사는 데는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장애인이 다니는 데 불편하지 않으면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나 어린이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 휠체어를 타고 창덕궁에 들어가지 못하는 모습을 그린 SK텔레콤의 광고 중 한 장면 ⓒ SK텔레콤 광고 화면 갈무리

 
싱가포르의 장애인 이야기를 꺼낸 건 SK 텔레콤이 최근 공개한 광고 하나 때문입니다. "창덕 Arirang" 이름의 이 광고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장온유군이 나옵니다. 친구들과 함께 창덕궁에 놀러간 온유군은 휠체어 바퀴가 턱에 걸려서 창덕궁 내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친구들이 힘을 모아 휠체어를 옮기려 하지만 쉽지가 않자 온유군은 쓸쓸한 표정으로 "난 안 봐도 괜찮아"라고 말합니다.

이때 SK텔레콤은 5G와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한 "가이드앱"을 소개합니다. 창덕궁에 들어 가지 않아도 들어간 것과 같은 경험을 하게 해준다는 겁니다. SK텔레콤은 "기술은 단 한 명을 위해 오늘도 더 좋은 답을 찾아"간다고 말합니다. 가이드앱으로 창덕궁을 둘러본 아이들이 함박 웃음을 지으며 광고는 끝납니다.

그런데 한국의 수많은 온유군에게 필요한 게 과연 가이드앱일까요? 온유군이 친구들과 함께 창덕궁에 들어가는 게 "더 좋은 답" 아닐까요? 답을 찾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이용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휠체어가 넘지 못한 그 턱에 경사판을 설치하고, 올라가지 못할 높은 계단 옆에 이동식 리프트를 설치해서 온유군도 창덕궁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면 됩니다. 장애인들의 물리적 접근성을 높이기만 하면 됩니다.

이쯤에서 화면을 맨 처음으로 올려서 싱가포르의 사진만 다시 보세요. 버스를 탈 때 운전기사가 경사로를 만들어 보조해주는 걸 제외하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이동하고, 쇼핑하고, 식사하고, 운동하는데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아직 이 수준이 안 된다면 그건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의지가 부족해서입니다.
 

▲ 싱가포르 길거리의 흔한 벤치 모습. 벤치 옆에 장애인용 휠체어 공간이 따로 있습니다. 어디든 장애인을 위한 공간과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 이봉렬

 
장애인이 바라는 건 간단합니다. 기술의 힘을 빌려 장애인 개개인이 장애를 "극복"할 게 아니라, 이 사회 모든 곳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을 높여서 장애가 더 이상 장애가 아닌 사회, 거리에서 공원에서 회사에서 장애인들을 더 많이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사회,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아무 구별없이 어우러져 살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바라는 겁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해당 기사링크 :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Premium/at_pg.aspx?CNTN_CD=A0002671173&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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