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자도 몰랐다?" 김천시립박물관, 부실·임의시공 논란(상)
편의지원센터
2020-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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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따라 설계한 돌담, 끊어지고 엉뚱한 시설물 들어서
"물받이 홈통은 매립되지 않고 밖으로 나와 건물 전체를 망쳐""설계와 달리 시공된 것 수두룩"
[안동=뉴시스] 지난 6월 완공된 김천시립박물관 (사진=뉴시스 DB) 2020.10.28 |
"일생의 명품으로 만들겠다고 설계한 건축물인데 누구에게 우리 작품이라고 말도 못 할 형편이 됐습니다."
김천시 대항면 운수리 사명대사공원에 있는 김천시립박물관을 설계한 B건축사사무소와 K건축사사무소 관계자들은 이 건물만 보면 한숨이 절로 난다.
이들 건축사사무소들은 그동안 많은 국내 유명한 건축 작품을 설계하면서 여러 건축 작품상을 수상해온 유명 회사들이다.
양측 설계자들은 경기도 건축문화상, 대한민국 환경문화상, 한국건축가협회 건축 작품상, 서울시 건축상 등 많은 건축 작품상을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 국내 저명 건축사와 건축가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조잡한' 시공이 최근 완공된 김천시립박물관 곳곳에서 발견됐다며 건축사와 설계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설계자측은 28일 "지금까지 수많은 건축물을 설계해왔으나 이처럼 황당한 경우가 없었다"며 설계와 달리 '조잡하고' '엉뚱하게' 시공된 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섰다.
김천 역사상 최고의 '예술적 건축물'이 될 것이라는 김천시립박물관이 조잡한 건물로 추락했다는 설계자의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져가고 있다.
설계자와 김천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 하편을 통해 살펴본다.
◇설계도와 달리 시공된 부분들
설계자측이 가장 분개하고 있는 부분은 박물관 옆으로 나 있는 길을 따라 설계한 돌담이다.
공원입구에서부터 박물관을 지나 산의 오솔길로 이어지는 길의 곡선을 따라 박물관 오른쪽 터를 부드럽게 둘러싸도록 설계를 했지만 200m 길이의 이 돌담은 군데군데 끊어지며 반 정도 밖에 시공되지 않았다.
특히 산책로와 맞닿아 있어야 하지만 1~1.5m 정도 안쪽으로 시공됐고 그 공간을 벤치와 나무, 자전거보관대, 조명장치 등이 차지하고 있다.
설계자측은 "자전거보관대는 건축물의 품격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조잡한 물건이고 기둥형 조명장치도 밤에 네온싸인처럼 울긋불긋 빛을 내면서 인근 직지사의 이미지와도 맞지 않게 천박하게 들어서 있다. 모두 설계도에는 없는 것들로 박물관 외관과 김천시민의 품격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개탄했다.
[안동=뉴시스] 김천시립박물관 평면구상도. 오른쪽 굵고 흰 선이 돌담이다. 산책로의 곡선을 살리면서 자연미를 갖추도록 설계했으나 반 정도 밖에 시공되지 않았고 그것도 길에서 1~1.5m 들여 시공됐다. (사진=건축사무소 제공) 2020.10.28 |
돌담 못지않게 설계자측을 자극한 것은 건축물 외벽에 설치된 빗물받이 선(線)홈통이다.
설계자측은 물홈통을 벽체 속에 매립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으나 박물관 대부분의 홈통은 건물 밖으로 나온 채 시공됐다.
일부 홈통은 연결부위에서 물이 새 나와 현재 시퍼렇게 이끼까지 끼며 흉물로 바뀌고 있다.
매표소 옆에 있어야 할 대나무 숲도 설계도대로 시공되지 않았고, 남쪽 사무실 앞에는 설계도에도 없는 돌담과 사람 무릎 높이의 볼라드(조명시설)가 설치돼 있다.
설계자측은 대나무숲에 대해 "설계도보다 빽빽하게 심어졌다. 수년 내 상당량이 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의로 설치한 볼라드는 통행을 방해하고 행인들에게 충돌사고의 위험까지 준다"고 지적했다.
설계와 달리 인도의 바닥마감재는 가로가 아닌 세로로 줄지어 시공됐고, 박물관 주변 땅에 깔린 자갈은 강자갈이어야 하나 눈부심을 일으키고 박물관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흰 색 자갈로 채워졌다.
박물관 지하1층 주진입구에 빗물 유입을 차단하도록 설계한 빗물차단 트랜치도 누락 시공됐다.
또 박물관 외벽의 일부 알루미늄 판넬에서는 울통불하게 시공됐고 줄눈도 사라져 통일성과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안동=뉴시스] 실제 시공된 돌담. 산책로에서 많이 들어가 시공됐고 그 사이에 벤치와 가로등이 설치됐고 나무가 심어졌다. (사진=건축사무소 제공) 2020.10.28 |
박물관 북쪽 야외 전시공원의 계단에는 빗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기 위한 건물벽체와 계단 사이의 10㎝ 공간도 사라졌다.
이 때문에 장마철 뒤 언덕의 지표수(빗물)가 건물 벽과 바로 부딪치게 된다고 설계자측은 주장하고 있다.
옥상정원의 바닥은 흙으로 시공하도록 했으나 '조잡한' 인조잔디로 덮였다.
설계자측은 "박물관은 '통합 이미지'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가능한 이질적 요소를 배제하고 주변의 자연 토양과 건축물의 마감 색상의 조화를 위해 자연 그대로의 흙을 덮도록 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면서 흙 속에 있는 씨앗들이 싹을 틔우고 자라나 자연이 형성되도록 했다. '자연과 박물관의 경계가 없음'의 개념을 표현하는 매우 중요한 공간인데 값싼 인조잔디를 덮으며 무성의하게 시공됐다"고 밝혔다.
박물관 지하 1층의 메인 로비는 '거대한 임의시공' 공간이 됐다.
천정에는 설계도에 없는 엄청나게 큰 조형물이 매달렸고 홀의 바닥은 철판으로 설계했으나 석재 타일로 시공됐고 화장실 타일도 샘플로 보내준 종류보다 훨씬 저급한 재료로 시공됐다고 설계자측은 주장하고 있다.
또 지하 1층 뒤편 반 옥내/반옥외 전시장은 '비움의 공간'으로 설계했으나 김천시는 커다란 돌탑 2개를 들여놨다.
벽체가 아닌 유리막 칸막이로 시공된 곳도 여러 곳이다.
설계자측은 "유리와 철물로 조악하게 시공돼 시선의 상부 빛이 전시장에 들어와 불필요한 것들이 보이고 전시조명과도 충돌한다"며 "디자인 기본 개념인 단순성, 전시 동선과 시선 흐름 조정하는 기능이 모두 사라졌다. 유리 칸막이와 바닥 사이에 틈이 생기면서 물청소 때 물이 1층으로 떨어지거나 작은 물건이 그 사이로 떨어져 내리면 사고 위험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안동=뉴시스] 주진입로 매표소와 아트샵. 대나무숲이 시공되지 않았고 설계도에 없는 볼라드가 설치돼 있다. (사진=건축사무소 제공) 2020.10.28 |
이 외에도 설계자 측 의도와 달리 시공된 부분이 여러 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뉴시스
해당 기사링크 : https://newsis.com/view/?id=NISX20201028_0001213710&cID=10810&pID=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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