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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극복 신기술 어디까지
편의지원센터
20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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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AI기술 접목으로 시각장애인들 일상에 상당한 도움 기대


시각장애인 김성복씨(64)는 수도권에 폭설이 내린 지난 1월 6일 외출했다 귀가하는 길에 애를 먹었다. 갑작스레 내린 눈 때문에 거리가 미끄러운 것은 물론 보도 위 시각장애인용 유도 블록이 가려져 중간중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김씨가 자주 왕래하는 거리에 유도 블록을 깔아놓은 사정이 그다지 좋지 않아 평소에도 크게 의지하진 않았지만 미끄러운 길을 위태롭게 걷기가 어려워지자 결국 300m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콜택시를 불러야 했다. 김씨는 “보통은 눈이 오거나 날씨가 안 좋은 날은 외출을 피하는데 가까운 곳이라고 방심했다”며 “사람들이 밟아 눈이 다져지니 케인(시각장애인용 지팡이)으로는 유도 블록을 구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권도현 기자 서울 세종대로에 있는 시각장애인 유도 블록이 파손된 채 방치되어 있다.

권도현 기자 서울 세종대로에 있는 시각장애인 유도 블록이 파손된 채 방치되어 있다.



폭설로 덮인 유도 블록은 무용지물

김씨는 몇년 전 백내장 때문에 시력이 급격히 나빠져 결국 시각장애 판정을 받은 후천성 장애인이다. 시각장애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흰 지팡이로 땅을 짚으며 걷는 데도 익숙하지 않다 보니 눈길에서 더욱 불안감이 커졌다. 폭설은 시력에 문제가 없는 비장애인들에게도 이동하는 데 큰 지장을 주지만 김씨 같은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일상적인 활동 대부분을 제약할 정도로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금 당장으로선 빠른 시일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장애인단체나 장애 극복에 초점을 둔 과학기술 연구진들은 적절한 기술 개발과 지원만 있다면 점차 일상의 제약을 상당 부분 해결하는 진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인공지능이 거리 보행환경 사진과 영상 데이터를 학습해 걸어가는 도중에 어떤 장애물을 만나는지 알려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앱 ‘시잉 에이아이(Seeing AI)’는 이동하는 상황뿐만 아니라 주변 가까운 인물과 접촉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도 사람의 얼굴을 읽고 누가 가까이 다가오는지를 알려줄 수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앱 ‘룩아웃’ 역시 주변 풍경과 인물, 사물을 인식해 음성으로 설명해준다. 스마트폰 후면 카메라에 비친 모습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다국적 대기업이 제공하는 장애 극복 서비스가 보다 폭넓게 활용될 수 있게 범용성이 높지만, 국내에서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개별적이고 특수한 상황에 잘 맞는 서비스 기술 개발은 이어지고 있다. MS의 앱은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 점만 봐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고를 때나 식당에서 메뉴판을 펼 때, 공중화장실 문을 찾는 상황처럼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보다 정확도 높게 시력을 보조하는 소셜벤처기업 하가의 ‘마인드아이’는 이런 상황을 위한 대안으로 개발되고 있다. 하가의 류숙희 대표는 “기존의 문자, 표정, 행동, 사물 인식 등의 비전처리 기술에 음성인식 AI기술을 접목해 고도화된 응용서비스와 제품들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디지털 지팡이나 전용 센서가 달린 신발을 활용하면 걷는 데 필요한 시각정보 중 상당 부분을 도움받을 수도 있다. 근거리 무선통신 기기인 ‘비콘’이 설치된 곳에서는 시각장애인에게 자신이 어디에 있고 주위 상황이 어떤지를 음성으로 알려주기 때문이다. 전용 신발은 GPS가 장착돼 있어 위성에서 현재 위치 정보를 받으며 최적 이동경로를 따라 이동할 때 어느 지점에서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지를 안내한다.

이미 실내 생활을 보조하는 기구는 더 다양하게 개발돼 있다. 특히 완전히 실명한 전맹이 아닌 대부분의 저시력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책이나 화면을 확대해 보다 선명하게 분간할 수 있게 하는 도구들이 많이 출시돼 있다. 최근에는 보다 발전한 기술을 적용해 촉각으로 사물의 정보를 일부 대신해 전달하는 장치들까지 나왔다. 촉각 터치패드를 만지면 화면에 나타난 물건이나 사람을 만지는 것과 비슷한 촉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시각적 제약을 최대한 줄이고 음성이나 촉각 같은 보조적 감각을 동원해 진동이나 온도, 감촉 등을 전기 흐름으로 표현해주는 셈이다. 여기에 자율주행 자동차까지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가면 시각장애인에게도 장거리 이동이 훨씬 수월해지는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미 갖춰진 환경조차 제대로 이용하기 어려운 보도 위 현실에 있다. 특히 최근 보도 위에 급격하게 늘어난 전동킥보드는 유도 블록 위에 세워둘 경우 시각장애인들에게 느닷없는 위협으로 다가온다. 김성복씨는 “나도 길거리 한가운데 서 있는 킥보드에 부딪쳐 멍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고, 다른 장애인 중엔 넘어져 뼈가 부러진 사람도 여럿 있더라”고 말했다.

정작 문제는 현재의 보도 현실

제도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공공 차원의 시도도 없진 않다. 서울시가 개발한 ‘엔젤아이즈’라는 스마트폰 앱은 시각장애인들이 겪는 불편과 곤란을 획기적인 기술로 극복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력을 빠르게 연결해줘 급한 불을 끄는 데 도움을 준다. 시각장애인이 도움이 필요할 때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 영상을 보호자나 봉사자 등의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면 실시간으로 안내를 받을 수 있게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연동되는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하면 양손을 사용하면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장애인단체에선 전국의 각 지역에 따라 고르지 않은 장애인들의 생활환경과 복지수준 때문에 장애 지원 인프라가 미흡하거나 양극화가 심한 지역에 사는 장애인일수록 더 많은 경제적 지출을 하게 되는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편리한 보조기구가 출시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개별적으로 구입할 필요 없이 공공 인프라를 확충해 해결하는 지역에선 장애인들이 더 큰 혜택을 누리고, 그 반대의 지역에선 추가적인 경제적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지역 간 장애인 복지 격차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한 ‘전국 시·도별 장애인 복지·교육 비교 연구’ 2020년 자료를 보면 이동 편의와 정보 접근 등의 항목을 포함한 복지 분야 지자체별 점수는 71.6점으로 대전이 최고점을 받은 반면 서울은 이전 조사보다 10.5점이 하락하며 50.7점에 그치는 등 큰 격차를 드러냈다.

특히 서울은 각 동 주민센터 편의시설에조차 조사 대상 센터 중 85%가 유도 블록을 설치하지 않고 방치하는 등 시각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지원이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가 2017년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424개 주민센터를 점검한 뒤 당시 유도 블록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던 40곳을 2020년 재조사한 결과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접근로 유도 블록은 관련법에서 정한 설치 의무 사항”이라며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은 특성상 적은 비용으로 개선 가능함에도 접근성을 개선하려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주간경향

해당 기사링크 :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2101181054171&pt=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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