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사롭게 내리쬐는 봄 햇살 아래 벚꽃잎이 흐드러지고 있지만, 우리의 일상은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러한 역병의 시대 속에서도 코로나 블루에 침식되어가는 ‘자아’를 회복하기 위하여 우리는 떠나기를 희망하고 고대하며,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고 실제 실행으로 옮기기도 한다. “여행은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잘 알려진 예방약이자 치료제이며, 동시에 회복제”라고 이야기하던 대니얼 드레이크의 말이 요즘 들어 더 와 닿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저 기분 탓일까?
코로나 팬데믹 아래에서 우리 곁 누구는 훌쩍 떠나고자 하는 욕구를 잠시 멈추었고,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병을 피해 도망치듯 떠나기도 했을 것이다. ‘성무선악설을 주장한 고자(告不害)’의 시각에서 바라보자면 같은 시절 인연을 공유하고 있는 우리 이웃들이 이기심에 흠뻑 젖어 떠남의 욕망을 행동으로 옮겼다기보다는 그저 무섭고 두려운 것을 피하고 내 자신을 지키며, 회복시키고자 하는 본능이 그들을 떠나도록 만든 것을 아닐는지 우습고 슬픈 생각을 해본다.
이처럼 우리는 역병 때문에 떠남을 멈추고, 언젠가는 떠나게 될 날을 기다리거나 스러진 자아에 대한 심폐소생을 위해 엄격한 방역수칙에 긴장하며 떠나기도 하지만 장애인들에게 ‘여행’이라는 설레는 경험은 아직도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아야 하는 짝사랑과도 같은 존재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발달장애인 ‘테마여행’ 사업, 발달장애인 가족 휴식 지원 사업,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통해 이루어지는 ‘자립 여행 사업’ 등 정책적 노력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여행’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자유로움’과는 거리가 먼 관치행정의 잔재로 느껴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통계청과 보건복지부의 2020년도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 중 9.6%만이 관광·여행 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21.0%인 비장애인 여행 활동 비율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장애인 여행 참여 제약의 원인을 과거에는 장애인 당사자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허다했다. ‘당신이 잘 걷지 못해서, 당신이 휠체어를 타고 있어서, 스스로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글자에 익숙하지 않은 등의 인지에 어려움이 있어서, 보거나 듣지 못해서’와 같은 편향된 사고로 장애인 당사자들의 삶을 판단해왔다. 철저히 비장애인의 신체와 정신, 정서와 행동, 사고와 가치관을 통해 그들을 바라보고 동정과 혐오가 뒤섞인 사회적 시선으로 장애인들의 일상과 역량을 재단해왔다. 정부 각 부처에서 나름의 아이디어를 짜내 인위적으로나마 당사자들을 ‘비장애인들이 누리는 여행의 틀’ 속으로 종속시키고자 한 결과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9.6%라는 통계학적 숫자로 점철되었을 따름이다.
장애인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한 여행 환경 및 관광 자원의 보편적 수정과 비장애인들의 장애 인식 개선이 선행되지 않은 채로 무작정 ‘묻지마 관광’을 보내려고 한 것은 아닌지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잘못 설치되어 휠체어가 뒤로 밀려나는 경사로, 발달장애인들이 이해하기에는 복잡한 전시물 안내, 관광 안내사 중 수어 가능자 미배치, 갑작스럽게 끊겨 버리거나 훼손된 전시용 점자블록 등 이 모든 것들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여행을 하며 원치 않게 누리게 되는 ‘여행 패키지 상품들’이다.
필자는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하게 될 본 칼럼을 통해 위와 같이 여행지에서 장애인들이 느끼고 있는 어려움들에 공감하고,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배려가 장애인 당사자들 뿐만이 아닌 임산부, 어르신, 영유아와 어린이 모두의 편의를 증진할 수 있는 왕도임을 함께 느껴보고자 한다. 아울러 무장애 여행이 가능한 국내 여행지들과 여행 경험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누구나 여행이라는 경험을 통해 자아를 회복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무장애 여행(barrier-free tourism)이 가능해야만 한다. 장애 유무를 떠나 모든 대한민국의 사회 구성원이 평등한 여행의 기회, 공정한 여행의 과정, 행복한 여행의 결과를 누릴 수 있는 그날이 오길 고대하며...
출처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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