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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블록 엉터리 수두룩, 시각장애인 보행권 '머나먼 길'
편의지원센터
2021-04-22
3557

 

시각장애인과 도심도로 걸어보니
주출입구 점형블록 없는 건물 많고
법제화 불구 보도 점자블록 설치 미흡

도심 거리는 장애인들을 위해 보도·도로 인접지, 횡단보도 등에 점자블록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시각장애인들의 눈 역할을 하는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았거나 미흡한 곳이 많아 이들의 최소한의 조건인 보행권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송문근 경남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창원지회장과 함께 창원 도심을 함께 걸으며 시각장애인들이 갖는 불편함을 몸소 느껴봤다.

송문근 경남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창원지회장이 하얀지팡이를 들고서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 지회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노란색 점자블록이 ‘ㅜ’자 형태로 설치돼 있으나 2m 이상 떨어져 두 갈래로 나뉘어 있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송문근 경남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창원지회장이 하얀지팡이를 들고서 창원시 의창구 도계동 지회 앞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노란색 점자블록이 ‘ㅜ’자 형태로 설치돼 있으나 2m 이상 떨어져 두 갈래로 나뉘어 있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보도·도로 구분 짓는 점자블록 설치 미흡= 송문근 지회장은 창원시 도계동 경남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건물 맞은편 인도를 최종 목적지로 정했다. 불과 70m 남짓한 거리로 일반인이라면 100걸음에 도착할 수 있는 짧은 거리지만 그에게는 멀고도 먼 고난의 길이었다.

송 지회장의 외출은 건물을 나서자마자 위기에 봉착했다. 건물 주출입구에 설치돼 위치 감지 역할을 해야 하는 점형블록이 없었기 때문이다. ‘툭, 툭, 툭’ 소리를 내던 그의 흰 지팡이는 보도를 가로질렀다. 다행히 그의 걸음은 흰 지팡이가 보도 경계 연석에 부딪히고서야 제대로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위태로운 외출은 계속됐다. 10m 남짓 걸었을까? 보행길 앞으로 생활도로가 나타났지만 이를 알아낼 표시가 없었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점자블록은 도로를 연결하는 보도에도 설치돼야 하지만 이곳 보도에는 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그는 “자주 다니던 곳이라 이곳이 도로인 것을 안다. 다른 곳도 점자블록 설치가 미흡하다 보니 낯선 곳에선 한 걸음도 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지팡이 끝으로 낯선 물체가 부딪히는 소리가 전해졌다. 보도 위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공용 킥보드였다. 가는 길을 멈추고 킥보드 형체를 아래부터 위로 매만져 본 송 회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낯선 물체가 길거리에 비치될수록 시각장애인들의 안전은 취약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킥보드 구조상 지팡이로 인지하지 못할 경우 자칫 발에 걸려 넘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횡단보도 점자블록 두 갈래…오히려 불안= 횡단보도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공포의 장소다. 눈이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 작은 실수도 큰 대가로 이어진다. 그가 의지할 곳은 발 밑에 설치된 점자블록 뿐이다. 다행히 그가 도착한 왕복2차선 횡단보도는 점자블록이 제대로 설치돼 있었다. 횡단보도 입구에는 연석이 경사지게 내려가 있었고, 그 위로 점형블록과 선형블록이 ‘ㅜ’자로 설치됐다.

그러나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어도 송 지회장은 발걸음을 옮기지 못했다. 해당 횡단보도는 음향신호기가 설치되지 않아 신호가 바뀐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호가 바뀌었다고 전해도 다가오는 차 소리에 놀라 횡단을 꺼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신호 시간도 12초 남짓해 잠깐의 머뭇거림에도 횡단을 멈춰야 했다. 그는 수차례 횡단을 포기한 후에야 횡단보도 위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반대쪽 횡단보도에 설치된 점자블록은 한 눈에 봐도 엉망이었다. 횡단보도와 줄이어 하나로 설치돼야 할 블록은 두갈래로 나눠 설치돼 있었고, 가운데에는 연석이 우뚝 솟아 있었다.

선형블록 방향에 맞춰 일자로 횡단한 송 지회장의 지팡이에는 연석이 부딪혔다. 송 지회장은 “제대로 횡단했다면 경사진 연석을 지나 점자블록이 느껴져야 하는데 갑작스레 90도 경사의 연석이 느껴지니 당황스럽다”며 “순간 방향을 잘못 잡아 횡단보도를 벗어나 도로 위를 걸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송 지회장이 목적지까지 도착하는데 걸린 시간은 총 5분. 일반인은 1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다.

송 지회장은 “점자블록이 길거리에 쭉 이어져 이정표 삼아 길을 걷을 수 있는 것을 가장 원하지만 기본적인 문제점들부터 해결됐으면 좋겠다”며 “창원에는 5000여명의 시각장애인이 있고 사회 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한 자들이 많다. 이들이 우리 사회에 자의로 걸을 수 있는 최소한의 편의만이라도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처 : 경남일보

해당 기사링크 :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349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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