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보행신호등 없는 횡단보도 2만5천여개 ‘위험 노출’
유동인구 적은 곳은 신호등도 없어…“차량감지 센서 도입을”지난달 19일 고모씨(30)는 서울 종로구 서울맹학교에서 500m가량 떨어진 횡단보도에 멈춰 서 있는 시각장애인을 발견했다. 안내견이나 활동지원사 없이 홀로 흰 지팡이를 짚고 있던 시각장애인은 오가는 차가 없는데도 선뜻 길을 건너지 못하고 있었다. 해당 횡단보도가 보행신호등과 음향신호기 없이 바닥에 흰색 줄만 그어져 있는 ‘비신호 횡단보도’였기 때문이다. 고씨가 “지금 차가 없으니 건너도 된다”고 한 뒤에야 그는 안심한 듯 길을 건넜다.
비신호 횡단보도는 시각장애인에게 위험천만한 공간이다. 보행신호등도 음향신호기도 없어 차량이 다가오고 있는지를 보행자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하루 중 횡단보도 통행량이 가장 많은 한 시간 동안 횡단 보행자가 150명이 넘으면 보행신호등을 설치하게 돼 있다. 비신호 횡단보도는 주로 유동인구가 적은 곳에 위치해 다른 보행자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3일 서울시 교통안전시설물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시의 관할구역 안에 보행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는 2만5509개에 달한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시각장애인 오병철씨(51)는 “보행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활동지원사 없이 주변에 사람도 많이 없는 상태에서 건널 때 가장 위험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김남진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대로변에서 골목길로 비보호 우회전을 해 들어오는 길목에 설치된 비신호 횡단보도는 더 위험하다”며 “버스 환승센터를 사이에 두고 분절된 횡단보도는 양끝 횡단보도에 보행신호등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때 버스가 오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불안을 많이 호소한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의 전반적인 보행 여건이 워낙 열악하다보니 비신호 횡단보도 관련 논의는 아직 부족하다. 일례로 지난해 서울시에서 교통약자들의 보행 여건을 정비하기 위해 ‘보도 불편사항 전수조사’를 마치고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인도와 차도 간 높이 조정이나 점자블록 상태 개선 등은 언급된 반면 비신호 횡단보도는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음향신호기 설치를 위해서는 우선 보행신호등이 있어야 하는데, 횡단보도마다 보행신호등을 설치해 비신호 횡단보도를 없애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도 대책 마련에 어려움을 더했다. 오성훈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통량이 많지 않은 곳에 신호등을 설치하면 오히려 신호 위반이나 무단 횡단이 증가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신호 횡단보도 앞 차도에 ‘차량 일단 멈춤’ 표지판을 설치해 보행자가 있든 없든 차량이 멈추도록 하거나 보행자가 횡단보도 앞에 서 있으면 무조건 보행자에게 통행을 양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 보스턴에서는 차량이 보행자에게 통행을 양보하지 않으면 수백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복지관 등 교통약자가 많은 지역의 횡단보도에 보행신호등과 음향신호기를 설치하되 불가피하게 비신호 횡단보도로 운영하는 경우 다가오는 차량을 감지해 이를 음향으로 보행자에게 알려주는 센서 설치를 시범 운영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남진 사무국장은 “비신호 횡단보도 인근 차도 바닥에 센서 등을 설치해 주변에 차량이 오면 소리나 빛으로 교통약자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술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경향일보
해당 기사링크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5032146015&code=94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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