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 자판기 52개·위생용품 자판기 14개 중 점자 표기 '0개'
광주의 시각장애인들은 지하철에서 자판기를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뉴스핌 취재에 따르면 광주 지하철 역사에는 총 52개의 음료수 자판기가 있다. 그중 점자가 표기된 자판기는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오후 뉴스핌이 광주 지하철 역사를 둘러본 결과, 음료수 자판기 외에도 휴지·마스크 등을 판매하는 14개의 위생용품 자판기에도 점자가 표시된 자판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6일 오후 광주 서구 상무역사에 설치된 자판기. 이 자판기에는 시각장애인의 '눈' 또는 소통창구인 점자가 표기돼 있지 않다. 2021.08.06 kh10890@newspim.com |
자판기 점자 표시에 대한 법령도 존재한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는 '장애인 등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장애인 등이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설비를 동등하게 이용하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법령이 '의무'가 아닌 '권고'에 그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광주시에 등록된 7300여 명의 시각장애인들은 사실상 자판기 이용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
자판기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를 해야 한다는 법령 [사진=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캡처] 2021.08.06 kh10890@newspim.com |
김민석 광주시각장애인복지관 팀장은 "자판기에 점자가 없다보니 시각장애인들은 도우미가 없다면 애초에 자판기에서 뭘 사보거나 할 생각 자체를 못한다"며 "너무 목이 말라도 참았다가 집에 가서 마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각장애인 정모 씨는 "돈만 넣으면 원하는 것이 나오는 게 자판기인데 시각장애인들은 점자가 없는 탓에 이 버튼이 물인지 탄산음료인지 커피인지 알 수가 없다"며 "광주는 늘 인권 도시라고 말하면서 정작 자판기도 자유롭게 사용 못 하는 도시인데 이게 무슨 인권 도시냐"고 지적했다.
이에 광주도시철도공사 김만조 문화홍보팀장은 "자판기는 도시철도공사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입찰을 통해 자판기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며 "시각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서 점자를 설치해야 하는데 흑자가 크지 않아 비용 문제 등 때문에 점자가 설치된 자판기는 없다"고 말했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6일 오후 광주 서구 상무역사 내에 설치된 자판기. 점자 표시도 없었지만 자판기를 안내하는 점자 보도블록도 없었다. 2021.08.06 kh10890@newspim.com |
지하철역에서 자판기로 길을 안내하는 시각장애인 보도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자판기에 점자 표시가 됐더라도 시각장애인 혼자서 자판기까지 갈 수 없다.
또 혼자서 자판기까지 가서 음료수를 뽑았더라도 캔 음료수에는 점자 표기가 제품명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음료'로만 표기돼 있었기에 시각장애인은 자신이 무슨 음료를 마시는지 알 수 조차 없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6일 기자가 광주 지하철 역사를 돌아다니며 구매한 캔음료. 다양한 종류의 캔음료에는 시각장애인의 소통창구인 점자가 '음료'라는 한 단어로만 표기돼 있다. 2021.08.06 kh10890@newspim.com |
실제 기자가 지하철에서 판매하는 음료수 4캔(이온음료, 커피, 비타민 음료)을 구매해서 점자를 살펴보니 음료수의 종류는 달랐지만 점자 표기는 모두 같았다.
한 국내 식음료업체 관계자는 "캔음료 뚜껑 부분은 공간이 작다"며 "제품 이름을 표기할 자리가 없다"고 해명했다.
출처 : 뉴스핌
해당 기사링크 : https://www.newspim.com/index.php/news/view/20210806000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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