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ㄴㅅㅇㅋ_함께사는 사회] 출근길 지하철 ‘이동권 투쟁’ 택한 장애인들… “우리 말 좀 들어달라”
편의지원센터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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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도 전철이나 버스 이용에 문제가 없도록 예산을 편성해 달라고 장애인들이 목소리를 높여 왔고, 2005년 1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됐으나, 오늘날까지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장애인들 입장...<그래픽_뉴스워커 AG1팀>
[ㄴㅅㅇㅋ_함께사는 사회] 이달 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청원글이 등장했다. 최근 잇단 장애인 기습시위로 사회적 피해가 유발된 데 처벌을 촉구한다는 취지였다. 청원인은 “장애인들의 불편사항 개선 요구는 정당하다고 생각하지만, 무고한 시민에 시간적·금전적 피해를 끼치면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장애인단체 출근길 시위가 지난 3일부터 평일마다 서울지하철 3·4호선 등 일부 승강장에서 이어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장애인단체는 출근시간대인 오전 7시30분께부터 휠체어를 열차 출입문 사이에 끼워 넣어 문이 닫히지 않도록 하는 방식의 시위를 벌였다.
일각에선 “전철을 이용하는 시민을 볼모로 한 과격시위”라며 불만을 성토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불편을 감내하는 방식으로 조용한 응원을 보내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시와 정부가 적극 나서 장애인의 대중교통 이용환경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이번 기습시위를 통해 장애인의 이동권 개선 문제가 일반 시민들에도 일종의 파장을 일으켰다.
목숨과 맞바꾼 장애인 ‘투쟁’… “장애인생존권 예산 보장돼야”
작년에 시작된 장애인의 출근길 시위는 지난 1월에도 세차례 진행됐었다. 지난해 12월엔 서울교통공사가 역내 시위를 막기 위해 혜화역 2번 출구 앞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일시 폐쇄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근 수면 위로 떠오른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 투쟁은 사실상 20년 전부터 있어 왔다. 2001년 오이도역 장애인용 리프트가 추락해 장애인이 사망한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다음 해 발산역에서 같은 사고로 장애인이 또다시 사망하자 장애인들은 39일간 단식농성을 감행했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2004년까지 서울지하철 전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현재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 사이 2017년 신길역 휠체어 리프트에서 장애인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장애인들엔 버스 이용도 여의치 않았다. 휠체어 탑승 시 턱이 없는 저상버스가 필요하기에 정부는 2021년까지 저상버스 비율을 42% 채우겠다고 했지만, 2020년 기준 전국 저상버스 비율은 27.8%에 불과했다.
교통약자도 전철이나 버스 이용에 문제가 없도록 예산을 편성해 달라고 장애인들이 목소리를 높여 왔고, 2005년 1월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됐으나, 오늘날까지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장애인들 입장이다.
전장연 등 장애인단체는 이번 시위를 통해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비 국비 책임 및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 ▲장애인활동 지원 하루 최대 24시간 보장 예산 책임 ▲장애인 탈시설 예산 24억원, 거주시설 예산 6224억원 수준으로 증액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대중교통 이용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모든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최소 1대 이상 설치하고, 시내버스를 모두 저상버스로 바꾸며, 장애인 콜택시를 늘리는 등 대중교통 개선안이 포함됐다.
전장연 측은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 개정됐지만, 제대로 된 장애인생존권 예산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면서 “가난이나 장애 등 상황을 개인에 떠넘기는 사회가 아닌, 국가가 책임지고 사회적 약자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편의점계도 “장애인 접근성 높여야”
장애인의 이동권·접근권 보장 촉구는 편의점계에도 이뤄졌다. 장애인단체 소속 A씨 등 3명이 GS리테일 측에 편의점 편의시설 설치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고, 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 줬다.
전국 1만4000여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GS리테일이 대부분 편의점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았고,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규정하는 시설물 접근·이용상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했다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이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0부(재판장 한성수)는 바닥면적 300㎡ 미만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면제한 시행령은 위법하다고 판단, GS리테일 직영점 및 가맹점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라고 지난 10일 판결했다.
재판부는 2009년 4월11일 이후 신축·증축·개축된 직영점에 장애인 통행이 가능한 접근로, 높이 차이가 없거나 경사로가 설치된 출입구, 장애인 출입이 가능한 출입문을 설치하라고 판결했으며, 가맹점에 대해서도 직영점과 같은 영업표준 마련 후 개선비용 20%를 본사가 부담하라고 했다.
GS리테일 측은 법원 판결 취지에 공감하면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늘려 가겠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모든 직영점과 대구지역 100여개 가맹점포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했고, 가맹점 전반으로 확대 중”이라며 “전국 200여개 점포의 경우 이동식 슬로프를 설치해 장애인의 접근성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안은 편의점업계 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장애인 접근권 보장을 위해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200여개 CU편의점엔 출입구 경사로가 설치돼 있다. 이는 점포 전체 22% 수준이다.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측은 올해 신규점과 리뉴얼 점포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먼저 도입하고, 기존점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출입구 경사로 및 도움벨이 설치되며, 장애인 접근성을 높이는 내부 동선 확보도 이뤄질 것”이라며 “다만 시설 설치를 위해 개별 임대인 동의가 필요한 경우도 있어 방안도 강구 중이다”고 답변했다.
장애인단체 “장애인등편의법 엉터리 개정… 철회하라”
장애인에 편리한 시설은 장애인에 한해서만 편의적인 것은 아니다. 노인, 임신부, 어린아이, 부상을 입어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도 편의성을 제공한다. 장애인 편의시설은 결국 누구에나 편리한 공간이 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7월 유니버설 디자인 도시조성 기본 조례를 만들어 서울시 공공건축물에 의무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 외 일부 지자체도 유니버설 디자인 관련 조례를 별도 운영 중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장애 유무, 성별, 연령, 국적에 상관없이 모두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건물·시설 조성안이다. 하지만 유니버설 디자인의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기틀이 미비하다 보니 보편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7일 유니버설 디자인 기본법을 발의했다. 관련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해 모든 이용자에 안전하고 차별이 없도록 한다는 취지다.
보건복지부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 등 편의법) 시행령 속 편의시설 의무설치 바닥면적 기준을 현재 300㎡(약 90명) 이상에서 50㎡(약 15평) 이상으로 강화하는 개정안을 지난해 6월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장애인단체는 장애인 등 편의법 속 바닥면적 기준을 폐지할 것을 요구해 왔다. 15평(50㎡) 이하의 작은 음식점 등은 사실상 여전히 출입이 불가하다는 것.
또한 시행일을 기준으로 신축·증축·개축되는 건물에 한정하고 있기에 결국 시행일 이전 지어진 건물의 편의시설은 해당되지 않는다.
장애인의 이동권·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을 수립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일도 현장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탁상공론에 그치고 만다. 장애계의 규탄 목소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출처 : 뉴스워커
해당 기사링크 : http://www.newswork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8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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