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인성영재 정치리더십 동아리 학생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선. 2020년 선거연령이 만 18세 이상으로 낮아진 이후 첫 대통령선거이다. 고등학생도 선거에서 권리를 행사하게 된 지금,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정치와 정치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정치활동 경험을 할까?
"우리가 바라는 대한민국 대통령은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망설임 없이 일을 해 나가고 국민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대통령입니다”, “대통령 본인의 사심보다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공심의 마음이 더 큰 사람이요.”, “국민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고 주변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국민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올바른 신념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정치리더십 동아리 학생들과 멘토인 김나옥 교장을 지난 2월 28일 인터뷰 했다. (윗줄 왼쪽부터) 정지원 학생, 이서준 학생, 박규현 학생. (중간줄 왼쪽부터) 김채영 학생, 김시은 학생, 김현우 학생. (아랫줄 왼쪽부터) 김규형 학생, 멘토 김나옥 교장. [사진=화상 인터뷰 갈무리]
국내 최초 갭이어 고교과정을 밟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 이하 벤자민학교) 인성영재 정치리더십 동아리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기대하는 대통령의 자질을 밝혔다.
청소년들은 대선을 앞두고 지난 두 달간 ‘인성영재 정치리더십 동아리’를 결성해 활동했다. 벤자민학교 전국 학습관에서 지원한 12명 학생들은 6차에 걸친 온라인 모임에서 석학들의 정치 강의를 듣고 해외 청소년의 정치활동 사례, 일제강점기 학생 독립운동, 4.19의거 등을 살펴보고 토론했다. 또한, 직접 정치활동을 해봄으로써 민주시민의 자질과 책임감을 키웠다.
지난 2월 28일 벤자민학교 ‘인성영재 정치리더십 동아리’ 활동에 참여한 학생 중 7명과 멘토 김나옥 교장을 화상으로 만났다. 인터뷰 참가 학생은 정지원(19), 이서준(18) 박규현(19) 김채영(18) 김시은(18) 김현우(20) 김규형(18) 학생이다.
동아리 활동 이전 학생들은 대부분 정치에 큰 관심이 없거나 관심이 있어도 어떻게 접근할지 몰랐고, 잘 알지 못하기에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기보다 주변 사람들의 판단에 좌우되었다고 한다.
김시은 학생은 “부모님이 정치 관련 책을 권해주셨는데 어려워서 읽지 않았다. 친척들이 모이면 뉴스를 보면서 욕을 하다가 결국엔 좌파, 우파 편을 갈라서 욕하시더라. 그런 걸 보면서 좀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했고, 정지원 학생은 “TV에서 보고 정치인들을 비난을 많이 했는데 생각해보니 정치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동아리 활동 전 정치활동을 경험한 학생도 있다. 이서준 학생은 “지난해 4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교육기본법상 ‘홍익인간’ 교육이념을 지키기 위한 항의 시위에 참여한 적이 있다. 홍익인간 교육이념을 빼자고 제안한 국회의원들이 있었는데 그때 우리가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면 안 되고, 왜 좋은 정치인을 뽑아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라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선거권을 행사할 김현우 학생은 “다른 나라에서 정치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 학생들은 어떻게 정치에 참여하는지 배웠는데, 나이가 어려도 주체적으로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스웨덴에서 ‘정치 페스티벌’이라고 유명한 정치인들과 일반시민, 학생, 청년들이 직접 만나 정치를 주제로 일상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이 신선했다”라고 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인성영재 정치리더십 동아리 첫모임(2021년 12월 16일) '정치란 삶이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김규형 학생은 “첫 모임 때 교장 선생님께서 ‘정치에 대한 무관심의 가장 큰 대가는 나보다 더 어리석은 사람이 결정하는 대로 따라야 살아갈 수밖에 없다’라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말을 전해주셨는데 인상 깊었다”라고 했다.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정치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 박규현 학생은 “정치를 모를 때는 그저 욕을 했지만, 우리나라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대통령, 국회의원이 하는 일이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해왔는지 알고 나니까 조금 더 생각하고 비판하게 된다”라며, “무의미하게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각자 최선을 다해 자기 신념을 전하고, 국민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보였다”라고 했다.
청소년의 정치 참여 “어릴 때부터 배우고 활동할 기회 가져야”
직접적인 정치활동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이서준 학생은 “3차 모임 때 대안학교인 볍씨학교(초‧중‧고 통합)가 토지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데 나보다 훨씬 어린 학생들이 행동하고 사회에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라고 했고, 김시은 학생은 “정치는 마냥 어렵고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줄 알았는데 관심 분야에 대해 직접 조사를 하고 제 의견을 펼쳐보니 청소년도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라고 했다.
학생들은 각자 관심 있는 분야를 조사하고 발표하는 정치활동을 했다. 주제는 쓰레기 산, 남북통일, 양성평등, 백신 패스, 장애인 인권 등 다양했다. 특히, 이번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낸 학생이 있다.
김채영 학생은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주제로, 전국의 점자보도블록 문제를 조사했다. “노란색 점자보도블록이 그분들에게 길인데 설치가 안 된 곳도 많고,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설치했다가 미관을 해친다고 철거한 경우도 있었다. 평소에는 그냥 불편하겠지라는 생각이 끝이었는데 알아볼수록 길을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서 나라도 뭔가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채영 학생은 늘 다니는 백화점 앞 지하철역에 점자보도블록이 설치되지 않은 것에 행정복지센터에 민원을 제기했다. 마침 동아리 모임에서 채영 학생이 발표하는 날 센터에서 시정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받고 친구들과 멘토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이후 채영 학생은 점자보도블록이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 그는 “뿌듯했고, 교장 선생님께 내 관심 분야가 직업인 지인을 멘토로 소개받기로 했다”라고 했다.
김채영 학생의 정치 활동은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주제로 했다. (위) 지난 1월 13일 인성영재 정치리더십 동아리 3차시 모임에서 발표하는 김채영 학생. (아래) 김채영 학생이 행정복지센터에 건의해 지하철역에 설치된 점자보도블록.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김현우 학생은 ‘청소년 마약 문제’를 조사했다. “학교 내 화장실에서 마약을 하는 사례도 있었고, 쉽게 생각하고 시도했다가 빠르게 중독되어 제어할 수 없게 된 학생도 있었다”라며 “힙합 음악을 배우려는 청소년을 가르치는 사람이 마약을 알려주고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했다. 그는 “힙합 장르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어 더 관심을 갖게 된다”라고 밝혔다.
가수가 꿈인 김규형 학생은 ‘음원 사재기를 통한 부당한 이득취득’을 조사했고, 정지원 학생은 ‘소년법 문제’를 조사했다. 지원 학생은 “청소년이 강력범죄를 저지르고도 제대로 처벌을 받지 않아 분노했다. 그런데 조사하면서 소년법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듣고 이해가 되었고 양쪽의 의견을 모두 들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내 결론을 낼 수 있었다”라고 했다.
김현우 학생은 최근 심각해지는 '청소년 마약 문제'를 조사하고 발표했다.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김시은 학생은 자신의 경험을 포함해 ‘백신 패스’에 관해 국내외 사례와 비교를 하고 발표했다. 이서준 학생은 ‘쓰레기 산 문제’를 조사하고 해결을 위한 작은 실천을 했다. “쓰레기 산을 직접 방문해보니 우리나라가 겉으로 깨끗한 듯해도 심각한 환경문제를 안고 있다는 걸 실감했다. 내가 옛날에 사용한 공책도 어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안했고,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가 이런 거대한 산을 만들었다는 걸 알았다.”
동아리 멘토로 활동한 김나옥 교장은 “넓은 의미에서 정치는 나를 넘어서 내 이웃,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 주변과 사회, 국가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결정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동아리에서 알아가는 정치가 바로 이것”이라고 했다.
김 교장은 첫 정치리더십 동아리 활동을 마친 소감에 대해 “학생들이 한국 정치 전체를 알게 되고 자신이 정치에 관심과 책임이 필요한 사람이고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란 자신감을 얻었다”라며 “더 큰 보람은 학생들의 시야가 자신과 가족, 학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 국가, 전 세계를 바라보는 안목을 가지게 되었고 건강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과거 역사를 돌아보며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디자인하는 큰 생각, 큰 꿈을 가지게 되었다”라고 했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인성영재 정치리더십 동아리의 멘토 김나옥 교장. [사진=벤자민인성영재학교]
그는 “벤자민학교는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하고 배움을 만들어가는 학교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다양한 사회참여 동아리를 만들고 운영한다. 그중 연간 3~5개 동아리를 학교에서 제안하는 데 이번 정치리더십 동아리 활동은 성공적이다. 벤자민학교의 새로운 교육과정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라며 “올해는 2기, 3기가 나올 텐데 이번에 졸업한 동아리 1기 학생들이 선배 멘토가 되어 줄 것이다. 선후배가 연결되어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기대를 밝혔다.
한편, 김나옥 교장은 “대학생이 되고 성인이 된다고 저절로 민주시민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려면 청소년 교육 때부터 배우고 체험하고 훈련되어야 국가를 함께 경영해나가는 역량이 생긴다. 독일, 핀란드 등 서구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어려서부터 매우 적극적으로 정치교육을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교육은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가는데 집중된 나머지 무한경쟁 속에 청소년을 굉장히 이기적인 성향으로 북돋우며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현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제 선진국이 된 우리나라도 적극적이고 명시적인 정치교육이 필요하다. 그동안 교육에서 정치 이야기는 터부시하고 교사들의 정치활동이 법적으로 허용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 자유롭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정치적인 입장을 갖지 않고 학생들에게 정치 인식을 충분히 심어주고 교육할 수 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출처 : K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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