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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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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민(철학과·20)
손원민(철학과·20)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이토록 큰 관심을 받는 것은 처음 본다. 내가 태어난 해인 2001년부터 무려 21년이 넘게 장애인 단체는 한결같이 이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저상버스와 지하철 엘리베이터 도입은 20년 전 장애인들이 선로에 뛰어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리고 20년 동안이나 지체된 이 미완의 약속은 얼마 전 장애인 이동권 시위를 “비문명적 시위”라고 표현한, 여당 대표가 될 정치인의 발언이 있고 난 뒤에야 비로소 주목받는 공론장에 등장했다. 현실이 이렇게 씁쓸하다. 정돈되지 않은 도로, 문턱 그리고 계단까지, 거리는 아직도 덜컹거린다. 장애 인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까지도 이음새를 찾지 못해 덜컹거리는 듯하다. 


장애인권동아리 ‘위디(with:D)’에서는 교내외의 배리어프리 환경 조성을 위한 활동과 함께 장애 학술 세미나를 진행한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세미나의 논의는 종종 “현실적으로 그게 가능할까?”라는 질문으로 흘러갔다. 부당한 현실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리고 그를 바꾸고자 하는 ‘위디’라는 공간에서도, 우리는 그 현실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올해 우리 동아리는 지난해를 돌아보며 몇 가지 다짐을 했다. 첫째, 언제든 편안하고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는 공동체가 되기. 둘째, 현실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 그것이 비장애 중심주의적 차별을 재생산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사실 두 말은 다르지 않다. 우리가 ‘비장애 중심주의적 현실’을 바꿔 나가고자 한다는 점을 꾸준히 기억할 때만, 우리는 전환을 위한 상상력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다.

자크 랑시에르는 “어떤 말을 듣거나 듣지 않는 방식에서, 그것을 말로 듣느냐 혹은 소음으로 듣느냐의 방식”에서 평등과 불평등의 쟁점이 작동한다고 말했다. 장애 인권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너무 긴 시간 동안 그저 소음으로 치부됐다. 아니, 때로는 소음으로조차 여겨지지 않았다. 설령 언급될 때도, 그것은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시혜적인 ‘배려’ 문제로 이야기됐다. 장애 인권은 ‘착한 배려’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 인권은 지금 이 자리에서의 생존과 삶에 관한 문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것이 한순간의 자극적인 소재로 휘발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는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 나는 장애 인권이 계속해서 지극히 정치적인 이야기로 다뤄지길 바란다. 계속해서 비장애 중심주의적 사회를 불편하게 만드는, ‘소음’이 아닌 ‘말’로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모든 시위는 불편함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 이제껏 자신들이 부당한 짐을 떠안고 있었음을 보이고자 하는 것이 시위다. 그러니 이동권 시위의 현장에 있던 탑승객들이 불만을 호소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장애인 시위가 ‘선량한 시민’에게 불필요한 피해를 준다고 말하기 전에 철학자 고병권의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과연 장애인들이 죄 없는 시민의 발목을 잡았는가. 오히려 시민들이야말로 장애인들의 발목을 잡아 온 건 아닌가.” 시위 과정의 불편함은 이제껏 묵인됐던 불평등에 대한, 민주 사회 시민으로서의 분담금과도 같다. 이 시위는 장애인 대 ‘선량한 시민’의 싸움이 아니며, 국가가 응답하고 책임질 문제다.

덜컹거림을 세심하게 관찰할 때, 우리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기준을 비틀어 볼 수 있게 된다. 완만한 경사로에서 휠체어는 장벽이 되지 않는다. 점자책을 읽는 시각장애인에게 시력은 장벽이 되지 않는다. 지금, 무엇이 장애를 장벽으로 만들고 있는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입시 비리를 겪는 사회에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점자블록이 사라지는 사회에서, 93%의 엘리베이터 설치율이면 충분하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꾸준히 물어야 할 것이다. 무엇이 합의의 대상이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가? 권리는 타협이나 합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모든 존재가 그 자체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관계와 조건을 고민하고 만드는 것이 정부와 정치가,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비장애 중심주의 사회의 ‘덜컹거림’을 포착하고, 우리 사회가 매끄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만 우리는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대학신문 

해당 기사링크 :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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