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소미/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편의시설지원부
이소미/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편의시설지원부 ⓒ헤드라인제주
길을 걷다보면 중간마다 움푹 파인 보도, 가로수나 버스정류장이 있어 좁아진 보도, 가파른 경사 등 다양한 유형의 보도를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비교통약자라면 불편함을 못 느끼고 그냥 지나쳐가거나, 버스와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편안하게 이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교통약자들의 경우는 어떨까. 보행환경이나 버스와 같은 시설들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작년, 휠체어 장애인인 친구와 길을 걷고 있던 중 우리가 걷던 보도는 파여있거나 경사가 가팔랐다. 결국 이동하는데 불편함을 느낀 친구는 나와 다른 길로 돌아서 가게 되었다. 혼자 걷던 길이었다면 그냥 지나갔을 곳이지만 친구의 모습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의 불편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런 불편함이 장애인에게만 한정된 불편함일까?
나는 제주장애인편의증진기술지원센터에서 일하게 되면서 편의시설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게 되는데, 마주하는 건 보도마다 부적정하게 설치된 점자블럭, 훼손된 볼라드와 같은 오히려 장애물이 되어버린 실태다. 또는 보도에 버스정류장이 설치되면서 버스정류장을 거쳐야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보도 또는 가로등이나 가로수와 같은 부속물이 있어 좁아진 경우도 자주 보는데, 이러한 경우 전동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은 보도로 이동하기가 불편해 차도를 이용하다 사고가 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2020년 국토교통부에서 실시한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중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개선이 시급한 이동편의 환경이 어떤 것인지 묻는 질문에 교통약자(47%), 비교통약자(42.4%) 모두 보행환경이라고 답했다. 또한 가장 개선이 시급한 보행시설에 대한 질문에도 똑같이 교통약자, 비교통약자 모두 보도라고 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교통약자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보행환경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가장 개선이 시급한 이동편의 환경 설문조사 결과. <출처=2020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
이러한 불편함을 해소하고 이용에 따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2005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이 제정되었고 그에 따라 이동편의시설이 설치되고 있다. 교통약자들을 위한 이동편의시설 확충 및 보행환경개선을 통해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으로 이동편의시설에 대한 설치기준과 세부기준이 규정되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자치법규를 제정해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에 대한 사전·사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기도는 2015년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의 사전·사후 점검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이동편의시설기술지원센터를 설치함으로써 이동편의시설의 적정한 설치 유도와 유지·관리가 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있으며 실태조사를 통한 미비점을 확인하여 개선을 요구하는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제주도는 이동편의시설과 관련된 조례가 미비한 실태이다. 현재 교통약자법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 조례」가 제정되어 있으나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이동과 관련한 특별교통수단의 운영에 관한 내용이 주로 이루어져 있고 이동편의시설에 대한 세부내용은 없다. 특별교통수단의 확충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으나 막상 보행자나 시설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을 위한 편의시설에 설치 또는 실태 점검에 관한 내용이 부족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현재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처럼 교통약자들은 이동권 보장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여전히 이동편의시설은 부족하고, 관련 법령이나 지자체 규정도 미비점이 보이는 현실은 탄식을 자아내고 있다. 매년 교통약자는 늘어가고 있는 추세로 이에 맞게 가장 필요한 건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편의시설에 대한 점검 조례와 같이 제도를 제정 또는 개정함으로써 이동편의시설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모든 지역에 전문가를 보유한 이동편의시설 기술지원센터의 설치가 필요하며 그 센터의 전문가들의 사전 검토를 통해 미리 적정설치 여부를 확인하고 사후 점검을 통해 개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 이동편의시설 확충과 개선이 이뤄져 교통약자들이 편리하고 안전한 이동이 가능하게 되고, 또한 제주도처럼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곳은 여객시설에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함으로써 도민뿐만이 아닌 모든 사람을 위한 시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추후에는 교통약자, 비교통약자가 구분 없이 모두가 이용 가능한 시설, 모두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설로 이뤄진 유니버설 제주가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출처 :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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