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여러방향 신호 떨어져
음향 만으로 방향 파악 어려워
“길 헷갈려 혼자서는 못 건너”
장애인 보행권 축소될까 우려
점자블록 개선 등 대책 시급
대구 중구 중앙네거리에 설치된 대각선 횡단보도 모습.
“자주 다니는 길에 (대각선 횡단보도가) 있으면 위험할 것 같기도 하고요. 그쪽을 피해서 다닐 것 같아요.”
보행자 편의를 위해 확대되고 있는 대각선(X자형) 횡단보도가 시각장애인들의 통행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행자 우선 통행체계와 도로 변화에 발맞춘 장애인 안내 시스템과 점자블록 개선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장애인의 날인 20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지역에는 총 61개소의 대각선 횡단보도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구·군별로는 달서구 21곳, 수성구 15곳, 북구 12곳, 동·중구 5곳, 달성군 3곳 등 순이다. 대구시와 대구경찰청은 보행자 안전 교통 대책 시행에 따라 지역 내 대각선 횡단보도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각선 횡단보도는 사거리를 한 번에 가로지를 수 있도록 설계된 횡단보도로, 보행자와 차량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행자 우선 안전 대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대각선 횡단보도 개편에도 주변부 점자블록과 볼라드, 표지판 등 시설이 정리되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에게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신호가 떨어지다 보니, 음향 신호기를 통해 통행 방향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도 큰 고충으로 꼽힌다.
대구지역에 거주하는 한 시각장애인은 대각선 횡단보도 확대가 장애인의 보행권 축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각장애인 A(45)씨는 “가족을 붙들고 같이 (대각선 횡단보도를) 건넌 적은 있지만 혼자서는 건너지 못할 것 같다. 특히 대각선 방향은 시각장애인들이 거의 이용하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며 “방향도 맞는 방향인지 헷갈릴 수 있다. 만약 자주 다니는 길에 (대각선 횡단보도가) 있다면 피해서 안전한 길로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내 대각선 횡단보도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보행과 접근 문제를 이야기할 때 단순히 어디서 어디까지 연결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보행 환경 자체를 개선해야 하는 점이 있다”면서 “휠체어를 타거나,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할 때를 고려해 인도의 턱과 음향 기기, 점자블록 설치 등 대각선 횡단보도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출처 : 대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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