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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학교 주변에도 뜯겨나간 점자블록 수두룩… 100m도 채 못 걷고 멈춰섰다
편의지원센터
2022-05-27
1672

지난 24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신교동의 서울맹학교 앞. 시각장애인 곽모(31)씨는 맹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곽씨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보였다. 흰 지팡이로 횡단보도 출발 지점을 알리는 점자블록을 찾고 있었지만 점자블록 한 개가 뜯겨나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횡단보도 반대편 도착지점도 마찬가지였다. 점자블록 곳곳이 파손되고 블록 간 단차도 있어서 곽씨는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그 위를 지나갔다.

중간이 비어있는 점자블록/김민소
중간이 비어있는 점자블록/김민소

서울맹학교 주변 도로에는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방해하는 장애물 투성이었다. 국토교통부에서 정한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르면 점자블록 위에는 다른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장애물을 두어서는 안 되지만, 맹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등하교하는 길은 장애물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맹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곽씨는 “선천적 시각장애인이라 어렸을 적부터 보행교육을 배워 점자블록이 있으면 흰지팡이로 땅을 느끼며 대부분 혼자 보행할 수 있지만, 블록이 중간에 비어있거나 차나 바위 같은 것들로 가려져 있으면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우두커니 멈춰서 있을 때가 종종 있다”고 했다.

점자블록 위에 정차된 트럭/김민소
점자블록 위에 정차된 트럭/김민소

서울맹학교 정문에서부터 500m 거리, 맹학교에서 경복궁역 2번 출구 사이를 잇는 인도 위 점자블록 위로는 트럭과 승용차들이 주차돼 블록을 가리고 있었다. 점자블록을 따라 걸어가던 곽씨는 흰지팡이가 트럭 뒷바퀴와 부딪히자 걸음을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트럭을 피해가기 위해 기자와 잠시 동행한 뒤, 곽씨는 다시 홀로 보행을 시작했다.

100m 정도 걷다가 그는 다시 걸음을 멈춰섰다. 선형블록(보행 방향을 알려주는 블록) 위를 오가던 흰지팡이 끝부분이 블록 사이에 있는 맨홀 구멍 안으로 걸려들어갔기 때문이다. 곽씨는 흰지팡이가 맨홀 구멍에 부딪혀 ‘탁’ 소리가 나자 그는 흰지팡이를 들어올려 맨홀이 끝나는 지점을 찾기 위해 지팡이로 땅 위를 조심스럽게 더듬었다.

점자블록 중간 중간 있는 맨홀/김민소
점자블록 중간 중간 있는 맨홀/김민소

흰지팡이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장애물들은 점자블록 주변에도 있었다. 시각장애인은 보통 흰지팡이로 반경 60cm의 반원을 그리며 보행을 한다. 때문에 보건복지부 시각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매뉴얼에선 선형블록 외곽선으로부터 좌우 최소 60cm 어떠한 장애물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해 놨다. 하지만 이런 지침 역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서울맹학교 정문에서 5분 거리, 도로 위에는 점자블록에서 50c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옛 터를 알리는 비석과 석재 의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종로구청 도로과에 따르면 지역 내에 있는 점자블록을 교체하거나 점검하는 주기는 따로 정해지지 않고 있다. 도로과 관계자는 “맹학교 주변은 구내에서도 신경 쓰는 지역이지만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다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점자블록 파손 및 미설치 구간 관해서는 “블록 일부 파손이면 며칠 이내로 가능하지만, 범위가 조금 있으면 예산이나 기간을 고려해야 해서 즉각적인 조치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점자블록 주변에 있는 장애물에 대해서는 “(블록) 설치 이전에 있었다면 점자블록 설치와 관련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점자블록으로 인한 시각장애인들이 통행 문제는 비단 종로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약 2개월간 서울시 서부도로사업소 관할 지역 (서대문구, 마포구, 용산구, 은평구, 중구) 일대의 횡단보도 점자블록을 조사한 결과 총 2334개의 점자블록 중 올바르게 설치된 것은 596개로, 넷 중 하나에 불과했다. 

출처: 조선비즈

해당기사링크: https://biz.chosun.com/topics/topics_social/2022/05/25/U7FIRJU7SRGKXI7MZGL4VNWW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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