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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1급 김모(29)씨는 매년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을 때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점자안내판은커녕 점자블록조차 찾기 어려워 반드시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점자블록이나 표지판이 없으면 우리 보고 움직이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대형 병원뿐만이 아니다. 공공도서관, 경찰서 등 다른 공공기관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시각장애인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춘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기관은 보완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예산부족’을 내세워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16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서울시내 종합병원 58곳, 공공도서관 66곳, 경찰서 31곳을 조사한 결과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율은 점자표지판 21.1%, 점자안내판 29.13%, 음성안내장치 11.85%, 점자블록 55.09%에 그쳤다. 장애인편의증진법에 따라 공공기관은 장애인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병원 58곳 중 점자표지판이 아예 없는 곳은 강북삼성병원 등 5곳, 점자블록이 하나도 없는 곳은 한양대병원 등 2곳이었다. 음성안내장치는 3곳뿐이었다.
경찰서는 점자표지판·안내판이 없는 곳이 21곳, 음성안내장치가 없는 곳이 20곳에 달했다. 한 경찰서 관계자는 “예산 때문에 당장 개선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그나마 설치된 시설 중에도 법적 기준에 맞지 않는 곳이 수두룩했다. 강북삼성병원 등 병원 9곳과 중랑구립정보도서관 등 도서관 9곳, 혜화경찰서 등 경찰서 11곳은 모든 편의시설의 완전설치율이 0%였다. 특히 점자블록의 경우 설치율이 55.09%였지만 제대로 설치된 ‘완전설치율’은 8.5%에 그쳤다. 무늬만 갖춘 ‘생색내기’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잘못 만들어진 편의시설은 장애인에게 오히려 더 큰 위험요인이 된다. 시각장애 1급 이모(47)씨는 “유도블록이 엉뚱한 길로 안내해 낭패를 본 적이 많다”며 “법망을 피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장애인 입장에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회 측은 “매년 공공기관 편의시설을 조사해 서울시와 국회에 보내는데 개선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김통원 성균관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정부에서 손을 놓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점검을 강화하고 시정조치를 내리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유나·이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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