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미끄럼 방지 의도여도 점자블록 피해 설치해야”
서울교통공사 “관련 문제 다시 발생 않도록 조치 예정”
장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하철 역사 안에서 미끄럼 사고 방지를 목적으로 붉은색 카펫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블록은 덮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위에 카펫이나 박스가 덮여지면서 시각장애인의 이동을 방해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단체들은 점자블록 위에 카펫 같은 장애물이 놓이면 시각장애인이 이동할 방향을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워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장맛비가 내렸던 지난 6월 30일 저녁, 서울지하철 공덕역·신길역·영등포역 등 지하철역 출구 근처에는 붉은색 미끄럼 방지 카펫들이 깔려 있었다. 카펫 여러 개가 이어져 길이가 3미터(m)가 넘게 된 곳도 있었다. 카펫들은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위를 덮고 있었다. 두꺼운 천 또는 폭신한 스펀지 소재로 만들어진 카펫 때문에 바로 밑에 있는 점자블록의 돌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지난 30일 오후 6시 30분쯤,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에 위치한 공덕역 1번 출구(왼쪽), 7번 출구(오른쪽)에 시각장애인 점자블록 위로 미끄럼 방지용 카펫이 덮여 있는 모습/정재훤 기자
시각장애인은 보행할 때 표면에 돌기가 박힌 점자유도블록 위에서 발바닥 또는 지팡이의 촉감으로 위치나 방향을 파악하며 이동한다. 점자블록 중 점형 블록은 장애물의 30센티미터(㎝) 앞 또는 선형 블록의 시작·교차·굴절 지점에 설치돼 위험 지역을 경고하며, 선형 블록은 목적 지점까지 연속해서 설치돼 보행자의 동선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국토교통부가 정한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은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위에 다른 시설물이나 장애물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점자블록 위에 카펫 등 장애물을 두거나 자동차를 주차해 블록을 가리는 문제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7시쯤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에 있는 신길역 엘리베이터 앞 시각장애인 점자블록 위로 미끄럼 방지용 카펫과 종이 박스가 덮여 있는 모습/정재훤 기자
이날 만난 시민들도 점자 블록 위를 덮은 미끄럼 방지 카펫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공덕역에서 만난 박정권(34)씨는 “지하철을 하루에 두 번씩 꾸준히 타는데 비가 오는 날이면 항상 저런 발판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비장애인 입장에서는 편리할 수 있겠지만, 시각장애인 분들에겐 길이 끊겨 불편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길역에서 만난 김선아(23)씨는 “이런 발판이 필수적인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필요하다면 점자블록이 있는 곳을 피해 설치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시각장애 관련 활동가들은 시각장애인에게 점자블록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점자블록 위에 장애물이 놓이면 그 위를 지나는 시각장애인들에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은 “점자블록 중 선형 블록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이 길로 따라가면 안전하다’는 신호를 주는 역할을 한다”며 “미끄럼 사고 방지를 위해 카펫을 설치한다고 해도 절대 선형 블록 위를 가려선 안 된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용역 업체의 과업내용서에 우천 시 미끄럼방지 카펫 등을 둘 때 점자블록을 피해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그간 잘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내용을 한 번 더 강조해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출처: 조선비즈
해당기사링크: 카펫에 덮인 지하철역 점자블록… “시각장애인에겐 길 끊긴 거나 마찬가지” - 조선비즈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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