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

버스정류장·구두 점포·라바콘 등 장애물... 인천 곳곳 이동권 방해

24일 오전 11시 인천 남동구 구월로의 한 거리. 시각장애인 보행 편의를 위해 설치된 점자블록을 따라 걷자 칸막이가 설치된 버스정류장이 ‘떡’ 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이 곳 점자블록은 새로 설치한 버스정류장을 관통하고 있어 유도한대로 가면 벽면에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상황. 1차례 위기를 피해 또 다시 길을 걷자 이번엔 구두를 수선하는 가점포가 길을 막았다. 가점포 옆으로는 인도의 절반을 차지하는 쓰레기더미가 점자블록을 점령하고 있는 상태. 하수구 뚜껑을 조심하라는 라바콘까지 점자블록 위에 놓여 있었다.

같은 시각 미추홀구 석바위시장역 2번 출구 앞의 사정도 마찬가지. 이동약자 편의를 위해 만든 계단 손잡이가 지하철 입구 점자블록 라인까지 튀어나와 시각장애인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었다. 점자블록을 따라 이동하자 자동차 1대가 불법주차돼 있었고 이 길엔 보도블록을 교체하면서 점자블록 설치하지 않은 구간도 더러더러 눈에 띠었다.

인천 곳곳의 점자블록이 제구실을 못하면서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협하고 있다.

장애인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을 보면 교통시설과 공원 등을 연결하는 보도에는 점자블록을 설치해야 한다. 또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라 점자블록 반경 60㎝ 이내에는 어떤 장애물도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인천 지역 버스정류장 인도 곳곳을 규정을 무시한 가점포 등이 차지, 점자블록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점자블록 파손이나 훼손, 점자블록 미설치,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 등도 시각장애인 이동권을 제약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간들이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 시나 군·구에서 한정된 예산으로 개선사업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올해 인천시 보도정비 개선 예산은 15억원이다. 반면 일선 군·구가 요청한 공사비용은 100억여원에 달한다. 결국 시는 요청액의 11% 정도를 지급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마저도 미관개선을 위한 사업이 대다수다. 시각장애인 점자블록 정비예산은 올해 처음으로 단위사업으로 책정된 미추홀구 인주대로 정비공사 2억원이 유일하다. 시가 점자블록 전수조사를 하고 대대적인 정비사업에 나서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교통약자 이동권에 대한 각종 정책들이 쏟아지지만 실제 체감할 수 있는 게 부족해 불편함이 크다”며 “시각장애인들이 최소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하려면 버스정류장 등에 대한 점자블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전수조사가 필요하지만 지역이 광범위해 어려움이 있다”며 “올해 관련 전용 예산이 처음으로 편성된 만큼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출처: 경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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