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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년 김순석 외침이 오늘로 “오세훈 시장님, 거리의 턱을 없애십시오"
편의지원센터
2022-09-23
1263

“서울 거리 턱 없애달라” 김순석 38주기 

38년 전과 다를 것 없는 오늘

장애인들 “식당이 장애인을 선택하는 현실”

오세훈에게 편지 써서 발송… “접근권 보장하라”

김순석 열사의 영정 뒤에 ‘오세훈 서울시장님 서울 거리의 턱을 없애주십시오’라고 적힌 피켓이 있다. 사진 하민지
김순석 열사의 영정 뒤에 ‘오세훈 서울시장님 서울 거리의 턱을 없애주십시오’라고 적힌 피켓이 있다. 사진 하민지

“시장님, 왜 저희는 골목골목마다 박힌 식당 문턱에서 허기를 참고 돌아서야 합니까. 왜 저희는 목을 축여줄 한 모금의 물을 마시려고 그놈의 문턱과 싸워야 합니까. (중략) 도대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는 서울의 거리는 저의 마지막 발버둥조차 꺾어 놓았읍니다.”

1984년 9월 19일,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었던 김순석 열사는 염보현 서울시장을 향해 위와 같은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나이 서른셋이었다. 그에게는 아내와 다섯 살짜리 아들이 있었다.

38년이 지난 2022년 현재,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정부는 지난해 바닥면적 50㎡(약 15평) 미만인 건물은 장애인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으로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했다. 여전히 국가는 장애인에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열사의 유서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장애인들은 매년 열사의 기일에 추모제를 지냈다. 올해는 열사처럼 서울시장에게 편지를 썼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오후 4시, 서울시청 앞에 모여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편지를 써서 전달했다.

오세훈 시장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서울시청 정문 앞에 모인 장애인 활동가들. 경찰 수십 명이 정문 앞을 방패로 막아섰다. 사진 하민지
오세훈 시장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서울시청 정문 앞에 모인 장애인 활동가들. 경찰 수십 명이 정문 앞을 방패로 막아섰다. 사진 하민지

- “장애인이 식당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식당이 장애인을 선택한다”

이날 서울시청 앞에 모인 장애인들은 장애인의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 회장은 “38년간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장애인에게는 변한 게 없다. 김순석 열사가 당시 허기진 배를 잡고 돌아서야 했던 상황과 지금이 다르지 않다. 장애인이 가고 싶은 식당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식당이 장애인을 선택한다. 입구에 경사로가 있는 식당 찾느라 긴 시간을 길거리에서 허비한다”고 규탄했다.

최용기 한자협 회장 옆에 ‘1984년 염보현 서울시장 서울 거리 턱을 없애주세요! 2022년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 거리 턱을 없애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최용기 한자협 회장 옆에 ‘1984년 염보현 서울시장 서울 거리 턱을 없애주세요! 2022년 오세훈 서울시장 서울 거리 턱을 없애주세요!’라고 적힌 피켓이 보인다. 사진 하민지

조재범 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 활동가는 경사로가 있는 식당에서도 쫓겨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조재범 활동가는 “계단과 턱이 없는 식당을 힘겹게 찾아가도, 휠체어를 탔다는 이유만으로 문전박대당할 때가 많았다. 김순석 열사가 돌아가신 지 38년이 지나도 세상이 그대로인데, 내가 살아있는 동안 장애인 접근권이 개선될 수 있을까. 내가 죽은 후에 살아갈 장애인은 편하게 살았으면 해서 끝까지 투쟁한다”고 말했다.

김준우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역대 서울시장들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시장은 4선째로, 이번 임기를 끝까지 마치면 역대 최장기간 재임한 서울시장이 된다. 김준우 소장은 “38년간 수많은 사람이 서울시장직을 거쳐 갔다. 장애인 접근권이 아직도 보장되지 않은 것에 다들 정말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4선째인 오세훈 시장이 가장 크게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성토했다.

시각장애인인 곽남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도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살고 있다고 했다. 곽남희 활동가는 “며칠 전, 새로 개방된 광화문 광장에 방문했다. 그런데 점자블록이 하나도 없었다. 걷다가 낭떠러지처럼 파인 곳, 우뚝 솟은 턱 등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며 “오세훈 시장은 시민을 위한 공원이라고 만들어놨지만 시각장애인은 배제당했다”고 규탄했다.

장애인 활동가가 쓴 편지. ‘서울시장님께. 장애인도 서울시민입니다. 서울시내 어디라도 누구나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인도와 식당에 턱을 없애주세요. 장애인의 접근성과…’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장애인 활동가가 쓴 편지. ‘서울시장님께. 장애인도 서울시민입니다. 서울시내 어디라도 누구나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인도와 식당에 턱을 없애주세요. 장애인의 접근성과…’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 “시장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시 장애인입니다.”

오늘날의 ‘김순석들’은 38년 전 김순석처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편지를 썼다. 대부분 인사와 소개로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라고 오세훈 시장에게 안부를 묻고, “서울시 장애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지는 내용은 김순석 열사의 유서와 대체로 비슷했다. “서울 거리의 턱과 계단을 없애 달라”고 썼다. ‘김순석들’은 턱과 계단에 좌절하면서도 거리로 나와, 죽음 대신 살아서 투쟁하기를 택했다. 그런 내용들이 편지에 담겼다.

최용기 한자협 회장이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공무원에게 편지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최용기 한자협 회장이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공무원에게 편지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편지는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공무원들이 나와 가져갔다. 최용기 한자협 회장은 공무원들에게 “우리가 어떤 간절함으로 이 편지를 드리는지 아느냐”고 재차 물었다. 공무원들은 잘 읽고 답변을 드리겠다고 했지만, 편지를 발송하는 장애인들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김순석 열사의 영정에 헌화할 때 장애인들의 얼굴에 표정이 생겼다. 눈을 꾹 감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자신이 믿는 신에게 기도하며 성호를 긋기도 했다. 죽음 대신 투쟁을 택한 장애인들이 영정 앞에 국화를 놓을 때마다 열사의 주변은 풍성해졌다.

‘대한민국은 장애인의 공간이동 권리를 즉각 보장하라’라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바닥에 놓여 있다. 

‘대한민국은 장애인의 공간이동 권리를 즉각 보장하라’라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바닥에 놓여 있다. 김준우 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현수막 앞에 있다. 사진 하민지 

 

출처: 비마이너

링크: 84년 김순석 외침이 오늘로… “오세훈 시장님, 거리의 턱을 없애십시오” < 이동권·접근권 < 장애일반 < 기사본문 - 비마이너 (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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