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흰지팡이의 날’…여전히 어려운 시각장애인 보행
음향신호기엔 민원, 활동지원사는 부족…실질적 개선 필요
10월 15일은 세계시각장애인연합회가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정한 ‘흰지팡이의 날’이다. 이날은 흰지팡이가 시각장애인의 사회적 보호와 안전 보장, 자립과 성취를 상징한다고 전한다. 하지만 실제 흰지팡이를 들고 거리를 나선 시각장애인들은 여전히 이 같은 상징에 가까이 가지 못 하고 있다. 보행권과 관련한 시각장애인들의 목소리와 이들을 돕는 안내견의 이야기를 두 편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시각장애인은 세상에 없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거예요”
▲ 시각 장애인용 음향 신호기. (사진=강현수 기자)
그동안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을 돕기 위해 점자 유도 블록, 음향신호기 등 여러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돼 왔지만, 실제 장애인들이 이용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최근 경기신문 취재진이 시각장애인들을 만나 ‘보행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이들 모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특히 ‘점자 유도 블록’의 한계를 지적했다. 유도 블록은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을 돕기 위해 설치됐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많은 잘못 설치되거나 파손돼 오히려 보행에 벽이 됐다는 것이다.
선천성 시각장애를 가진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창현 소장은 “유도 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은 인도도 있고, 설치돼 있더라도 마모되거나 파손된 경우가 있다”라며 “유도 블록이 설치된 인도에 있는 불법 구조물이나 볼라드(차량 진입 방지용 말뚝)도 방해가 많이 된다”고 말했다.
▲ 경기도 내 한 거리에 파손된 채 방치된 점자 유도 블록. (사진=이지민 기자)
이뿐 아니라 ‘배려가 사라진’ 현대 사회의 모습도 시각장애인의 흰지팡이 사용을 어렵게 한다.
건널목 등지에서 보행 신호를 음성으로 안내해 주는 ‘음향 신호기’의 경우 설치된 곳이 드물뿐더러 설치가 됐더라도 주변 민원으로 인해 유명무실해진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중도 시각장애인인 경기도시각장애인 복지관 유영태 사회복지사는 동사무소, 경찰 등 여러 곳에 ‘음향 신호기’ 설치를 요구한 끝에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막상 설치했지만 주변 상가에서 민원을 넣어 소리를 전부 미세하게 나도록 줄여버렸다”며 “결국 있으나 마나 한 시스템이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도구가 아닌 ‘활동 지원사’의 도움은 어떨까. 이들은 시간 문제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지원사와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중도 시각장애인인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 김정준 사회복지사는 “안내해 주시는 분들이 보행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안내를 해주시는 경우가 있고, 시각장애인도 보행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분들이 더 많기 때문에 정확한 안내 보행 자세로 되진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김 복지사는 “팔꿈치를 살짝만 잡고 가야 하는데, 팔짱을 낀다든가 손을 꽉 잡는다든가 하면 넘어졌을 때 둘 다 넘어지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부연했다.
이 소장도 “자신과 궁합을 맞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고, 찾은 이후에도 시간이 적어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유도 블록에 불법 주정차 하지 않는 시민 의식과 단속, 활동 지원의 체계화된 시간 배분 제도, 보행 신호 어플 개발 등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유 복지사는 “시각장애인들은 세상에 없는 게 아니라 밖에 나오지 못 하는 것”이라며 “장애인들이 밖에 나오기 좀 더 편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출처: 경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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