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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시력 장애인에겐 버스타는 것도 '도전'...교통약자 앱 확대됐으면
편의지원센터
20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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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시각장애인 최선호씨에게 시내버스 이용은 도전과 같다. 버스 정류장 도착정보 안내판이 멀어 탈 버스가 몇분 뒤 도착하는지 알기 쉽지 않다. 정류장에서 곧 몇번 버스가 도착하는지 음성 안내를 하지만 버스가 안내된 순서대로 오는 것도 아니라 탈 버스가 정류장 어디쯤 정차했는지 찾기가 쉽지 않다. 최씨가 18일 오전 10시쯤 서울시 종로구의 한 버스정류장 도착정보 안내판을 올려다보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중증시각장애인 최선호씨에게 시내버스 이용은 도전과 같다. 버스 정류장 도착정보 안내판이 멀어 탈 버스가 몇분 뒤 도착하는지 알기 쉽지 않다. 정류장에서 곧 몇번 버스가 도착하는지 음성 안내를 하지만 버스가 안내된 순서대로 오는 것도 아니라 탈 버스가 정류장 어디쯤 정차했는지 찾기가 쉽지 않다. 최씨가 18일 오전 10시쯤 서울시 종로구의 한 버스정류장 도착정보 안내판을 올려다보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최선호씨(40)는 1982년 멜라닌 색소가 만들어지지 않는 '백색증'을 갖고 태어났다. 동공에도 멜라닌

색소가 생기지 않았다. 최씨는 스마트폰을 눈앞 10cm에 갖다 대도 흐릿해서 글씨를 읽기 어려울

정도의 '시력 측정불가' 중증 시각장애인이다.


이런 최씨에게 시내버스 이용은 도전에 가깝다. 최씨는 18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국립서울맹학교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학교까지는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 내린 뒤 근처 정류장에서 7212번 버스를 타고 1km를 가야 한다.

정류장의 버스 도착 정보 안내판에는 7212번 버스가 8분 뒤 도착한다고 쓰여 있었다. 최씨는 이를 읽지 못 했다. 안내판은 최씨 눈높이보다 약 1m 위 떨어져 있었다. 최씨는 "안내판이 너무 멀다"며 "저 정도 높이면 저시력 장애인에게는 아예 안 보인다"고 했다.

얼마 안 있어 안내판에서 '잠시 후 도착 버스는 1020번, 7212번 버스입니다' 음성 안내가 나왔다. 그러자 최씨는 "긴장할 때"라고 했다. 음성 안내판이 안내한 순서대로 버스가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버스는 보통 여러 대가 한 번에 도착했는데 그러면 몇 초 안에 타야 할 버스가 정류장 어디쯤 멈추어 섰는지 찾아내야 한다. 버스가 최씨를 놓고 출발한 적도 적잖다.

최씨는 도착한 버스들 옆면에 적힌 노선번호를 각각 5초가량 쳐다본 끝에 탈 버스를 찾아냈다. 승객 대여섯명이 탑승을 기다렸다. 최씨는 승객들이 선 줄 맨 뒤에 서서 교통카드 찍는 '삑' 소리를 유심히 들었다. 버스마다 교통카드 단말기의 위치는 달랐다. 최씨는 "삑 소리의 위치를 잘 기억해 둬야 내 순서가 됐을 때 헤매지 않고 카드를 찍을 수 있다"고 했다.
시내버스마다 하차벨 위치가 다르다. 최선호씨(40)는 매번 다른 승객이 하차벨을 누르면 기둥 어디쯤 붉은 불이 밝혀지는지 위치를 기억한다. 하차벨 위치를 알아놔야 내릴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하차벨 위치를 미리 알지 못하면 하차 문 옆 기둥을 천천히 더듬어 하차벨을 찾는다고 한다. 최선호씨가 18일 오전 7212번 버스를 타서 하차벨 위치를 더듬고 있다./사진=김성진 기자
시내버스마다 하차벨 위치가 다르다. 최선호씨(40)는 매번 다른 승객이 하차벨을 누르면 기둥 어디쯤 붉은 불이 밝혀지는지 위치를 기억한다. 하차벨 위치를 알아놔야 내릴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있다. 하차벨 위치를 미리 알지 못하면 하차 문 옆 기둥을 천천히 더듬어 하차벨을 찾는다고 한다. 최선호씨가 18일 오전 7212번 버스를 타서 하차벨 위치를 더듬고 있다./사진=김성진 기자
최씨는 버스에 타서도 기둥을 유심히 봤다. 하차벨 위치를 가늠하기 위해서다. 최씨는 "다른 승객이 벨을 눌렀을 때 붉은 색 빛을 발하는 곳이 하차벨 위치"라며 "버스마다 하차벨 위치가 달라서 미리 알아두지 않으면 내릴 때 당황하게 된다"고 했다.

'그 밖에 버스 이용에 어려운 점이 있느냐'고 묻자 최씨 "버스가 인도와 먼 곳에 정차하면 시각장애인이 발을 헛디딜 위험이 있다"며 "또 버스 옆면에 노선번호가 작게 적혀 안 보일 때가 있다"곡 말했다. 최씨는 "그나마 나는 저시력 장애인"이라며 "눈 앞이 아예 보이지 않는 '전맹'은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버스를 아예 이용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했다.
타고 내릴 때 버스기사에게 알림 보내는 앱 시범운영
최선호씨(40)가 오전 11시쯤 서울시 종로구에서 '교통약자 버스승하차 도우미' 앱으로 1711번 버스 승차 예약을 한 후 웃고 있다. 승차 예약을 하면 버스 탑승구에 부착된 스피커에서 '1711번 버스입니다' 음성 안내가 크게 나온다. 버스 여러대가 한번에 도착해도 시각장애인이 탈 버스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조처다./사진=김성진 기자
최선호씨(40)가 오전 11시쯤 서울시 종로구에서 '교통약자 버스승하차 도우미' 앱으로 1711번 버스 승차 예약을 한 후 웃고 있다. 승차 예약을 하면 버스 탑승구에 부착된 스피커에서 '1711번 버스입니다' 음성 안내가 크게 나온다. 버스 여러대가 한번에 도착해도 시각장애인이 탈 버스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한 조처다./사진=김성진 기자

서울시는 지난 4일부터 '교통약자 버스승하차 도우미' 앱을 시범운영하고 있다. 앱은 앱 스토어,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앱을 실행하면 △노약자 △임산부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 등 교통약자 네 유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어 시내버스 노선을 하나 선택하고 버스기사에게 '탑승예약'을 한다. 버스기사는 곧 도착할 정류장에 교통약자가 기다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또 버스 탑승구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노선번호를 크게 안내해 시각장애인이 자신이 탈 버스 정차 위치를 알 수 있게 했다. 내릴 때에도 앱으로 '하차예약'을 해 버스기사에게 알릴 수 있다.

서비스는 1711번과 7212번 두개 노선에서 시범운영된다. 경복궁역과 통인시장·종로구보건소, 신교동·효자동 3개 정류장 구간에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는 신교동에 맹학교가 있는 점을 고려해 해당 구간을 시범운영 구간으로 정했다.

최씨는 이날 오전 11시쯤 맹학교에서 경복궁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1711번 버스 탑승예약을 했다. 신교동·효자동 정류장에 도착한 버스 탑승구에 부착된 스피커에서 '1711번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안내가 큰 소리로 나왔다. 최씨는 "교통약자들을 위한 시도를 한다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강남 등 사람이 많은 지역으로 서비스가 확대되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말까지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것"이라며 "서비스 이용률 등을 고려해 서비스 확대를 검토할 것"이라 밝혔다.

 

출처: 머니투데이

링크: "저시력 장애인에겐 버스타는 것도 '도전'...교통약자 앱 확대됐으면" - 머니투데이 (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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